[현장] "진실 향해 나아가는 세월호 세대 주목해주기를" -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기자간담회 "책 전체를 읽고 나서 너무 힘들었다. 생존학생들이 배를 탈출할 때의 이야기는 제 형제자매의 마지막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궁금했지만 저나 부모님들이나 물어볼 수 없었던 순간이다. 그래도 그 아이들(생존학생들)이 지난 2년 동안 어떻게 견뎌왔는지 보면서 (그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서로를 더 가까이 보고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보나씨 "전에도 인터뷰를 했는데, 결과물을 볼 때마다 많이 힘들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언론이 듣고 싶어 한 내용들만 나가는 걸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 책을 쓰면서는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려움도 있었다. 내용이 왜곡될까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한테 미안해하거나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씨 4월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다시 봄이 올 거예요>(416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씀, 창비 펴냄) 출간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은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첫 인터뷰집이다. 생존학생 11명과 형제자매 15명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지난해 출간된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후속편 격이다. 기자간담회에는 고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씨, 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보나씨가 참석했고, 11명의 작가기록단을 대표해 책의 '닫는글' 두 편을 나란히 쓴 배경내(인권교육센터 '들') 작가와 이호연(인권운동사랑방) 작가가 참석했다. 박보나씨는 먼저 인터뷰 참여 동기를 밝혔다. 박보나씨는 "본인들(기자들)이 궁금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한 건 처음이었다"라며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가 같이 실리는 데 많은 기대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남겨진 형제자매들 생존학생들이 이 싸움(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주체가 될 텐데, 그 친구들(생존학생들)과 이 책을 통해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끝까지 함께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 416연대가 주최한 인권 실태조사에 작가단 일부가 참여했고, 그것을 계기로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인터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호연 작가는 생존학생과 희생자 형제자매들 모두 "'나이 어린 피해자'라는 사회의 폭력적인 태도를 여러 번 경험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어른들에 의해 대변되거나 해석되지 않고 주체적인 사회적 화자, 증언자가 되는 과정을 함께하고 싶었다"라고 집필 동기를 말했다. 250여 명 되는 희생자 형제자매들은 지난 2월 416연대 청년 100여 명과 함께 캠프를 개최하는 등 참사 2주기를 앞두고 활동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남서현씨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서서 선체 인양 문제, 특조위 조사활동 등까지 이야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단원고에 재학 중인 형제자매들이 교실 존치 갈등으로 많이 힘들어한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나이 어린 피해자'에서 주체적인 증언자가 되는 과정 함께하고 싶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기자의 질문에 남서현씨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형제자매가 모인다는 것에 대해 부모님의 우려가 정말 컸었다.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컸다. 그런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인터뷰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형제자매들도 청년들한테 애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함께하자, 연대하자,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다." 교실 존치 문제에 대해 박보나씨도 말을 더했다. 그는 "교실 존치를 원하는 이유가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가만히 있으라' 교육을 끝내달라고 하는 의미”라며, "하지만 그것이 끝나지 않고 오히려 더 피해를 받고 있는 과정에서 아이들(희생자 형제자매 중 단원고 재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활동을 부모들이 걱정한 배경에 대해 배경내 작가는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사회적 지지와 보살핌을 받기보다는 비난과 의혹을 받았다"라며 "짊어지기 힘든 무게를 자식들이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부모들에게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가족들이) 각자 혼자 방에 들어가서 울기만 하던 시간을 지나서, 비로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서로 보살필 수 있었던 시간"이 됐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문을 두드린 것"이라고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인터뷰 작업의 의의를 평가했다. 그리고 배경내 작가는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메시지는 '아이들아 미안하다'였는데 이 말의 주체는 10대가 되기 힘들다"라며 "어른으로서 갖는 미안함으로 제한되지 않고 시민으로서 갖는 책임감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이) 스스로 죄책감을 끌어안으면서도 압도되지 않고 어떻게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주목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남서현씨와 박보나씨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남서현씨는 "이만큼 힘들었다, 아팠다,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 아니라, 세월호 세대인 10대들의 이야기를 (이 사회가) 어떻게 들어줘야 하는지 배움을 주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박보나씨는 "참사 이후 어른들이 많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더 우리에게 상처 주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이 사라졌었다"라며, 이 책을 통해 "세월호 세대라는 또래들에게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호연 작가는 "말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책이 나올 수 있었다"라며 인터뷰에 참여한 생존학생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용기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그리고 "이들의 용기와 의지가 제대로 들려지고 이 사회가 '듣는 귀'를 제대로 만드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한편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책의 내용 일부는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만화가 박건웅, 윤필, 김한조, 소복이, 남펭 등의 참여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를 시작했고, 4월 5일 현재 약 1200만 원의 후원금이 모금됐다. 후원금은 전국 중고교 도서관에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보내는 데 쓰인다.
사진 : 창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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