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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스토리] 웃자고 만들었다! '제멋대로 어워드'

책소식/책 소개

by 최규화21 2015. 12. 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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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DB

[이슈앤스토리] 웃자고 만들었다! '제멋대로 어워드'

12월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여기저기서 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 같은 상을 발표하는 것으로 한 해의 출판계를 정리하곤 한다. 그래서 북DB도 준비했다. 이름 하여 ‘제멋대로 어워드’. 사실 여기서 “북DB도 준비했다”는 말은 뻥이다. 북DB가 아니라 순전히 기자 혼자서, 말 그대로 ‘제멋대로’ 뽑은 상이다.

상의 권위 따위 없다. 명예 역시 없다. 상금이나 상품 같은 것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수상작의 면면을 살펴보면 2015년 한 해의 출판계 이슈가 일목요연……까지는 아니라도 어슴푸레하게나마 보일 것이다.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에 초점을 두고 선정했지만 나름 선정 근거는 꼼꼼하게 마련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베스트셀러 랭킹 동향을 바탕으로 제정한 다섯 개 부문 어워드의 수상작을 지금부터 발표한다. 아, 이건 기본적으로 웃자고 해보는 것이니 수상자나 탈락자들의 반론 제기 같은 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도 명심해주길 바란다.




‘백세인생’의 가수 이애란. 짤로 돌아다니는 사진이라 출처가 분명치 않다.




[제멋대로 어워드① 못 이긴다고 전해라 상]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못 이긴다고 전해라 상’은 나름 잘나갈 만큼 잘나갔지만 베스트셀러 1위는 한 번도 못 해보고 2위만 지겹도록 한 책에 주는 상이다. 수상작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한빛비즈/ 2014. 12.). 한 독자는 저자 채사장의 이름을 보고 처음에는 중국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무명의’ 작가였지만, 딸랑 두 권뿐인 저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편>이 동시에 연간 베스트셀러 랭킹 ‘톱10’에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대박’을 쳤다.

하지만 월간 랭킹을 살펴보면, 2014년 12월 출간 이후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중 무려 7개월 동안 줄곧 2위만 기록했다. 2월, 3월, 5월, 8월, 9월, 10월, 11월 모두 2위. 2위 아래로 떨어진 달에도 1월 7위, 4월 3위, 6월 3위, 7월 4위로 1년 내내 ‘톱10’을 유지했으나, 1위와는 지독하게도 인연이 없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게 ‘넘사벽’처럼 존재한 1위는 바로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인플루엔셜/ 2014. 11.). <미움받을 용기>는 1월 3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 2월부터 11월까지 무려 10개월 동안 1위 자리를 지키며 채사장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다.  



[제멋대로 어워드② 토종의 자존심 상] <글자전쟁>



올해 한국문학은 정말 혼이 많이 났다. ‘표절’부터 ‘문학권력’까지 이어진 일련의 ‘논란’ 사태는 아직까지 수습이 덜 된 듯한 상황이다. 베스트셀러 랭킹에서 한국소설을 찾기 힘든 것도 아무래도 그 영향이 좀 있지 않겠나 싶다. 솔직히 기자는 잘 모르는 외국작가들의 이름만 수두룩한 가운데, 한국작가의 책이 반짝 눈에 띈 것이 반가워서 이 상을 준다. ‘토종의 자존심 상’ 수상작은 <글자전쟁>(김진명/ 새움/ 2015. 8.)이다.

소설 분야 연간 베스트셀러 랭킹 10위 안에 한국소설은 딱 두 권이다. 그중 5위를 차지한 것이 <글자전쟁>. 10위에 <정글만리>(조정래/ 해냄출판사/ 2013. 7.)도 이름을 올렸으나, 2년 전에 나온 책이라 수상작에서는 제외했다. 조정래 선생님, 8월에 북DB 단독 인터뷰도 해주셨는데 죄송하다. 아무쪼록 내년에는 이런저런 논란들을 털어버리고 한국작가들의 작품들이 독자들의 더 큰 사랑을 받기를 바라본다.



[제멋대로 어워드③ 초딩의 힘 상] <마법천자문>

토종의 자존심에 이어 이번에는 어린이의 자존심 차례다. 아무래도 성인용 책(아동도서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혹시나 ‘19금’ 성인용을 생각할까봐 걱정돼서 그런다.)이 많을 수밖에 없는 베스트셀러 랭킹. 그 가운데서 어린이 독자들의 줄기찬 사랑을 받은 <마법천자문>을 ‘초딩의 힘 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올해 출간된 <마법천자문> 시리즈의 31~33권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변하지 않는 초딩들의 충성심을 입증했다. 31권은 3월과 4월, 32월은 7월, 33권은 10월 랭킹에 자리했다. 이쯤 되면 정말 출판사 사장님의 노후를 보장해주는 ‘마법’ 같은 연금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5월 랭킹 10위로 기록된 <내일은 실험왕> 31권도 학습만화 시리즈의 힘을 보여줬다.




SBS ‘힐링캠프’ 방송 갈무리



[제멋대로 어워드④ 라면 먹고 갈래요 상] <라면을 끓이며>

상 이름은 ‘라면 먹고 갈래요 상’이지만 여러분이 쓸데없이 설렐 필요는 없다. <라면을 끓이며>(김훈/ 문학동네/ 2015. 9.)에 상을 주기 위해 억지로 갖다붙인 상 이름이니까. 9월 16일 예약판매 이벤트로 라면과 냄비라는 발랄한(?) 사은품을 내걸어 눈길을 끈 <라면을 끓이며>. 일부 독자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즐거워했지만, ‘대작가 김훈 책에 라면 따위가 웬 말이냐!’ 하고 발끈한 독자들도 여럿 있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된 것은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 결국 라면+냄비 사은품 이벤트는 이틀 만에 중단됐고, 사은품은 원고지노트로 교체됐다.

그리고 다음 달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는 10% 도서가 할인과 함께 5%의 포인트 적립을 허용하고 있는데, 사은품의 실질적 가격이 5%를 크게 넘어선다는 게 심의위원들의 판단이었다”라고 하며 도서정가제 위반 판정을 내렸다. 라면 때문에 웃다가 울다가 마음고생 많이 했겠다. 올 가을 출판계 사람들에게 라면 생각 많이 나게 해준 <라면을 끓이며>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 상’을 수여한다. 그나저나 사은품으로 증정된 그 라면이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 ‘안성탕면’, ‘삼양라면’, ‘진라면’은 아니다.



[제멋대로 어워드⑤ 라면 말고 밥 먹어 상]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

라면이 아무리 ‘핵존맛’이라도 너무 자주 먹으면 배탈 난다. 라면 말고 집밥이 생각나는 사람들은 이 상 수상작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라면 말고 밥 먹어 상’ 수상작은 바로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백종원/ 서울문화사/ 2014. 8.)이다. 눈치 챘겠지만 이번에도 역시 상 이름에는 별 의미도 개연성도 시사성도 없다. 혹시라도 웃겼으면 다행이고, 아니라도 모른 척 할란다.

2015년 한 해 방송계는 ‘백주부’ 백종원이 씹어먹었다. 텔레비전만 틀었다 하면 요리사들이 나오는 ‘쿡방’ 열풍이 대단했는데, 그중에서도 ‘갑 오브 갑’은 단연 백종원이다. 백종원의 인기와 함께 그의 책 또한 불티나게 팔렸다. 2014년 여름에 출간된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는 근 1년 만에 베스트셀러 랭킹을 역주행하며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톱10’을 유지했다. 연간 랭킹에서도 9위. 올 여름 출판계에서 백종원의 신간 유치 경쟁이 그렇게 뜨거웠다던데, 그의 신간은 또 얼마나 팔릴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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