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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스토리] 차벽에 갇힌 자유... "Pray for 민주주의"

책소식/책 소개

by 최규화21 2015. 12. 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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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DB

[이슈앤스토리] 차벽에 갇힌 자유... “Pray for 민주주의”


“(집회 현장에서)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행사한 자에 대해서는 (복면시위 금지)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이 시각 이후부터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입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말이다.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복면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여당은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03년 헌법재판소가 ‘집회 복장을 참가자 스스로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내용에 배치되는 것일 뿐더러, 정부가 법안 통과 전부터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자 헌법적 기본권 침해라는 논란에 더욱 불이 붙었다.


위헌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대규모 집회 때마다 등장하는 경찰의 차벽, 한 농민 참가자를 ‘직격’해 사경을 헤매게 만든 고압 물대포, 과거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시위대 검거 전담부대 투입 결정, 시위 참가자들을 테러리스트 ‘IS’에 비유한 대통령의 발언까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온 민주사회의 기본적 권리조차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나아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오늘, 민주주의의 현실과 역사, 그리고 미래를 진단한 책들을 통해 그 고민의 길을 찾는다.



▲ 민주주의의 현실 -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해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이름을 얻은 김영란 전 대법관.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는 대법관 시절 김 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가운데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대표적 판결들을 꼽아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조명한 책이다.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지(포털사이트 명예훼손 사건),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지(양심적 병역거부와 K군 사건) 등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논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중산층의 배반, 선출된 독재자라는 함정, 신흥 민주주의 국가의 성장 정체,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 이 가운데 2015년 대한민국에 해당되는 것들은 몇 가지나 있을까. 미국외교협회 연구원으로 아시아지역 민주화 연구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조슈아 컬랜칙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통해 민주주의의 퇴행에 원인을 제공하는 여러 요인을 위와 같이 소개했다. ‘민주주의의 후퇴’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저자의 경고가 우리의 현실에도 얼마나 적용되는지 따져가며 읽으면 좋을 책이다.



▲ 민주주의의 역사 -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한국 민주주의는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했을까. 역사학자 김정인은 “민주주의의 틀로 역사를 들여다보는 풍토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는 외부에서 수입된 제도’라는 오리엔탈리즘적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라는 것. 그는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를 통해 19세기부터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까지의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기원을 살펴봤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성찰이 민주주의에 대한 풍성한 논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학문적 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 속에 안타까운 희생으로 기록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는 것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배우는 중요한 방법이다. 박정희 정권 최대의 정치적 반대자 장준하. 아직도 그의 죽음 ‘의문사’로 남아 있다. 장준하 40주기를 맞아 출간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는 장준하의 삶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가 무엇을 위해 누구와 싸웠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탄압과 고통을 받았는지를 중앙정보부의 감시 기록을 바탕으로 낱낱이 공개한 책이다.



▲ 민주주의의 미래 - <쿠바식 민주주의> <추첨민주주의 강의>


미래에 대한 전망 없이는 현실의 문제점을 타개할 방향을 잡을 수 없다. 다양한 미래에 대한 모색 없이 현실에 대한 푸념만 일삼는 것이 의미 없는 이유다. “대의민주주의 VS 참여민주주의”라는 부제의 책 <쿠바식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정치에도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양당제 대의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식 민주주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반대 지점에 있는 쿠바의 민주주의 실험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 이른바 ‘독재국가’라는 오해를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


민주주의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는 익숙한 틀을 뛰어넘는 약간의 ‘과감함’도 필요하겠다. 추첨민주주의라는 파격적인 단어를 제목에 내건 책 <추첨민주주의 강의>는 우리가 ‘선거=민주주의’라는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더 많은 민주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92년 육군 중위로 복무 시 군 부재자 부정투표를 고발한 바 있는 정치학자 이지문은 이 책을 통해 추첨민주주의가 왜 필요한지, 그 역사적 기원은 무엇인지, 추첨민주주의를 시행했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는 변화는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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