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1106100722319.jpg)
10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 벌어진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 베어스가 13-2로 삼성 라이온즈에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3월 28일 개막해 218일간 펼쳐진 열전의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도 숱한 화제를 낳았다. 신생구단 KT의 참가로 사상 최초로 10개 구단 체제로 치러졌고, 그 덕분에 경기 수는 팀당 144경기로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3년 만에 프로 1군 무대에 복귀한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한화 이글스는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정규시즌 막판까지 5강 다툼을 벌였고,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두산 베어스는 14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며 ‘미라클 두산’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런 기억들도 이제 추억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됐다. 야구팬들은 2016 시즌이 개막하는 내년 봄을 기다리며 ‘프리미어12’ 같은 국가대항전으로 아쉬움을 달래거나, 골든글러브 시상식이나 스토브리그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긴 겨울을 보내야 한다. 야구에 대한 이 목마름을 책으로 해소할 수는 없을까? 야구와 야구인에 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야구와 함께 자라온 30대를 위한 격려의 수다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내가 활동하는 사회인야구 리그에 ‘시인야구단’이 있다. 시인이라고 하면 뭔가 고상하고 좀 유약한(?) 이미지가 있는 탓에, 야구와 시인은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실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리그 12개 팀 가운데 4강에 오른 강팀이었고, 우리 팀에게도 8-6으로 승리를 거둔 실력자들이었다. 서효인 시인이 쓴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를 보고 시인야구단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야구와 시인이라는 낯선 조합에 대한 편견이 운동장에서 깨졌듯이, 이 책에 담긴 ‘야구 수다’ 역시 신선한 즐거움을 줄 것 같았다.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는 프로야구와 함께 자라온 세대인 서효인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그는 이 책에 우중충한 청춘의 나날들을 경쾌하고 발칙하게 살아가고 있는 30대 동세대의 감수성을 담아냈다. “우리는 날마다 긴장으로 굳어버린 몸을 이끌고 삶의 그라운드를 구른다. 지금 이 글이 당신에게 있어 중요한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받는 훌륭한 격려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프롤로그가 가슴에 짠하게 박힌다. 문인 야구단 ‘구인회’에서 포수를 맡고 있다는 서효인 시인의 야구 실력은 어떨지, 더불어 궁금해지기도 한다.
▲ 넓고도 깊은 야구를 즐기기 위한 설명서 <야구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야구는 정말 머리 나쁘면 못 하는 스포츠다. 규칙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작전 또한 세밀하기 때문이다. 타자의 성향, 자세, 주자 상황, 볼카운트, 점수 차 등에 따라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의 종류와 코스, 수비수 위치까지 모두 달라진다. 한 경기에 27명의 타자를 아웃시키는 동안 그 많은 투구 하나하나에 공수 양 팀의 수많은 작전이 걸린다. 세밀하고 복잡한 야구. 그만큼 그 속내를 알면 알수록 야구가 더 재미있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야구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바로 그런 재미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속임수, 볼끝, 루틴, 세리머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야구 이야기를 담은 야구 설명서. 저자인 배우근 ‘스포츠서울’ 기자는 프로야구 감독과 선수들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들은 뒤 이 책을 완성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야구를 알아가는 기쁨과 함께 감독과 선수들의 답변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인식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 책에는 빙산 아래 가려져 있는 많은 야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제목은 <야구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인데, 읽다보면 ’넓고도 깊은 야구’를 만끽할 수 있다.”라고 이 책을 추천했다.
▲ ‘야구장 오타쿠’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 관람기 <야구를 부탁해>
<공중그네>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 <야구를 부탁해>는 그의 천방지축 야구 관전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사진만 보고도 어느 메이저리그 구장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는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장 오타쿠”다. 2009년에 출간된 에세이집 <야구장 습격사건>에서도 야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보여준 그가 <야구를 부탁해>를 통해서는 야구 관전기와 뉴욕의 풍경, 베이징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렸다. 호흡 짧은 문체로 야구 관람과 경험을 재치 있게 엮어갔다.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관전기를 부탁받은 오쿠다 히데오. 올림픽 기간 내내 좋아하는 중국음식과 맥주를 즐긴 작가는 일본 대표팀이 우승을 하기는커녕 미국과의 3-4위 결정전에서도 패하자 대표팀에게 “헤엄쳐서 돌아오라!”고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한일전 관전기 중 “8회말, 투수가 이와세로 바뀌고 원 아웃 1루에서 타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눈이 번쩍 뜨이는 투런 홈런을 날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고 쓴 대목에서는 묘한 흐뭇함까지 느껴져 더욱 재미있다.
▲ ‘끝판대장’ 오승환의 야구와 인생 이야기 <순간을 지배하라>
지금은 ‘직설적인 말이나 행동’을 뜻하는 단어로 널리 쓰이는 돌직구. 하지만 이 선수가 없었다면 돌직구라는 단어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돌직구를 무기로 한-일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는 오승환. <순간을 지배하라>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오승환이 쓴 첫 에세이집이다. 2014년 시즌을 마치고 집필을 시작해,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일본 진출 첫해 구원왕에 오르기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오승환은 2005년 프로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상과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는 등 일약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에게 아픔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고교시절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아픔과 두 번의 재활과정 등 지금까지 겪은 고난과,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노력과 마음가짐도 <순간을 지배하라>에 기록됐다. 그와 함께 야구를 해온 다양한 선수들과의 일화, 그들과 벌인 명승부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