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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스토리] <샬롯의 거미줄>이 ‘금서’가 된 까닭

책소식/책 소개

by 최규화21 2015. 9. 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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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DB

[이슈앤스토리] <샬롯의 거미줄>이 ‘금서’가 된 까닭


금서(禁書). 출판이나 판매 또는 독서를 법적으로 금지한 책.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한 사회의 특정 세력이나 이익집단이 특정 도서를 지목해, 그것이 널리 읽히지 못하도록 애쓰는 경우”도 그 책을 금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칸트, 루소, 셰익스피어, 괴테, 보들레르. 이들은 모두 한때 금서 작가였다. 멀리 고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난해 말 ‘종북’ 논란과 함께 문체부 우수문학도서에서 제외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역시 금서다. 국방부는 2008년과 2011년에 각각 23권과 42권의 불온도서를 발표한 적도 있다.

9월 첫째 주는 이런 금서들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금서 읽기 주간’이다.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아래 시민연대)는 독서의 달 9월의 첫째 주(1~7일)를 금서 읽기 주간(BBW, Banned Books Week)으로 정했다. 시민연대는 “어떤 책이 왜 금서가 되었던 것인지를 살펴보고 토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민주주의 기본원리이자 근본규범이 표현의 자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독서 및 도서관의 자유를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금서 읽기 주간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8월 24일 금서 읽기 주간 추천도서 46권이 발표됐다. 시민연대는 현장 교사와 사서, 작가 등 회원 100명에게 금서를 추천받았고, 그것을 1차로 정리한 것이다. 앞으로 금서 추천도서 목록은 계속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한 사회와 시대를 비춰주는 거울”(표정훈 출판평론가)이라는 금서. 어떤 책들이 어떤 시대를 비춰주고 있는지, 추천인들의 추천사와 함께 10권을 골라 소개한다.


<10대와 통하는 한국 전쟁 이야기>
이 책은 최근 언론에서 한 특정 단체가 사실 왜곡과 좌편향적 내용이 담겨 있다고 비판하며 거론한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이 실제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았음은 인터넷 포털 검색만 해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책은 역사를 단순한 암기과목으로 치부했던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현재의 삶에 끊임없이 되돌이표가 되고 있는 ‘한국 전쟁’을 더 이상 박제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의 아픔으로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 김대경(성수고등학교 교사)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 책은 국방부 금서목록에 올라 유명해진 책이다. 경제학은 결코 딱딱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날카롭게 보고 그 맥락을 살피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세계화, 민영화, 자유시장경제 등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개념들을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흔들어준다. 결론은 강대국 위주의 세계경제에 휩쓸리지 말고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인데, 왜? - 이덕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부대표)

<몽실 언니>
<몽실 언니>는 100만 부를 넘어서고, 10여 개 나라에서 번역되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잡지에 연재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검열에 걸렸고, 1회 분이 통째로 잘려나가면서 작가 구상대로 쓰지 못한 절름발이로 태어났다. 1986년에는 국가정보기관 입김을 받은 단체에서 용공동화 사례로 언론에 발표하고, 문교부에서는 학교도서관에서 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실제 동화를 읽은 사람들은 몽실 언니가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 시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 이주영(어린이문화연대 대표)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수컷 펭귄 로이와 실로는 서로를 무척 좋아해 늘 함께 지내지만, 다른 펭귄 부부가 수북이 낳는 알을 한 개도 낳지 못한다. 이들의 갈망을 눈치 챈 사육사가 임자 없이 굴러다니는 펭귄 알 하나를 내어주자 둘이 열심히 품은 끝에 아기 탱고를 얻게 된다. 셋은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실화로 만들어진 이 그림책은 2005년 출간 이후 게이 커플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공공도서관과 학부모가 주관하는 금서 목록에 가장 많이 올라 있다. 반면에 입양에 의한 새로운 가족을 구현한 따스한 그림책으로 찬사를 받는다. - 이상희(시인, 그림책작가)

<샬롯의 거미줄>
1952년 출판되고 1953년에 뉴베리 아너상을 받기도 한 <샬롯의 거미줄>은 사람과 동물, 동물과 동물 간의 우정을 다루며 생명사랑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미국의 한 교사가 교실에서 날마다 한 단원씩 읽어주면서 읽어주기의 신비한 힘을 알게도 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이다. 하지만 죽음을 다루고,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냐는 등의 일부 어른들의 문제제기로 아이들에게 읽히기 적당하지 않다고 금지도서가 되기도 했다. - 김경숙(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소금꽃 나무>
소금꽃은 땀 흘린 이들의 등짝에 피어나는 꽃이다. 이른 봄 피어나기 시작해 늦가을이 되어서야 서럽게 지는 꽃. 한진중공업 노조활동으로 해고된 이후 노동운동가로 살고 있는 김진숙이 썼다. 이 세상 온갖 재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이면서도 단 하루도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없었던 노동자들. 그 소금꽃나무들의 고달픈 삶과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노동현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 신은영(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순이 삼촌>
문학이 사회적 진실을 발설하는 장치라면, 이 소설집이 감당한 작업은 거의 발굴이라는 이름에 값한다. 30년 동안 매몰되었던 한국판 홀로코스트의 현장, 제주도에서 저질러진 인간말소의 기억을 복원해낸 첫 시도였기 때문이다. 밭뙈기에 버려진 죄 없는 주검 더미가 거름 역할을 한 덕에 그해 풍작을 거두었다는, 이 소설집 한복판에 놓인 비극적 아이러니는 그대로 우리 현대사 전체의 쓰라린 표상이다. 불과 몇 년 전, 역시 고향 제주의 기억을 다룬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은 병영 속 ‘제복 입은 시민들’에게 읽혀서는 안 될 책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문학 이후’가 아니라 아직도 문학 이전에 있는지 모른다. - 손경목(문학평론가)

<아리랑>
헤겔은 “역사의 발전은 자유의 확대 과정”이라고 하였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등이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를 바르게 이끌어가려는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금서의 주인공이었던 혁명가 김산, 정부가 그에게 독립운동가로 건국훈장을 추서한지도 10년이 지났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변화되었고, 발전하였는가? 개인의 삶이든 사회의 역사든 그것을 제대로 이끌어가고자 노력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또한 “자신에게 패배하고 싶지 않은” 젊은이에게 <아리랑>을 권한다. - 이정수(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관장)

<열하일기>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1780년, 청나라 방문 사신단에 끼어 의주에서 북경까지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여행기이다. 호방하고 유려하고 풍부하며 화려하고 곡진함을 어우르는, 보물창고 같은 작품이다. 다만 한문 작품이라 번역에 따라 글맛에 많은 차이가 있고, 연암이 도달했던 고전의 깊이를 언저리나마 이해하지 못하고 읽는다면 글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보석 같은 비유나 은유, 풍자를 놓칠 수 있다. 친절한 해설을 보태어 꼼꼼히 공부해가며 읽는다면 조선 선비가 도달했던 최고 문장의 맛에 빠져들어 갈 것이다. 조선시대에 금서였던 책이다. - 김종옥(작가)

<진보와 빈곤>
1879년에 출판된 이 책에서 헨리 조지는 토지사유제가 불로소득을 낳고 모든 불평등의 원천이라고 갈파한다. 구약성경의 희년사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해법으로 제시된 것은 불로소득인 지대를 전액 세금으로 흡수하는 토지지대세. 토지사유제와 지주계급의 철폐를 주장하는 이 책은 가톨릭교회와 일제가 한때 금서로 지정했다. - 곽노현(전 서울특별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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