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슈앤스토리] 국가부채 4800조… 세상의 모든 ‘빚’

책소식/책 소개

by 최규화21 2015. 9. 24. 08:27

본문

인터파크도서 북DB

[이슈앤스토리] 국가부채 4800조… 세상의 모든 ‘빚’


8월 27일 이름부터 낯선 ‘이상한’ 은행이 탄생했다. 예금이나 대출 같은 업무는 하지 않는 이 은행의 주업무는 바로 ‘장기채무자의 부실채권 구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축이 돼 만든 ‘주빌리은행’이다.

보통 은행에서 돈을 빌려 3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그 채권은 원금의 1~10% 가격으로 대부업체에 매각된다. 하지만 일부 대부업체는 원금뿐 아니라 연체이자까지 독촉해 받아낸다. 주빌리은행은 이런 부실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매입해 채무자가 원금의 5~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준다. 채무자에 대한 과도한 추심을 막고, 이미 손실로 처리된 부실채권을 처리해 채무 취약 계층의 재기를 돕는 것이 목적인 은행이다.

주빌리은행의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빚으로 고통 받는 많은 시민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추천한 책이 있다. 바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가 쓴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제윤경 대표는 주빌리은행의 또 다른 공동은행장인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오랫동안 약탈적 대출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씨름해온, (줄임) 어느 학자나 정치가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민주화의 전사”라고 소개한 사람이다.

저자는 채무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빚으로부터 생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한국사회의 금융이 품고 있는 여러 구조적 문제를 파헤친다. 빚 내서 집 사고 빚 내서 소비하라는 부채 주도 성장정책을 유지해온 정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약탈적 대출을 남발한 금융권. 복지로 풀어야 할 저소득층 문제까지 금융권 대출을 통해 해결하려 하는 ‘빚 권하는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그리고 주빌리은행으로 대표되는 채권소각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빚 탕감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빚지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역시 가계부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열심히 사는데 왜 빚은 늘어만 가는가?”라는 부제가 말하듯, 직장이나 수입에 무관하게 누구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최선의 ‘빚테크’는 “빚지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자신과 가정을 지키는 채무관리 비법을 명확하고 현실적으로 짚었다. ‘빚지지 않는 투자’의 원칙과 ‘빚 탈출 3단계 희망 전략’ 등 꼼꼼히 읽어봐야 할 구체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다.



‘빚테크’에서 국가 간 채무까지, 빚을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

6월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130조5천억 원(한국은행 자료). 2013년 12월 1019조 원으로 10000조 원 선을 넘어선 뒤, 2년도 채 되지 않아 100조 원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가계부채만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라 빚인 국가부채는 2014년 기준 1212조7천억 원으로, 2013년에 비해 94조8천억 원이 증가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보고). 가계부채와 국가부채에 기업부채까지 포함한 국가 총부채는 4835조3천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한국경제연구원).

빚으로 굴러가는 경제, 왜 이렇게 됐을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부채전쟁>은 이러한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했다. 국내적으로는 감세와 증세, 연기금의 적립과 금융시장 투여 및 연기금 부채의 처리, 임금의 인상과 삭감 등 누구에게 부채를 쌓고 어떻게 갚을지 결정하는 첨예한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 전쟁은 국제적으로도 금리, 통화와 환율, 무역, 국가채무를 놓고 국가 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손실의 사회화’를 둘러싼 이 전쟁은 결국 경제위기의 책임을 누가 어떻게 져야 할 것인지를 둘러싼 계급투쟁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알려주지 않는 빚의 진실을 폭로하는 ‘부채의 정치경제학’ 해설서를 자임하고 있다.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대부인 고(故)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지금의 세계대공황은 1930년대 세계대공황처럼 한참 더 계속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가들 사이의 대립과 충돌, 국내 계급들 사이의 투쟁과 변혁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불만이 쌓여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라고 이 책을 추천했다.

한편 빚을 ‘유대’라는 개념으로 바라본 책도 있다. 리차드 디인스트 미국 뉴저지주립대학교 교수가 쓴 <빚의 마법>은 ‘모두가 모두에게 빚을 지고 있는 세계’가 지닌 다양한 함의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현 채무체제의 모순을 드러내고, 그러한 채무체제를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유대로 재구상한다. 이를 통해 억압적인 채무체제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그리고 상호의존에 기초한 자유로운 사회적 유대로서의 빚을 발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어떤 빚을 져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는 흥미로운 책이다.

개인의 은행 대출금부터 국가 간의 금리문제에 이르기까지 ‘빚’은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를 읽는 열쇳말이다. ‘어떤 빚을 누구에게 지고 어떻게 갚을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 빚을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