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이어집니다.)
[기사 쓰기]
9. 독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기사를 쓰는 목적은 ‘나만 알고 있는 것을 남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자랑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독자도 그걸 알 수 있도록, 내가 알게 된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오게 해야 합니다. 독자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건을 설명 없이 전제하거나, 전문용어를 막 늘어놓거나, 전달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앞뒤를 뒤바꾸어 정보를 전달하는 것 등은 독자를 지치게 합니다. 독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리고 독자는 바쁩니다. 예습이 필요하거나, 두세 번 복습해 읽어야 하는 기사를 꾹꾹 참으며 읽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기사를 쓸 때는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친절하게 쓰고 논리적인 순서로 정보를 배치해야 합니다.
10. 문장은 무조건 짧게, 두 번 읽게 만들지 마라
문장이 길면 꼬입니다. 대부분의 비문은 문장이 길어지는 것에서 탄생합니다. 문장이 길어지지 않으려면 단문 위주의 글쓰기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하고’, ‘~했는데’ 하는 식으로 문장을 하염없이 이어가지 말고 ‘~했다. 그리고~’, ‘~했다. 그런데~’ 하는 식으로 끊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수식이 많으면 문장이 길어지고 꼬입니다. ‘잘생긴 최규화’라고 하는 것보다는 ‘최규화는 잘생겼다’라고 하는 편이 주술관계가 선명해서 좋습니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정보만 들어가게 쓴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야 문장이 이해된다면 독자는 얼마나 귀찮겠어요? 거듭 말하지만, 독자는 바쁩니다. 두 번 읽게 되면 독자는 떠납니다.
11. 본 건 봤다고, 들은 건 들었다고, 베낀 건 베꼈다고 써라
다시 강조하지만, 기자는 사실만을 써야 합니다. 어디서 들었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는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써서는 안 되죠. 보지도 않은 것을 봤다고 써서도 안 되고, 직접 들은 게 아니라 다른 글에서 인용한 건데 자기가 직접 들은 것처럼 써서도 안 됩니다. 원칙은 간단합니다. 본 건 언제 어디서 봤다고 쓰고, 들은 건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들었다고 쓰고, 인용한 건 누가 쓴 어느 글에서 인용했다고 쓰면 됩니다. 내가 기사에 쓴 사실이나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 그 출처(인터뷰인지 자료조사인지 소문인지 등)를 정확히 밝히면 되는 것입니다. 어디서 온 정보인지 확실히 밝혀야 그 정보에 대한 신뢰가 생깁니다.
12. 객관을 가장하지 말 것. 형식에 집착하지 마라
보통 기사라고 하면 하나의 틀을 떠올립니다. 핵심 뉴스부터 글머리에 전달하는 역삼각형 구조에, 기자를 드러내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식 말입니다. 하지만 이 틀을 갖추어야만 기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겪은 일이라면 굳이 자신을 숨기고 객관적인 척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를 드러내고 쓰더라도 사건만 객관적으로 드러나게 쓰면 됩니다. 그리고 역삼각형 구조의 ‘압박’도 너무 받지 않아도 됩니다. 괜히 그런 틀을 억지로 흉내내려다가 기사의 주제를 제대로 전달 못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편한 형식에 따라 글을 쓰는 게 백배 낫습니다. 형식은 내용을 전달하는 틀일 뿐, 중요한 건 내용이지 형식이 아니니까요.
13. 일기식 제목을 피해라, 기분 좋은 '낚시'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는 것이 보편화된 요즈음, 제목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커졌습니다. 일단 제목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유도해야 기자가 독자를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계곡에서 보낸 하루’, ‘영화관 나들이’처럼 일기식 제목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기사가 담고 있는 핵심 사건을 살짝 비틀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러 갔다가 아이가 자꾸 화장실을 들락거려서 영화를 잘 못 봤다는 내용의 글이라면, “망쳐버린 극장 나들이” 같은 제목보다는 “‘응가가 또?’ 영화표 끊고 화장실만 간 사연” 같은 제목이 더 낫습니다. 기분 나쁘지 않은 정도의 ‘낚시’는 제목에 꼭 필요합니다.
[퇴고하기]
14. 맞춤법을 틀리는 순간, 독자는 의심을 시작한다
독자는 냉정합니다. 자기를 불편하게 하는 기사나 귀찮게 만드는 기사를 참고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자의 작은 실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독자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기자의 실수가 바로 맞춤법, 띄어쓰기, 비문 같은 것들입니다. 사실이나 논리상의 오류보다 중요하다 말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독자의 눈에 쉽게 발견된다는 점에서 역시나 주의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독자는 그런 작은 실수를 통해서도 기자의 ‘수준’을 가늠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알고 있는 것을 기자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그 기사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떨어집니다. 국어사전은 기자의 필수품. 작은 실수로 독자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15. 반드시 소리 내어 읽으며 퇴고하라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주제부터 숨겨진 행간의 의미까지 잘 알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독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배경지식도 천차만별이고 문장을 읽는 능력도 제각각이죠. 독자는 기자가 종이 위에 남긴 ‘활자’를 따라 읽으며 기사의 주제를 찾아갑니다. 기사를 다 쓰고 나서 글자 하나하나를 소리 내 읽어보는 것은 최대한 독자의 입장에 가깝게 자신의 글을 다시 보는 과정입니다. 이미 자신의 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자가 눈으로만 자신의 기사를 읽으면 ‘의미의 덩어리’를 따라 뭉텅뭉텅 읽어나갈 뿐입니다. 한 자 한 자 소리 내 읽다보면 보이지 않던 오탈자나 비문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16. 나만의 편집자에게 먼저 평가받아라
기사를 쓰는 목적은 ‘나만 아는 것을 남도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독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기사를 보는 기회를 자꾸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두어 차례 퇴고를 마쳤으면 기사를 독자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먼저 한번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기사쓰기를 잘 아는 전문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대표해서 기사의 ‘간’을 한번 봐줄 만한 사람이면 됩니다. 기사의 주제가 잘 전달되는지, 막히는 문장은 어떤지, 독자의 관심은 어떻게 흐르는지, 소감을 한번 들어보는 거죠. 그 사람의 의견 가운데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일리가 있는 말이 있다면, 그것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손보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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