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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터 퇴고까지' 실전 기사 쓰기 비법(1/2)

글쓰기/글쓰기 강의

by 최규화21 2013. 9. 1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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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기]

1. 머리를 믿지 말고 수첩을 믿어라

뉴스는 공기처럼 많습니다. “신문에 실리는 일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 ‘기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주변에 있는 작은 것들을 늘 눈여겨보고 의심하는(!) 버릇을 가져야만 뉴스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메모. ‘에어컨 실외기를 왜 베란다 안에 설치할까’, ‘동사무소 옥상에는 왜 아직 새마을기가 게양돼 있을까’, ‘도로 중간중간 씽크홀이 왜 이리 많을까’ 생활 속에서 떠오르는 궁금증들을 그때그때 짤막하게 수첩에 메모해두세요. 나중에 수첩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면 다시 기사 아이템으로 살릴 수 있습니다. 수첩에 남긴 낱말 하나, 문장 하나에서 기사는 시작됩니다.


2.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것을 찾아라

이미 남이 쓴 것, 내가 아닌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것은 뉴스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찾아서 써야 뉴스가 됩니다. 주부라면 주부로서, 학생이라면 학생으로서, 직장인이라면 직장인으로서 잘 알고 있고 관심 갖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가 상대적인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차별적인 아이템이 나옵니다. 아무리 찾아도 기사거리가 안 보인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기사거리가 널려 있지만 ‘모르니까’ 안 보이는 거죠.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전문성을 키워나가면, 그 전에 보이지 않던 기사거리가 보이게 될 겁니다.


3. “이 기사 왜 쓴 거야?”

독자한테서 받을 수 있는 최악의 반응은 “이 기사 왜 썼냐?” 하는 것입니다. 잘 썼다 못 썼다 말하기 전에, 주제 자체를 알 수 없는 글이지요. 예를 들어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망사고를 가지고 기사를 쓴다고 하면, ‘사설 병영캠프의 문제점’에 대해 쓸 것인지 ‘학교 밖 체험학습의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 쓸 것인지, ‘군대문화를 학교에 주입하려는 교육자들의 문제’에 대해 쓸 것인지 주제를 분명히 정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주제를 정하지 않고 이것저것 나오는 대로 쓰다 보면, “이 기사 왜 썼지?” 하는 반응을 맛볼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할 건지, 주제를 ‘활자’로 분명히 적어놓고 기획을 시작해야 합니다.


4. ‘올드’ 속에 ‘뉴’가 있다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죠? 기사를 기획하는 데도 딱 맞는 말입니다. 이미 나온 기사들 속에는 훌륭한 ‘뉴스’가 숨어 있습니다. 이미 나온 기사 속에서 풀리지 않은 1%의 궁금증, 더 알아보고 싶은 1%의 호기심 같은 것들을 살려서 새로운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문에 노숙인들이 언제 어디서 연극 공연을 한다는 단신이 났다면, 그 공연의 주인공인 노숙인들을 만나서 인터뷰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노숙인들이 어떻게 연극을 하게 됐을까’ 하는 1%의 궁금증을 살려서 새로운 기사를 만들어내는 거죠. 관심 분야의 기사를 많이 읽고 스크랩해두는 버릇을 들이면 기사를 기획할 때 큰 밑천이 됩니다.


[취재하기]

5. 기자는 독자를 대신해서 물어보는 사람

기자는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기자는 쓰는 사람이기 전에 ‘묻는 사람’이고 ‘듣는 사람’입니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표해서 물어보고 대답을 들어서 글로 써서 전달하는 사람이 기자죠. 기자의 역할은 ‘묻는 것’, 바로 취재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훌륭한 기자는 ‘글을 잘 쓰는 기자’가 아니라 ‘취재를 잘하는 기자’인 것입니다. 문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뉴스 기사를 읽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장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 부실한 팩트를 글빨로 가리려는 ‘꼼수’는 버려야 합니다. 하나를 쓰려면 열 번을 물어야 합니다. 취재로 승부하세요.


6. 기사의 성공여부는 취재원을 만나기 전에 결정된다

취재는 취재원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미 나온 기사, 책, 인터넷 자료, 지인 등을 통해 가장 적절한 취재원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취재원에게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고 무엇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것인지 미리 목표를 뚜렷하게 세워야 합니다. 일단 만나서 이 얘기 저 얘기 해보겠다는 식으로 취재에 임하면, 정확한 답변을 끌어내기도 어렵고 취재원이 하는 말을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받아쓰게 됩니다. 취재원을 만나기 전 사전취재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알고 가야 합니다. 사전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는 심층적인 정보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자, ‘받아쓰기’ 기자 신세를 면하게 해주는 유일한 길입니다.


7. 육하원칙 육하원칙, 제발 좀 육하원칙!

기본은 달리 기본이 아닙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없으면 글 전체가 의심받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이라고 하는 것이죠. 기사의 기본은 육하원칙입니다. 육하원칙은 기사를 쓰는 단계에서만 생각할 요건이 아닙니다. 취재를 할 때부터 육하원칙에 맞게 내용이 준비돼야 그에 따라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이죠. 취재원을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취재원의 말 속에 나오는 행동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든 질문을 육하원칙이라는 기본에 맞게 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등 기본사실을 전달하는 데 소홀하면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자꾸 물음표가 자라게 되고, 결국에는 기사 속의 다른 정보들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8. 반론 없는 기사는 그냥 소문일 뿐

당연한 소리지만, 기자는 사실만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싸워서 주장이 맞부딪치고 있는데 증인이나 증거가 없다면 어떡할까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때 자기가 더 믿을 만한 사람의 말에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말만 듣고 기사를 썼다가 나중에 그것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다면! 결과적으로 기자가 사기를 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기자는 더 이상 사실에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이해당사자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반론이죠. 당사자의 반론이 없는 기사는 소문에 불과합니다. ‘카더라’ 하는 소문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라 사기꾼일 뿐입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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