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글은 수많은 문장으로 이루어집니다. 문장을 잘 쓰는 것은 글을 잘 쓰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 글의 구성이 아무리 좋아도 문장이 별로라면 글쓴이의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의사소통의 기본적인 단위가 되는 문장,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기억해야 할 열 가지 비법을 지금 공개합니다.
1. 꼬리가 길면 밟힌다? 문장이 길면 꼬인다!
문장이 길면 탈이 납니다. 문장은 첫째도 짧게, 둘째도 짧게 써야 탈이 없습니다.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은 되도록 한 문장 안에 주어와 술어가 한 번씩만 등장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한 문장 안에 다른 문장이 들어 있는 ‘안은 문장’이나 둘 이상의 문장이 이어진 ‘이어진 문장’을 쓰는 것보다는, ‘홑문장’으로 쓰는 것이 좋다는 말입니다. 문장 안에 주어와 술어가 여럿 등장하면 호응이나 시제, 수식 등이 꼬이기 십상입니다.
예를 들어 “흰 셔츠에 베이지색 치마를 입고 온 그녀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다”라는 안은 문장은 “그녀는 흰 셔츠에 베이지색 치마를 입고 왔다. 그녀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다”라고 풀어주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열두 시에 그녀를 만나서 점심을 먹고 공원에 들렀다가 두 시간이 지나서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나니 벌써 네 시가 되었다”라는 이어진 문장은 “열두 시에 그녀를 만났다. 점심을 먹고 공원에 들러서 두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다보니 벌써 네 시가 되었다”라고 풀어주는 게 좋습니다. 특히 같은 시간에 벌어지지 않은 일들을 한 문장 안에 길게 이어놓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말을 할 때는 마침표를 찍어가며 말하지 않기 때문에 말하는 대로 글을 쓰다보면 안은 문장과 이어진 문장이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문장을 쓰고 나서 꼭 소리를 내어 읽어보고, 주어와 술어에 동그라미를 쳐서 주어와 술어가 둘 이상씩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주어와 술어의 어울림은 어떤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당하는’ 사물이 아니라 ‘하는’ 사람을 주어로!
문장은 능동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우리의 사고과정은 ‘무엇이 누구로부터 무엇을 당했다’는 식보다 ‘누가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했다’는 식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수동으로 문장을 쓰면 읽는 사람이 머릿속으로 다시 주어와 목적어를 뒤집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당연히 의미전달에 방해가 되겠죠. 그리고 수동과 능동을 뒤섞어서 문장을 쓰다보면 호응이 맞지 않거나 우리말법에 어긋난 ‘틀린 문장’을 쓰기가 십상입니다.
예를 들면 “말복이의 손에 들린 의자가 햇살이 비치는 창가로 옮겨졌다”라는 문장은 ‘의자’가 주어가 된 수동형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말복이가 의자를 들어 햇살이 비치는 창가로 옮겼다”라고, ‘말복이’가 주어가 된 능동형 문장으로 바꿔주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문학적인 효과를 위해서 “그녀의 딸기 같은 입술이 내 눈에 들어왔다” 따위의 문장을 쓰는 경우는 있지만, 꼭 필요할 때만 가끔 쓰는 게 좋겠습니다.
3. 사실과 의견, 우린 함께할 수 없어!
사실은 사실로 쓰고, 의견은 의견으로 쓰는 것. 뻔한 소리지만 참 많이들 틀리는 것입니다. 문장을 홑문장으로 짧게 쓰면 예방할 수 있는 실수인데요, 한 문장 안에 사실과 의견이 섞여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한 문장에 전달하고, 의견은 다른 문장으로 덧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홍어축제에 참가한 1000여 명의 시민들 모두 축제를 만끽하는 표정이었다”라는 문장을 한번 볼까요? 이 문장에는 사실과 의견이 뒤섞여 있습니다. ‘홍어축제에 10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는 것은 사실이고, ‘모두 축제를 만끽하는 표정이었다’는 것은 의견입니다. 1000여 명의 시민들을 모두 인터뷰해서 그들이 축제를 만끽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이상 이것은 사실이 될 수 없습니다. 글쓴이가 그렇게 추측할 뿐이죠.
그렇다면 이 문장은 “홍어축제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라고 사실을 먼저 한 문장으로 쓰고, “홍어를 맛보며 즐거워하는 시민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라고 글쓴이가 눈으로 본 사실을 덧붙이거나, “시민들은 홍어축제를 만끽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임을 밝혀 써야 합니다.
덧붙여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축제를 만끽하는 표정’ 같은 표현은 실용문에서는 잘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체 어떤 표정이 ‘축제를 만끽하는 표정’인가요? ‘선한 인상’, ‘건강한 표정’, ‘편안한 얼굴’ 등의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모두 글쓴이의 주관이 반영된 표현입니다. ‘선한 인상’이라고만 달랑 쓰지 말고, 눈이 쳐졌는지 올라갔는지, 코가 큰지 작은지, 입이 튀어나왔는지 들어갔는지 보이는 대로 먼저 묘사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얼굴이 ‘선한 인상’을 주는지 어쩌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인 겁니다.
4. 환상의 짝꿍, 호응관계를 기억하라!
앞서 주어와 술어의 호응관계가 어긋나지 않도록 문장을 짧게 홑문장 위주로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호응관계는 주어와 술어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한 부사, 목적어, 조사, 시제 등과 술어 사이에도 ‘반드시 그렇게 써야만 하는’ 호응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밥을 많이 먹으면 반드시 졸린다”라는 문장이 있다면, 이 문장의 주어는 ‘말’이기 때문에 ‘졸린다’가 아니라 ‘졸린다는 것이다’라고 써야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나에게 물을 가져오시라고 했다”라는 문장은 높임법의 호응에 어긋난 문장입니다. 주어인 ‘할머니’를 높여야 하는데, ‘오시라고 했다’라고 하면 ‘나’를 높이는 것이 되기 때문에 ‘오라고 하셨다’라고 고쳐 써야 합니다.
이밖에도 ‘결코 ∼ 않다’, ‘왜냐하면 ∼ 때문이다’, ‘설사 ∼ 하더라도’, ‘기껏 ∼ 해야’, ‘비록 ∼ 하더라도’, ‘하물며 ∼ (이)랴?’, ‘만약 ∼ (이라)면’, ‘마땅히 ∼ 해야 한다’ 등, 특정한 부사와 서술어가 짝을 이루고 있는 호응관계들이 있습니다. 다른 말과는 어울릴 수 없는 ‘환상의 짝꿍’ 관계, 평소 언어생활에서 이와 같은 호응관계들을 잘 기억해야만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
5. 여긴 띄어야 하나 붙여야 하나... 원칙은 단순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글을 쓸 때 우리를 참 고민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띄어쓰기입니다. 띄어쓰기를 틀린다고 뜻이 완전히 전달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큰 아들(장성한 아들)’과 ‘큰아들(맏아들)’의 경우처럼 뜻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띄어쓰기를 틀리는 것은 문장의 완성도를 아주 손쉽게(?) 해치는 일이기 때문에 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늘 알쏭달쏭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띄어쓰기. 하지만 원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낱말과 낱말 사이는 띄어 쓴다. 단, 조사는 붙여 쓴다’는 것입니다. 조사가 뭐냐고요? 앞선 낱말을 주어로 만들어주는 ‘~이(가)’, 목적어로 만들어주는 ‘~을(를)’처럼, ‘앞선 낱말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말’입니다. 조사를 제외하고, 모든 말은 한 낱말을 단위로 띄어 쓰면 됩니다.
‘오래 전 그 날’이라는 노래 제목을 한번 볼까요? ‘오래전’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과거’라는 뜻의 한 낱말이고 ‘그날’도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날’이라는 뜻의 한 낱말이므로, ‘낱말 단위로 띄어 쓴다’는 원칙에 따라 ‘오래전 그날’이라고 써야 합니다. 그럼 ‘밥 보다 비싼 커피’에서 ‘보다’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여기서 ‘보다’는 동사가 아니라 ‘~에 비해서’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이므로 ‘밥보다 비싼 커피’라고 써야 합니다.
이 원칙은 수를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를 나타내는 낱말과 단위를 나타내는 낱말 역시 띄어 써야 합니다. ‘자동차 한대’가 아니라 ‘자동차 한 대’, ‘단돈 백원’이 아니라 ‘단돈 백 원’이 맞습니다. 신문 같은 데서 지면의 제약 등의 이유 때문에 이들을 붙여 쓰는 경우가 있지만, 원칙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합니다.
지면에 따라 붙여 쓰기도 하고 띄어 쓰기도 하는 말들이 또 있죠? 바로 ‘환경보호(환경 보호)’나 ‘지구온난화(지구 온난화)’와 같이 둘 이상의 의미로 나눠지는 한자어나, ‘보여주다’나 ‘일해오다’라고 할 때 쓰는 보조동사(‘주다’, ‘오다’)입니다. 이들은 한 편의 글 안에서 원칙을 정해 통일해주면 됩니다. 저는 지금 ‘통일해주면’이라고 썼죠? 그럼 이 글 안에서 보조동사를 모두 붙여 쓰는 것으로 딱 정한 겁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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