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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백배' 생활글 쓰기, 이것만 기억하면 만만합니다(1/2)

글쓰기/글쓰기 강의

by 최규화21 2012. 5. 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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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백배’ 생활글 쓰기, 이것만 기억하면 만만합니다

  - 당신을 ‘생활글 고수’로 만들 열두 가지 비법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이 가장 만만하게 덤벼(?)볼 수 있는 글 종류가 바로 생활글이 아닐까 합니다. 생활글은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수필(경수필)과 많이 닮았으면서 또 다른데요, 그것은 바로 ‘이야기’의 차이입니다. 수필은 생활 속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거기서 나온 정서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생활글은 ‘이야기’ 자체를 힘 있게 전달하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생활글을 쓸 때는 정서나 의미를 앞세우지 않고 이야기의 진정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이야기의 진정성을 잘 전달하려면, 생활글을 잘 쓰려면 어떤 점들을 기억해야 할까요? 그래서 크게 열두 가지로 한번 간추려봤습니다. 이 가운데는 비단 생활글뿐만 아니라 다른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로 생각해야 할 것들도 있고, 문장이나 단어 같은 ‘작은’ 부분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아, 그리고 블로그나 인터넷 매체용 글을 기준으로 생각한 것들이라는 점, 미리 알아주세요. 


  하나. 생활글에도 육하원칙이 필요하다!


  흔히 육하원칙이라고 하면 틀이 꽉 짜인 기사문에서나 따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활글도 글쓴이 자신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전제로 쓰인다면, 육하원칙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물론 기사문처럼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 순서로, ‘육하원칙을 중심으로’ 쓰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육하원칙을 빼먹지 말라는 뜻이죠. 특히 ‘언제’와 ‘어디서’는 잘 밝혀줘야 합니다. 그런 배경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글머리에서 대뜸 “내가 스무 살 때” 하고 시작하면 독자들은 내가 몇 살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게 1년 전인지 10년 전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가 스무 살이던 2001년에” 하는 식으로 써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이미 ‘아, 2001년은 이런 시절이었지’ 하는 ‘공통의 경험’에서 출발해 글을 읽게 되기 때문에 글쓴이만의 ‘독자적인 경험’에도 훨씬 빨리 접근할 수 있습니다. 


  둘. 독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글을 쓸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들도 알고 있다 믿는 것’입니다. 독자의 대상이 특정한 집단이나, 계층, 연령대 등으로 한정돼 있다면, 그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설명을 생략한 채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공개된 블로그나 인터넷 매체에 쓰는 글이라면 보편적 기준에 맞춰서 글 속에 언급되는 정보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김진숙의 강연을 들었다”라는 문장이 있다 칩시다. ‘김진숙’이라는 이름을 보면, 물론 대개의 사람들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85호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한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김진숙’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자신의 이모나 첫사랑이나 옆집 아주머니인 ‘김진숙’을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겠죠. 하지만 또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이렇게만 써놓으면 독자들은 ‘김진숙? 내가 아는 그 김진숙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멈칫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느냐? 그저 “‘한진중 크레인 농성’ 김진숙” 정도의 표현이면 충분합니다. 독자들이 ‘아~ 내가 아는 그 김진숙이구나’ 하고 다음 이야기로 고민 없이 따라올 수 있게만 해주면 그만입니다. 자기가 쓰는 용어 하나, 사건 하나를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지 늘 의심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만 아는 얘기를 자기만 신나서 떠드는’ 꼰대 같은 불친절한 글을 쓰게 되고 맙니다.


  셋. 독자는 ‘딴생각쟁이’. 계속해서 떡밥을 던져라!


  독자는 바쁩니다. 세월아 네월아 한가하게 인터넷 글을 읽는 것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할 일도 많고 시간도 없지만 그래도 뭐 읽을 만한 이야기가 없을까 하고 내 글을 클릭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글을 읽다가 조금이라도 흥미가 떨어지고 관심이 적어지면 바로 내 글을 읽다 말고 나가버립니다.


  그런 독자들을 붙들고 내가 전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게 하려면, 글의 중간 중간 독자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는 장치들을 잘 배치해야 합니다. 글의 머리에 흥미 있는 예화(에피소드)를 배치해서 독자의 관심을 끌고, 중간 중간 대화를 직접인용 해서 현장감을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욕쟁이 할머니가 내게 욕을 퍼부었다”라고만 쓰지 말고, 욕쟁이 할머니가 한 질펀한 욕을 큰따옴표 안에 그대로 옮기는 거죠. 그런 하나의 ‘장면’에 독자가 흥미 있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글의 제목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합창단원이 된 사연”같이 글의 주제를 곧이곧대로 표현한 제목보다는 “노래방 마이크도 못 잡던 나, 합창 무대에 섰습니다”같은 식으로 제목을 잡는 게 좋다는 말이죠. 그리고 중간 중간 넣어주는 중제도 마찬가지로 정해줍니다. 글을 쓰는 것은 독자의 ‘딴생각’과 벌이는 전투라는 점, 잊지 마세요. 


  넷. ‘말빨’이 아니라 이야기(팩트)로 승부하라!


  우리가 쓰려고 하는 것은 생활글입니다. 말 그대로 생활 속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소통을 이루는 것이 글을 쓰는 목표이고, 독자들도 그것을 위해 생활글을 읽습니다.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적인 글쓰기가 아니기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말빨’로 승부하려 하지 말고 이야기, 팩트 자체를 힘 있게 전달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시원찮으면 아무리 거창하고 수려한 문장으로 포장하려 해도 금방 밑천(?)이 드러납니다. 물론 이야기도 좋고 문장력도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포장만 신경 쓰느라 내용물이 부실하게 담기면 ‘말짱 꽝’입니다. 멋진 말, 예쁜 말을 억지로 갖다 붙여서 좋은 글인 것처럼 보이려 애쓰지 말고, 대화를 더 실감나게 전달하거나 장면을 더 생생하게 묘사하거나 사실을 사실 그대로 담아내는 것에 더 애써야 합니다.


  특히 자신이 겪은 일과 다른 사람한테서 듣거나 책에서 읽은 일이 같이 섞여 있다면, 자신이 직접 겪은 않은 그 이야기들이 정말 사실인지 확인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옆집 아저씨가 바람을 피웠다”라는 이야기를 아무리 화려한 말빨로 그럴싸하게 풀어내봤자, 알고 보니 옆집 아저씨가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나면 생활글로써 그 글은 ‘진실성’이라는 가장 큰 힘을 완전히 잃게 돼버리고 맙니다. 생활글의 힘은 첫째도 이야기, 둘째도 이야기에 있습니다.


  다섯. 독자의 머릿속에 단 하나의 장면을 남겨라!   


  둘도 아니고 하나만 남기면 됩니다. 독자가 ‘아~ 그, 편의점에서 점원이 손님이랑 소주 마신 이야기!’ 하고 기억할 만한 장면 하나만 남긴다면, 아주 훌륭한 생활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편의 글 안에도 여러 이야기가 들어갈 수 있고 또 그것은 여러 장면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심에 놓이는 하나의 장면을 잘 그려내면서 독자의 관심을 그곳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전하려고 하는 핵심적인 뜻을 담고 있는 장면을, 대화를 직접인용 하거나 상황이나 인물을 꼼꼼하게 묘사하는 등 극적인 방법으로 잘 담아내야 합니다. 독자의 관심을 그 장면에 잡아두고 다른 부차적인 이야기들을 잊더라도 그 장면을 기억하게 만들면,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이나 생각도 자연스럽게 독자의 머릿속에 남게 됩니다.


  모든 장면 장면을 불필요하게 세세하게 그려내는 것은 독자에게 과도한 집중력을 요구하게 되고 글을 늘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한 놈만 패!”가 아니라 “한 장면만 남긴다”는 생각으로 글을 구성하면 활자가 낭비되는 곳 없이 글이 단단해지고 효과적인 소통과 공감이 가능해집니다.  


  여섯. 자신을 드러내라. 독자는 그걸 읽는다!


  생활글을 쓰는 것은 글쓴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자신이 생활 속에서 겪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글의 목적이기 때문에, 자신을 감추고서 이야기의 껍데기만 전달하는 글은 생활글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글을 쓰려면 그냥 기사문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죠.


  생활 속의 경험과 그 속에서 얻은 글쓴이의 감정, 생각 등을 읽고 공감하기 위해 독자들은 생활글을 읽습니다.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노출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가공하지 않고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입니다. 잘못한 점은 잘못한 대로, 못난 점은 못난 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보여주는 것, 생활글의 매력은 그런 진솔함에 있습니다. 멋 부리고 꾸며내서 ‘좋은 얘기’만 하려면 그냥 소설을 쓰는 것이 낫습니다.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진정성의 매력’ 때문에 독자들은 생활글을 읽는다는 사실, 꼭 기억하세요.


(두 번째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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