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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백배' 생활글 쓰기, 이것만 기억하면 만만합니다(2/2)

글쓰기/글쓰기 강의

by 최규화21 2012. 5. 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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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이어집니다)


  일곱. ‘결론은 항상 주장, 규탄, 청유로…’ 그건 병이다!


  대학 입시 때문에 공식만 달달 외워서 배운 논술교육 때문인지, 어떤 글을 쓰든 결론은 ‘~해야 한다’, ‘~은 사라져 마땅하다’, ‘모두 ~해보는 것이 어떨까’ 등으로 맺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건 ‘병’입니다. 그러려면 그냥 논설문을 쓰면 되죠. 생활글에도 물론 글쓴이의 이런저런 생각이 담기지만, 그것이 논설문에서처럼 눈에 보이는 결론으로 표현된다면 아주 매력 없는 글이 됩니다.


  주장이나 규탄을 하고 싶으면, 그것의 근거가 되는 ‘이야기’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족합니다. 예를 들면 “내 월급 떼먹은 사장놈은 자폭하라”라고 쓰지 말고, 사장이 내 월급을 떼먹은 ‘이야기’를 꼼꼼하게 잘 보여주면 그만이라는 말입니다. 그 속에서 사장이 어떤 잘못을 했고 내가 얼마나 억울한 일을 겪었는지가 잘 드러나 보인다면, 독자들은 알아서 “아이고 저 나쁜 사장놈 혼나야겠다”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글쓴이가 격한 주장을 반복한다고 해서 그것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생활글의 힘은 ‘공감’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공감의 근거를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진실 그대로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공감은 따라오는 것입니다. 


  여덟. A4용지 두 장이 넘는 글은 그냥 책으로 내라!


  인터넷에서 어떤 글의 제목을 클릭해 들어온 독자들은 먼저 인터넷 창 오른쪽의 ‘스크롤바’부터 보게 됩니다. 스크롤바가 손톱만 하게 작아져 있으면 독자들은 ‘아 이 글은 너무 길구나, 다 못 보겠다’ 하고 글 읽기를 포기하고 나가버립니다. 독자들은 늘 바쁘고, 이 드넓은 인터넷 공간에는 내 글 말고도 읽을 글들이 무궁무진하게 많거든요. 특히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분들이 많은 시대에는, ‘스크롤바의 압박’을 느끼게 하는 긴 글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활글은 긴 설명이나 논리적인 입증이 필요한 논문 같은 글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길게 써야 할 까닭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한 편의 글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할 때, 컴퓨터 모니터로 읽기에는 A4용지 두 장 미만, 스마트폰으로 읽기에는 A4용지 한 장 미만의 글이 적당합니다. 생활글 한 편의 분량은 그 사이에서 정해지는 것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A4용지 세 장을 넘어가는 글은 차라리 적당한 곳에서 글을 나눠서 두 편의 글로 만들거나, 아니면 그냥 종이책에만 싣는 것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홉. 문장은 무조건 짧게, 두 번 읽게 만들지 마라!


  문장이 정말 좋고 외우고 싶어서 두 번 세 번 읽는 경우가 아니라면, 독자가 같은 문장을 다시 읽게 만드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생활 속의 이야기를 생활 속의 말로 전하는 생활글에서, 단어나 개념이 너무 어려워서 문장을 다시 읽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서 문장의 호응이 맞지 않거나 수식이 꼬여버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문장은 최대한 짧게 단문 위주로 쓰고, 한 문장 안에 너무 많은 수식을 넣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김밥집을 하는 똘식이의 아내는 경주최씨 충렬공파 35대손인데 얼굴이 예쁘고 몸매도 좋고 요리도 잘하지만 도벽이 있어서 똘식이는 늘 전전긍긍하는데 얼마 전에는 똘순이의 18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들어가 예물까지 훔쳐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겪었다”라는 문장은 한 문장 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 있고, 너무 많은 문장이 길게 이어지면서 꼬여버린 예가 되겠습니다. 이런 문장은 “똘식이는 김밥집을 한다. 그의 아내는 얼굴이 예쁘고 몸매도 좋고 요리도 잘한다. 하지만 그녀는 도벽이 있어서 똘식이는 늘 전전긍긍했다. 얼마 전에는 그녀가 똘순이의 아파트에 들어가 예물을 훔치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도로 정리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장이 길고 호응이 모호해서 독자가 글을 읽다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면, 독자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문장을 단문 위주로 짧게 쓰면 글을 쓰기도 편하고, 독자가 문장에 발목 잡히지 않고 이야기를 빠르게 따라오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덧붙여, 같은 수식어를 여러 문장에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네요. 그러면 글이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십상인 까닭입니다.


  열. 글말보다는 입말로, 내가 입으로 하지 않는 말은 쓰지 마라!


  생활글은 글말(문어)보다는 입말(구어)로 쓸 때 전달력이 더 세집니다. 다른 글도 마찬가지겠지만 생활글의 경우는 특히 더합니다. 왜냐하면 생활글의 소재는 생활 속에서 겪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밥은 사발에 담는 것이 좋고 국은 대접에 담는 것이 좋은 것처럼, 소재나 주제에 따라 그것을 전하는 데 어울리는 문장의 종류가 따로 있습니다.


  제 어머니를 아무리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작야에 모친께서 당신의 모시옷을 착용한 연후, 하절기에 착용이 용이하도록 수선을 하명하셨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어젯밤 어머니가 모시옷을 입어보시고는 여름에 입기 쉽게 손봐두라 하셨다” 하는 것이 ‘레알’ 생활입니다. 생활글은 이런 상황을 현실의 생동감을 그대로 담아 전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말로 하지 않는 글말보다는 생생한 입말을 그대로 살려 쓰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말이 글말인지 입말인지 잘 모르겠다고요? 기준은 간단합니다. 내가 평소에 직접 내 입으로 하고 사는 말들이면 입말, 글에만 쓰고 생활에서는 안 쓰는 말은 글말입니다. 차~암 쉽죠~잉?   


  열하나. 맞춤법, 띄어쓰기를 틀리는 순간, 독자는 의심을 시작한다!


  사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것은 글에서 ‘작은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눈에 가장 쉽게 띌 수 있는 오류들이기 때문에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글을 읽다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여러 번 틀린 것이 눈에 보이면, 독자는 이 글을 쓴 사람의 수준(?)을 의심하게 됩니다. 글에 대한 신뢰도가 확 떨어진다는 얘기죠.


  ‘맞춤법은 좀 틀렸지만 그래도 내용이 좋으니 끝까지 읽자’ 하고 생각해줄 너그러운 독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에이 이게 뭐야, 이 글 엉망이네’ 하고 글을 그만 읽게 됩니다. 그리고 글을 계속 읽더라도 그런 실수들이 자꾸 독자의 눈을 거슬리게 하면, 이야기에 집중하는 데 그만큼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쓰는 버릇을 들이면 참 좋습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 서비스 창을 띄워놓고 그때그때 확인하면서 글을 쓰는 거죠. ‘맞춤법 검색기’를 쓰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정확히 어디를 왜 틀렸는지 머릿속에 잘 안 남기 때문이죠. 국어사전을 잘 활용하면 맞춤법 실수도 줄이고 어휘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가지기 쉬운 나쁜 버릇들도 빨리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ㅋㅋ”, “^^”, “...” 등을 남발하는 것 역시 글의 신뢰도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나 그 사람만의 개성적인 말투 등을 직접인용 하여 살려 쓰는 것은 좋습니다. 물론 그것도 너무 지나치지 않게 선을 지키며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니 어제 어디 갔었노?” 정도는 괜찮지만 “이래 쌔그라븐 거를 우에 무라꼬 여 가따났노?” 정도가 되면 소통 자체가 좀 곤란하겠죠? 그럴 때는 그 뒤에 괄호를 치고 표준어로 풀어줘야 하고, 하나의 글 안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도록 적당히 양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열둘. 반드시 소리 내어 읽으며 퇴고하라!


  마지막으로 글을 고쳐 쓸 때, 반드시 소리를 내어 읽어봐야 합니다. 눈으로만 글을 읽으면 어떤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지 발견하기 힘듭니다. 내가 쓴 글이기 때문에 나는 이 문장이 어떤 의미의 덩어리로 구성됐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으로만 읽으면 그 의미 덩어리들을 기준으로 자연스레 읽어버리기 때문에 독자들이 읽을 때 어느 부분을 불편해할지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이 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들이 어떤 호흡으로 읽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으로 읽으면 의미 덩어리를 중심으로 대충 훑고 지나가게 되지만, 소리를 내어 읽으면 한 글자 한 글자를 놓치지 않고 읽게 돼 실수를 발견하기가 쉽습니다. 초등학교 국어시간 때처럼 큰 소리로 읽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작은 소리로라도 반드시 소리를 내어 읽고 다듬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가요? 너무 어렵나요? 열두 가지로 늘어놓긴 했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생활글의 줄기인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것인지, ‘독자와 하는 소통’을 처음부터 끝까지 염두에 두고 글을 쓰면 되는 겁니다. 생활글을 쓸 때나, 다 쓰고 나서 다듬을 때, 위에서 말한 열두 가지 조건들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견주어보면 훨씬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도 ‘생활글의 고수’가 돼볼까요!


  * 좋은 생활글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되겠죠? 월간 <작은책>이나 격월간 <삶이보이는창>, 인터넷뉴스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면을 보시면 생활글 쓰기의 교본으로 삼을 만한 글들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쓴 글을 위의 매체에 투고할 수도 있으니 기억해두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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