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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쓰기'의 열 가지 비법, 지금 공개합니다!(2/2)

글쓰기/글쓰기 강의

by 최규화21 2012. 6. 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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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이어집니다)


  6. 꾸미는 말은 몸말에 가까이, 더 가까이


  문장을 쓰다보면 꾸미는 말(수식어)을 많이 쓰게 됩니다. 앞서서 한 문장 안에 수식하는 절이 길게 들어간 ‘안은 문장’을 많이 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낱말로 된 꾸미는 말도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꾸미는 말이 많이 필요할 경우에는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것이 낫겠습니다.


  예를 들면 “예쁘고 키도 크고 마음도 착하고 돈도 많은 봉선씨가 어제 내게 청혼을 했다”라는 문장에는 몸말(꾸밈을 받는 말. 이 문장에서는 ‘봉선씨’)에 앞서서 꾸미는 말이 너무 많습니다. 그냥 “봉선씨는 예쁘고 키도 크고 마음도 착하고 돈도 많다. 어제 그녀가 내게 청혼을 했다”로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드느라 이런 문장을 쓰기는 했지만, 하나의 몸말을 꾸미는 말은 셋 이상이 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이 문장의 뒷부분에 ‘갑자기’라는 말을 한번 넣어볼까요? “갑자기 어제 그녀가 내게 청혼을 했다”라고 써도 뜻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가 내게 ‘갑자기’ 한 것은 바로 ‘청혼’입니다. 그렇다면 ‘갑자기’를 ‘청혼’과 가까이, “어제 그녀가 내게 갑자기 청혼을 했다”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꾸미는 말은 그 꾸밈을 받는 몸말에 최대한 가까이 있어야 뜻을 훨씬 더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꾸미는 말이 몸말과 나란히 있지 못한 경우, 쉼표를 찍어 뜻을 분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랑하는 두환이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라는 문장을 보면, 내가 두환이를 사랑하는지 두환이의 고양이를 사랑하는지 뜻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 ‘사랑하는’이 ‘고양이’를 꾸미게 하고 싶다면 “내가 사랑하는, 두환이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라고 꾸미는 말 뒤에 쉼표를 넣어주면 됩니다. 쉼표에는 ‘꾸미는 말이 바로 뒤에 나오는 말을 꾸미지 않음’을 나타내는 기능이 있습니다.


   7. 익숙해진 외국어 말법, 고치려면 고칠 수 있다!


  일본말법은 물론이고 요즘은 영어말법까지 우리의 언어생활에 시나브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외국어 낱말을 쓰는 것은 티가 나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리고 고칠 수 있지만, 외국어 말법은 번역된 형태로 ‘은근슬쩍’ 쓰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오래된 것들 중에는 우리말법인 것처럼 자연스러워진 것도 많습니다. 


  신문기사를 읽다보면 “아이유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라는 식의 표현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여기서 쓰인 ‘~와의’처럼 조사를 겹쳐 쓰는 ‘겹조사’는 일본말법에서 온 것입니다. ‘~에의’, ‘~로의’ 등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위의 예문을 “아이유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라고 고쳐도 뜻을 전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굳이 우리말법에 없는 겹조사를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가)’라는 주격 조사를 써야 할 자리에 ‘~의’라는 소유격 조사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와 전라북도 김완주 지사의 지방의료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표면상 형태는 다르지만 내용은 같다"라는 문장은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와 전라북도 김완주 지사가 지방의료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표면상 형태는 다르지만 내용은 같다"라고 써야 맞습니다. 또, ‘~되어지다’와 같은 이중피동 표현도 일본말법에서 온 것입니다. 가수 이용씨의 노래 제목 ‘잊혀진 계절’은 사실 ‘잊힌 계절’이라고 써야 맞습니다.


  이밖에도 ‘~에 있어서’, ‘~에 대하여’ 등도 모두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일본말법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에 있어 정보의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라는 문장은 “현대사회에서 정보의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라고 써야 합니다. 그리고 “장길산 의원은 그 의혹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라는 문장은 “장길산 의원은 그 의혹을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로 쓰면 되겠습니다.


  최근에는 영어말법의 흔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승기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라는 문장에서 ‘가졌다’라는 표현은 영어의 ‘have’를 그대로 번역하면서 쓰기 시작한 말입니다. 그냥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정도로 쓰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말법에 없는 영어의 완료시제를 번역해 쓰면서 “밥을 먹었었다”와 같은 표현도 많이 쓰입니다. 그냥 “밥을 먹었다”로 써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8. 그대로 따오면 큰따옴표, 뜻만 따오면 작은따옴표!


  글을 쓰다보면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다른 사람이 한 말에서 한 부분을 인용해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큰따옴표를 써야 할지 작은따옴표를 써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올 경우에는 큰따옴표, 그 말의 요지를 따와서 전할 경우에는 작은따옴표를 쓰면 됩니다.


  예를 들어 가수 송대관씨가 “내가 태진아랑 비교당하다니, 짜증 나 죽겠네”라고 말한 것을 인용한다면, <송대관씨는 “내가 태진아랑 비교당하다니, 짜증 나 죽겠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라고 큰따옴표를 써서 그 말 그대로 인용하거나, “가수 송대관씨는 자신을 태진아씨와 비교하는 것에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였다”라고 작은따옴표를 써서 그 말의 요지만 인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 문장 안에 인용문이 포함돼 있어서 따옴표를 닫은 뒤로도 문장이 이어진다면, 따옴표 안에 마침표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예 : 송대관씨는 “아, 짜증 나”라고 말했다.). 반대로 따옴표 안에 들어 있는 인용문만으로 문장이 끝난다면 따옴표 안에 마침표를 써야 합니다(예 : 송대관씨는 말했다. “아, 짜증 나.”).


  덧붙여, 한 문장 속에 인용문이 들어가는 경우에 따옴표 뒤에 ‘~라고’를 쓰든 ‘~하고’를 쓰든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라고’는 조사이기 때문에 따옴표 뒤에 붙여 쓰고, ‘하고’는 ‘하다’라는 동사의 활용형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엠씨몽이 “억울하다”라고 항변했다>라고 쓰거나 <엠씨몽이 “억울하다” 하고 항변했다>라고 써야 합니다.


  9. 글만 쓰면 어려운 말로... 쉽게 쉽게 씁시다!


  말할 때는 안 그렇다가도 글만 쓰면 어려운 말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쓸데없이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 등을 많이 쓰는 것은 독자들이 글을 읽는 것을 방해합니다. 글을 쓰는 목적은 내 생각이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소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이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이 나오면 독자들은 그 글을 쉽게 읽을 수가 없고, 결국 글을 쓰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특히 좀 높은 자리에 있거나 배운 티(?)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 가운데, “작금의 사태에 대한 깊은 우려와 유감의 정을 표하는 바이다” 같은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냥 “지금의 사태가 걱정스럽다”라고 하면 그만인데 굳이 어려운 말들을 이것저것 갖다 붙여서 문장이 축축 늘어졌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쓸 일이 많아지다보니 “어제 프리젠테이션한 기획안의 리스크에 대해 디테일한 테스트가 절대적이다”라는 식으로 영어를 마구 섞어 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제 발표한 기획안에서 무엇이 위험한지 반드시 꼼꼼하게 시험해야 한다”라고 써도 충분한데도요.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인지 늘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 사람의 처지에서 낱말 하나하나를 선택해야 친절한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 


  10. 기본 중의 기본, 국어사전을 끼고 살자!


  마지막 비법은 위의 모든 비법에 앞서는 것입니다. 바로 국어사전을 가까이 하는 것.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영어사전 없이 공부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우리말과 글을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휘력이 바탕에 탄탄하게 있어야 좋은 문장도 쓰고 좋은 글도 쓸 수 있습니다. 낱말의 뜻을 모르고 평소에 말로 들은 정도의 이해만 가지고 문장을 쓰면, 당연히 호응도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다 틀리고 맙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듯이 우리말 낱말장 같은 것을 만들어서 외우고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글을 쓸 때 늘 옆에 펼쳐놓고 그때그때 찾아보고 기억하면 됩니다. 한 번 찾아보고 그 낱말의 뜻이나 품사, 활용 등을 외울 수 있는 사람은 드물겠죠. 글을 쓸 때마다 반복해서 찾아보고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누리집을 열어두고 찾아보거나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하는 손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이제 이 비법들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많이 써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글 한 편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고 고쳐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독자의 평가’를 들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 썼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많이만 쓰는 것보다는, 한 편을 가지고 계속해서 고쳐 쓰면서 어느 정도 ‘완성된’ 글을 한 편 만들어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글 실력이 모자라서 남에게 보이기 부끄럽다고요?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아니 문장의 고수가 될지니! 용감하게 평가받고 꾸준히 고쳐 쓰면서, ‘좋은 문장 쓰기’를 위한 자신만의 비법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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