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시냐는 흔한 인사를 이렇게 진지하게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전화로 뉴스부터 봅니다. 간밤에 설마 어디서 무력충돌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궁금하고 무서워서 그렇습니다. 정말 전쟁의 기운이 코앞까지 다가온 요즘, 모두 안녕하신지 걱정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의 제재 결의 이후로 남북 정세가 거의 한 달째 얼어붙어가고만 있습니다. “벌초”, “불바다”, “타격”, “붕괴” 등 서로를 자극하는 말들이 오고 갔고, 그에 따르는 조치들도 여지없이 취해졌습니다. 남쪽에서는 미군과 합동으로 B-52와 B-2 등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했고, 북쪽에서도 최고 수준의 경계 단계인 ‘1호 전투태세’로 진입하고 상륙훈련 등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 어디에도 남북 사이의 ‘대화의 선’은 없습니다. 군사 통신선도 끊겼습니다. 북한은 ‘전시체제’를 선언했고, 유일한 ‘평화의 공간’인 개성공단마저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흔하게 있어온 전쟁위협과는 다릅니다. 양쪽의 머릿속에는 ‘핵전쟁’의 시나리오가 들어 있습니다. 모두, 죽자는 겁니다.
그렇지만 대개의 언론에서는 그저 북한의 허풍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정말로 한판 붙어보자는 생각인지도 모르지요. 전쟁으로 달리는 한반도에 평화의 브레이크를 걸어줄 ‘이성’을 찾기가 힘듭니다. 이른바 ‘진보’라는 동네도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평화를 말하다가 혹시나 ‘종북’으로 찍힐까 걱정하는 건가요. 아니면 정말로 이참에 북한의 세습정권, 군사정권을 무너뜨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평화가 없으면 진보도 없습니다. 평화가 없으면 민주도 없고 인권도 없고, 노동도 생명도 더는 외칠 수 없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야 평화를 말하는 것은 늦습니다. 그때는 ‘적군이냐 아군이냐’ 하는 흑백의 선택지만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평화’라는 말 한마디에 목숨을 걸어야 하겠죠. 오직 ‘아군의 승리’만을 글에 담고, ‘적군의 괴멸’만을 말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 평화를 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제주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를 막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수많은 분들의 수고를 알고 있습니다. 두물머리의 평화를 위해, 내성천의 평화를 위해 펜을 들고 수없이 현장을 오간 작가들의 헌신을 존경합니다. 용산참사의 현장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어김없이 평화를 말하던 이들의 용기 있는 실천들을 기억합니다. 그때처럼 지금도, 다시 한번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기대할 수는 없을까요.
호소합니다, ‘평화를 위한 이어쓰기’를. 단절된 대화의 길을 다시 열라고, 북한과 미국에 평화의 특사를 보내라고, ‘핵전쟁’ 계획을 거두고 평화협상을 시작하라고, 가장 먼저 죽어갈 이름 없는 목숨들의 이름으로 말해주십시오.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담아, 이곳에 아직 이성과 용기를 간직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십시오. 내일이면 늦습니다. 평화를 말할 수 있을 때, ‘칼보다 강한’ 펜으로 평화를 그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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