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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긴 글/리뷰

by 최규화21 2021. 12. 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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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줄줄이 단추가 어긋나고 만다. 우리가 거울을 보며 단추가 어긋나지는 않았는지 살피는 것처럼, 역사를 통해 우리는 오늘의 시간들이 어긋나 있지는 않은지 살필 수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 현대사는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는 평가를 들을 때가 많다. 바로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그림자 때문이다.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김종훈, 이케이북, 2020년)는 현충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김종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전작 <임정로드 4000km>와 <약산로드 7000km>를 통해 역사와 여행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바 있다.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역시 주제와 형식에서 전작들을 잇고 있다. 이들을 묶어 ‘김종훈의 항일 역사여행 3부작’이라 칭해도 좋겠다.

 

저자는 “백범과 약산을 통해 발견한 대한민국의 모순, 현충원의 잠든 친일파의 흔적을 찾아냈다”(325쪽).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일제강점기 항일과 친일의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선택한 친일파와 독립운동가가 함께 잠들어 있다. 책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한다.

 

지난해 7월 ‘백수’를 누리고 숨진 백선엽도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혀 있다. 간도특설대 장교로 항일세력을 탄압한 친일파이자, 동시에 한국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백 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다”(군인권센터 성명)라는 비판에도, 백선엽의 장례는 ‘육군장’으로 치러지고 그는 현충원에 안장됐다.

 

“국가공인 친일파 4인이 잠든 국립대전현충원 장군제1묘역에 서면 바로 알 수 있다. 평지 위에 바둑판처럼 조성된 독립유공자묘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왜 이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명당으로 불리는지, 이 책을 읽고 반드시 서보기를 추천한다. 계룡산 줄기 따라 뻗은 국가공인 친일파의 무덤들 아래 독립운동하다 생을 마감한 지사들의 묘가 펼쳐져 있다.”(6쪽)

 

평생 독립운동을 했지만 결국 친일파들의 발밑에 잠들게 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뭐라 말하기 힘든 착잡하고 서글픈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하지만 감정은 감정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믿는다. 마음이 가는 곳에 눈이 가고, 눈이 가는 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아왔다.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온다. 수십 년째 단추가 어긋난 채로 살아오고 있는 우리에게 광복절은 어떤 날이 돼야 할까.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와 함께, 한국 현대사의 ‘잘못 채워진 첫 단추’, 아니 ‘새로 채워야 할 첫 단추’를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쓴 이유는 단순하다. 친일과 항일이 공존하는 현충원, 직접 찾아가 눈으로 보고 ‘현실’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러다 보면 잘못된 현실을 바꾸는 데 우리의 목소리와 행동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323쪽)

 

- 책방아이 북큐레이터 2021. 8. 9. https://blog.naver.com/ibook2017/22246315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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