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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자를 위한 약속>

긴 글/리뷰

by 최규화21 2021. 12. 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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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버나움’에서 자인은 ‘사랑받고 존중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자인이 꿈꾸는 그 세상, 모든 아동이 사랑받고 존중받는 그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담은 작은 이야기이다.”(「가장 작은 자를 위한 약속」 12쪽)

 

<가장 작은 자를 위한 약속>(국민북스, 2020)은 열두 편의 영화를 통해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아동인권 감수성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두 명의 아동인권 옹호가, 김인숙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사와 이선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팀장은 영화 이야기로 우리 안의 아동인권 감수성을 깨운다.

 

두 사람이 함께 본 영화는 ‘칠드런 액트’(2019), ‘가버나움’(2018), ‘우리들’(2015), ‘헬프’(2011), ‘보희와 녹양’(2018), ‘코러스’(2005), ‘스포트라이트’(2015),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2001) 등이다.

 

열두 편의 영화 이야기는 기본적인 줄거리부터 저자들의 감상과 비평을 거쳐, 아동인권 관점의 제시까지 점진적으로 구성돼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도 점점 깊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

 

저자들은 열두 편의 영화를 보고 아동인권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지만 여기 소개된 영화들을 모두 '아동인권 영화'라는 이름으로만 수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주제나 의도가 아니라, 보는 이의 관점이다. 저자들은 아동인권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영화를 읽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했다.

 

우리가 어떤 언어로 세상을 읽는지에 따라 세상은 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서 저자들이 거듭 당부한 바람은, 우리 모두가 아동인권이라는 언어로 세상을 읽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이가 희생되는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분노한다. 슬픔을 무기로 싸운 이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변한다. 하지만 분노가 식으면 관심도 떠난다. 정치인들은 관심이란 떡밥을 따라다니는 잉어 떼다. 국민의 관심이 떠난 주제에 시간을 쏟지 않는다. 또 다시 한 아이가 죽으면, 허망한 분노가 또 한 번 반복될 뿐이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목숨에 빚져가며 제도의 작은 부분 하나 고치는 것으로 위안 삼아야 하는 걸까. 법을 고치는 일은 너무 더디고, 그 사각지대에서도 아이들은 ‘지금’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이 눈앞의 아이들을 지키고 살려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아동인권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이웃의 옹호자가 되고 또는 내 이웃이 나의 옹호자인 세상,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옹호가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얼마나 든든하고 위로가 될까? 인권은 법과 제도, 인권기구나 유엔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와 내 이웃이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지켜가는 것이다.”(117쪽)

 

- 책방아이 북큐레이터 2021. 6. 1. https://blog.naver.com/ibook2017/22237925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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