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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캐스트] “과학만의 매력 분명, 편집자에게 새 동기부여” - 배수원 반니출판사 사업부장

긴 글/인터뷰와 현장기사

by 최규화21 2016. 12. 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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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DB

[북스타캐스트] “과학만의 매력 분명, 편집자에게 새 동기부여” - 배수원 반니출판사 사업부장

12월 7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열린 ‘2016 올해의 출판인상’ 시상식에서 편집부문상을 수상한 배수원 반니출판사 사업부장

“여전히 이 자리에서 책을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한 위로와 격려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편집 일을 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016 올해의 출판인상’ 편집부문상을 수상한 배수원 반니출판사 사업부장의 소감이다. ‘올해의 출판인상’은 450여 개 출판사로 구성된 출판인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윤철호)가 수여하는 상이다. “출판계 발전에 모범이 될 만한 문화·산업적 성과를 이루고 활발한 출판 활동을 펼친 분”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로 열여섯 번째를 맞이했다.

반니는 인터파크도서의 출판 브랜드다. 2013년 3월 첫 책을 출간한 뒤로 현재까지 모두 56권의 책을 출간했다. 과학 분야 해외의 양서를 부지런히 소개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과학전문 출판사로 자리를 잡았다. 배수원 부장은 1989년 출판계에 입문한 베테랑 출판편집인으로, 반니의 탄생과 성장을 일군 주인공이다.

배수원 부장을 ‘2016 올해의 출판인상’ 후보로 추천한 곽미순 한울림 대표는 추천의 글을 통해 “뼛속 깊이 편집자의 DNA를 장착한 인간”이라고 그녀를 소개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책이 있다”며 “기-승-전-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책의 미래와 편집자로서의 여정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더 책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그녀를 추천했다.


‘2016 올해의 출판인상’ 시상식이 열린 다음 날, 12월 7일 서울 삼성동 그녀의 일터에서 배수원 부장을 만났다. 그녀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일이 편집자”라며 “나 역시 은둔형 인간인데 이번 상으로 너무 드러나서 괴롭다”라는 엄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래는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큰 상을 받으셨습니다. 소감부터 여쭙겠습니다.

(수상자 선정) 연락을 받고는 너무 놀랐죠. 우리나라에 편집자가 몇 천 명은 될 텐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상을 받게 된 이유를 잘 생각해보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출판사에 입사해서(1989년 3월) 지금까지 쭉 책 만드는 일을 했어요. 여전히 이 자리에서 책을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한 위로와 격려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출판계에 입문해서 지금까지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 정말 오랫동안 일을 한 거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편집 일을 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다른 일을 했으면 이렇게 오래 하지 못했을 거예요.

 

“과학이라는 새로운 세계, 초심자 마음으로 돌아가게 해”

Q 지난해 한국일보에 기고하신 글을 보니, “출판사명도 로고도 심지어 인원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반니를 시작했다고 쓰셨더라고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맞아요. 2011년 12월이었는데요, 저 혼자 책상 하나 덜렁 있는 데서 시작했어요.(웃음) 반니가 처음에는 출판과 함께 콘텐츠 사업도 할 계획이었어요. 나중에 출판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첫 책이 늦게(2013년 3월) 나오게 된 거예요. 처음부터 과학전문 출판을 하려고 정했던 것은 아니고요, 지식의 대중화를 위한 책을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했죠. 그러다가 점차 과학 쪽으로 초점을 맞추게 됐어요.

Q 대부분의 책이 해외 저자의 번역서입니다. 일부러 해외 저자들의 책을 고집하시는 건가요?


100% 해외 저자의 책이에요. 5년 전 당시만 해도 과학출판계가 척박했어요. 책도 없고, 교양서를 쓰는 국내 저자도 거의 없다시피 했고요. 그래서 해외의 좋은 책을 들여오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지난 5년 사이에 과학출판이 굉장히 성장했어요. 과학 출판사도 많아지고요. 그건 시대적인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인문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눈뜨게 됐고, 그게 과학 책의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저자들도 늘어났고, 김상욱 부산대 교수 같은 스타작가들도 생겨났고요. 이제는 국내 저자들의 책도 만들어나가야죠.

Q 첫 책 이후로 3년 9개월 동안 60여 권의 책이 나왔고, 반니는 과학전문 출판사로서 자리를 잘 잡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되는 데 일등공신으로 꼽을 만한 책은 어떤 책인가요?


너무 많아요.(웃음) 순위를 매길 수는 없는데, 첫 책 <뇌, 인간을 읽다>(마이클 코벌리스)가 의미가 있었어요. 유명 저자도 아니었고 아마존 순위가 높은 것도 아니었어요. 이 책을 굉장히 공 들여 만들었어요. 책 속 일러스트는 전부 저희가 출간하면서 그려 넣은 거예요. 다들 원서에 있던 일러스트냐고 물어보시던데.(웃음) 디자인에도 굉장히 신경을 쓰고, 제목도 한 달은 고민한 것 같아요. 1쇄만 다 나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도 안 돼서 2쇄를 찍었어요.


그리고 그해 9월에 <위대한 수학 문제들>(이언 스튜어트)이 나왔어요. 내용도 좋았고, 제목도 잘 지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수학 난제들에 대한 내용이라 굉장히 어려운 책이거든요. 그런데 그 책이 반니를 먹여살렸죠.(웃음) 그 다음에 나온 <퀀텀 스토리>(짐 배것/ 2014년)는 양자역학의 100년사를 다룬 600페이지나 되는 책이에요. 가격도 2만7000원이나 되는데, 그 책이 2014년 첫 책으로 나와서 많이 팔렸죠. 그 책이 바로 반니가 본격 과학전문 출판사로서 도장을 찍게 해줬죠.

Q 과학전문 출판사로서 반니만의 경쟁력,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작년부터는 출간 종수가 거의 1위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아카데믹한 과학 책과 대중적인 교양과학 책의 중간을 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양과학 책 쪽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죠. 반대로 너무 아카데믹한 책만으로는 과학을 대중화하는 데 부족하고요. 그 중간이 필요한 거죠. 아마존 순위를 보면 과학 책이 정말 순위가 높아요. 굉장히 탄탄한 과학 독자군이 있는 거죠. 그런 시장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에 그걸 구현해보고자 하는 바도 있습니다.

배수원 부장은 ‘반니를 과학전문 출판사로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으로, 세 권의 책 <뇌, 인간을 읽다> <위대한 수학 문제들> <퀀텀 스토리>를 꼽았다.

“편집자는 일신우일신 해야… 책 만드는 건 같지만 모든 책은 다 달라”

Q 반니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과학출판을 시작하셨습니다. 과학출판만이 갖는 매력은 뭘까요?


저 역시 뼛속까지 문과생이에요.(웃음) 그런데 과학계 사람들을 만나보니까 그들만이 갖는 매력이 분명 있더라고요. 과학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하면서 매력을 느꼈어요. 그런 게 동력이 되는 거죠. 새로운 세계잖아요. 오래 편집자 일을 해왔는데도 또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게 저한테 동기부여를 많이 해주는 거죠. 제가 그동안 30년 가까이 만들어온 책들을 또 만들라고 했다면, 이렇게 도전의식에 불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거죠. 저로서는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반니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들이잖아요.

Q 지금 반니에서 일하는 시간은 출판편집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첫 책이 나왔을 때는 제가 직접 서점에 가서 계약하고, 신생 출판사라고 설움도 당하고 그랬어요.(웃음) 주문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영업도 직접 했던 거죠. 사실 제가 출판사에 오래 근무했어도 각 업무 담당자들이 다 따로 있는 데서만 일했거든요. 반니에서는 온갖 것들을 다 직접 한 덕분에, 책 한 권 한 권에 대한 애정이 말 그대로 폭발이었죠, 폭발.(웃음)


편집자는 계속해서 자신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자세가 있어야 해요. 계속 책을 만든다는 건 똑같지만 모든 책은 제각각 다 다르거든요. 과학 책을 만드는 일은 지금까지 해온 일과 굉장히 다르다고 느껴져요. 어떤 사람들은 저한테 ‘그렇게 오래 책을 만들었는데 지겹지도 않아?’ 하는 말도 하는데, 만들 때마다 새로워요.

Q 출판편집인으로서 자신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장점 없어요.(웃음) 다만 이런 얘기는 하고 싶어요. 2~3년차 편집자들은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요. 5년차가 되면 자신감이 하늘을 뚫고 나가요.(웃음) 저 역시 그랬겠죠. 그런데 10년이 되고 보니까 그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왔어요. 그 뒤로는 다른 이야기들을 계속 들어보려는 자세가 생겼고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계속 변수와 맞서는 일이고, 정해진 매뉴얼이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게,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던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출판편집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반니를 키우는 게 목표예요. 지금 반니가 성장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내년에 다시 한번 반등을 해서 어느 정도 규모도 갖추고 브랜드 파워도 갖기를 바라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좋은 편집자로서, 현역 편집자로서 은퇴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에요.

사진 : 반니출판사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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