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터뷰] 문영심 “이석기 사건은 최악의 대국민 사기극” 당신께 묻고 싶다. 이석기가 거기 왜 있어야 하는데? 이승만에게 사법살인을 당한 조봉암은 52년 만에, 박정희에게 사법살인을 당한 민청학련 관련자 8명은 32년 만에 재심을 받고 무죄가 되었다. 이석기가 나온 자리에 누가 있어야 하는지는 우주가 안다. 소설가 장정일이 ‘시사IN’에 쓴 <이카로스의 감옥>(문영심/ 말/ 2016년) 서평의 마지막 대목이다. 2014년 12월 19일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한 날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광풍처럼 신문지상을 도배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통합진보당’ 그리고 ‘이석기’. 두 단어를 읽는 독자의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은 잘 안다. <이카로스의 감옥>은 당신의 그 불편함은 무엇 때문인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실체 없는 내란으로 행위 없이 처벌... 이석기는 무죄다” Q 부담스러운 주제입니다. 책 머리말을 보니, 참 오랜 시간 고민한 뒤에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써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결정적으로 무엇 때문이었나요? 재판기록을 보면서, 이렇게 아무 내용도 없는 걸 갖고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합정동 강연 녹취록 한 장을 가지고 뭘 수사하겠어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어마어마했지만, 결국 RO니, 내란음모니 하는 건 다 없는 걸로 결론 났잖아요. 그게 이 사건의 실체죠. 추가로 구속된 사람들까지 10명 가운데 8명한테는 내란과 관련된 혐의를 입증하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그들의 무고함을 밝히는 게 첫 번째였고, 아직도 국가보안법 아래에 있는 우리 시대의 텍스트를 기록하자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두 번째 이유였어요. Q 머리말에 보면 ‘객관적 거리두기’가 어려웠다는 고백도 있습니다. 집필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역시 그 부분이었나요? 현상보다는 본질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책이 가치를 가지려면 시대 상황이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본질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있었어요. 결국 분단과 역사, 인권의 문제죠. 분단의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는 공안사건들. 그 사건들의 본질적인 문제는 인권탄압이잖아요. 그 셋은 서로 맞물려 있더라고요. 진짜 내란범들은 권력을 누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실제로는 아니지만 내란범으로 몰린 사람들은 감옥에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Q 지금 드릴 질문은 사실 간단히 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없이는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들은, 왜 무죄인가요? 가장 핵심적인 이유만 이야기해주시죠. 이 사람들을 처벌한 증거(합정동 강연 녹취록)는 명백하게 불법적인 증거입니다. ‘내란음모는 무죄, 내란선동은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많은 법학자들이 ‘만약 내란음모 혐의가 없었다면 애초에 기소조차 못했을 사건’이라고 말했어요. 법적인 처벌 대상은 ‘행위’예요. 의도가 아니라 행위. 이들에게는 행위가 없어요. 심지어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이 사건 내용이 해석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대요. ‘행위가 없는데 어떻게 내란이 되고 처벌을 받느냐?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창피스러운 일이죠. 실체 없는 내란으로 행위 없이 처벌받은 사건. 그래서 저는 그들이 무죄라고 생각해요. Q 만약 정권에서 공안사건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만들어낸 사건이라면, 그 대상은 왜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이 돼야 했을까요?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를 해소하자, 북한과 자주적인 입장에서 통일하자고 이야기하는 정치세력을 말살하겠다는 기획이죠. 이 정권이 보기에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10%는 결코 적은 게 아니에요. 야권연대 때문이죠. 정권창출에 있어서, 이 10%는 야권연대를 통해 언제든지 50%가 될 수 있는 세력이에요. 대단한 위협인 거예요. 이정희를 대표로 하는 구 민주노동당 세력을 제거하고, 야권연대의 중심이었던 이석기를 제거하고. 게다가 당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정국이었잖아요. 정국까지 전환할 수 있는 1타 3피의 효과가 있는 거였죠.
“취재하지 않는 기자, 검증하지 않는 언론... 정말 유감스럽다” Q 이 사건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의 3쇄를 찍을 때 띠지에 쓴 문구가 제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박근혜 정권 최악의 대국민 사기극.” 적절한 명명이라고 생각해요. Q 책에서, 언론에 대한 강한 비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 초기 많은 언론들이 국정원이 흘린 정보를 받아쓰면서 당사자에게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고요. 국정원에서는 북한과의 연계설을 집중적으로 흘렸죠. 이석기 의원을 거의 고정간첩으로 보는 언론 보도도 많았고요. 사실 2012년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 때도 ‘주사파가 국회에 입성했다’는 식의 보도가 엄청 많았어요. 검증하지 않고 쓰는 기사들, 소위 지식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SNS에 올리는 이야기들이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되거든요. 취재하지 않는 기자들, 검증하지 않는 언론이 정말 유감스러웠죠. 그리고 절대로 반성도 안 합니다. 이석기가 감옥에서 9년이나 보내야 하는 것이 맞는지,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 것이 맞는지 정말 물어보고 싶어요. Q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어쨌거나 정당 해산은 옳지 않다. 여기는 민주주의 국가니까.’ 하는 정도의 태도는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쨌거나’라는 것은 굉장히 위선적인 태도예요. 행위가 없는 사건에서 잘못된 판결이 내려졌으면 ‘유죄 판결이 잘못’이라는 말이 먼저 나와야죠. ‘어쨌거나’는 그 다음에 들어가야 돼요. 그들이 잘못한 게 있다면 정치적으로 비판을 받아야지 감옥에 넣고 처벌할 일은 아니라고 얘기해야 되는 거예요. ‘너희들은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감옥에 좀 있어라’ 하는 건, 말 팔아먹고 글 팔아먹는 사람으로서는 할 이야기가 아니죠. Q 사건 이후로 구속자 가족들이 겪은 인권침해 사례 이야기들을 마음 무겁게 읽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이, 사건 이후에 아파트에서 마주쳤는데 자기를 피해 가더래요. 자기가 무슨 전염병자라도 되는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빨갱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학교에 못 가겠다고 할 때, 가족들이 느껴야 했던 그 암담한 심정… 출간 이후 북콘서트에서, 갑자기 어떤 분이 와서 저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어요. 구속자 부인이었어요. 사실 구속자 가족들을 만나서 취재하고 집에 가서 녹취파일을 다시 들으면서 저도 많이 울었어요. 왜 이래야 되나. 책 쓰는 거 자체가 고통스러웠어요.
“RO 없다는 판결에도 낙인 찍기 되풀이... 배제와 소외 계속” Q 구속자들에 대한 국내외의 구명 움직임이 계속돼온 것으로 압니다. 소개해주실 만한 주요한 움직임이 있나요? 구명위원회가 그동안 해외에서 주로 활동한 것은, 국내에서는 ‘종북’이라는 낙인이 워낙 무겁게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설 자리가 없는 거예요. 참 서글픈 거죠. 하지만 최근 ‘박근혜 탄핵’ 촛불정국이 되면서 국내에서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대요. 벌써 3년이 넘어갔는데, 이들을 계속 감옥에 놔둬야 하는지 묻고 싶어요. 전두환조차도, 김대중을 내란범으로 감옥에 가뒀다가 2년 반 만에 미국으로 보내줬거든요. 내란죄 최장기 복역 기록을 날마다 경신하고 있는 상황인데, 답답하죠. Q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당 해산 이후로 근 2년 만에 다시 언론 앞에 나왔어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고, 그에 따라 이정희 전 대표 등이 12월 5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Q 최근의 촛불정국에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해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고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촛불에 편승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Q 부담스러운 주제로, 긴 고민 끝에 쓴 책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라십니까? 사람들이 저한테 ‘왜 하필 이석기에 대한 책을 썼느냐’ 하는 이야기를 해요. ‘이석기가 누군지 잘은 모르지만 그 사람은 좀 아닌 것 같아’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여튼 기분 나쁘고 하여튼 싫다는 사람들. 결국 언론의 이미지 덧씌우기에 당한 그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이미지를 만들어낸 당사자인 기자들. 사람은 자기가 만든 이미지를 자기가 믿어버려요. 그런 식으로 덫에 빠진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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