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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의 한 장면(ⓒ조정래)
“외교부 차관이 왔는데 멱살을 잡고 흔들려다 참았다. 정부가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려 한다.”
2015년 12월 30일 1211회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한 말이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는 평소보다 다섯 배 정도 많은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12월 28일 한·일 정부가 ‘깜짝 발표’한 위안부 합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합의의 요지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는 이에 10억 엔(약 97억 원)의 자금을 출연한다는 것. 하지만 “불가역적 해결” 등 합의의 해석 문제와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은 물론 국민들이 알 수 없게 비공개로 진행된 협상의 과정 문제까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12월 30일 수요시위 현장에서는 또 다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눈물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픈 역사의 살아 있는 증인이지만 해방 이후 70년이 지나도록 한을 풀지 못하고 있는 그들. 지금이야말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돌이켜보고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닐까. 증언 기록부터 사진, 그림책, 시, 만화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남아 있는 그들의 삶 이야기를 다시 한번 찾아 읽어본다.
[역사] <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
“한시라도 빨리, 일본 정부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와 보상을 하기 바랍니다.” 저자 이시카와 이쓰코가 1993년 초판 이후 20년 만에 개정판을 내며 한 말이다. 시인이자 평화사상가인 저자는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뿐 아니라 직접 일본군 병사로 참전한 이들의 증언과 편지, 일기, 공문서 등을 통해 진실을 좇았다.
[역사] <빨간 기와집>
배봉기 할머니(1914~1991)는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주인공이다. 그는 1944년 도카시키 섬으로 끌려가 ‘빨간 기와집’이던 위안소에서 성노예가 됐다. 몇 년에 걸쳐 반복된 취재 작업을 통해 그의 이야기는 70여 시간분의 테이프로 남았고, 이 책은 그 솔직한 증언에 힘입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역사] <겹겹>
12월 25일 도쿄에서 이례적인 판결이 있었다. ‘위안부’를 주제로 한 사진전을 거부당한 사진작가가 니콘을 상대로 승소한 것이다. 이 책은 소송의 주인공인 재일한국인 작가 안세홍이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기록한 포토 에세이다. 작가는 12년 동안 그들을 찾아다니며 세월의 아픔과 한을 사진에 담았다.
[아동] <소녀의 눈물>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의 삶을 동화로 그려냈다. 시골 소녀가 겪어야 했던 전쟁의 현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와 살아온 삶, 가족들과 헤어져 ‘나눔의 집’에서 찾은 새로운 삶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저자 박정연은 ‘위안부’ 동화의 영문본 제작·배포 등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동]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기림비’와 ‘평화의 소녀상’은 국내에 24개, 국외에 10개가 세워져 있다. 2013년 처음으로 외국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고 있다. 저자 윤문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제적 주목을 촉구하는 데 작은 역할이나마 하기 위해서 이 그림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아동] <소녀 이야기>
주인공인 고(故) 정서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이 책은 그가 열다섯 살 때 위안소로 끌려가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피해 증언 당시 녹음된 육성으로 먼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이후 그림책으로 다듬었다. 애니메이션 영상의 효과로 마치 할머니가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듯 생생하게 전해진다.
[시] <천개의 눈물>
일본군에 강제로 연행되거나 납치돼 성노예로 고통스런 삶을 산 한국의 어린 소녀들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시집이다. 수록 시들은 한-영-일 세 언어로 대역돼 실렸다. 고은 시인은 “어제의 민족가해와 어제의 인권폭거의 야만이 오늘의 형상의지에 착실하게 담겨 있다”고 이 책을 추천했다.
[만화] <곱게 자란 자식>(1~3)
“읽는 내내 소름 끼치고 눈물이 나올 거 같다”는 반응 속에 ‘네티즌의 국사 교과서’라는 별명을 얻은 동명의 웹툰을 엮은 책이다. 식민통치가 정점으로 치닫던 1942년 전라도의 가난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일제의 수탈과 ‘위안부’ 문제를 그린 작품이다. 2014년 3월 1권 출간 이후 2015년 8월 3권까지 출간됐다.
[만화] <나비의 노래> <도라지꽃> <시선>
2014년 1월 개최된 41회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1차 세계대전 100주년을 맞아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요 테마로 삼았다. 당시 ‘지지 않는 꽃’이라는 제목으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만화를 전시한 한국 전시회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때 전시된 만화들을 세 권의 책으로 구성해 발간했다.
[예술] <역사가 된 그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아픔과 상처가 담긴 그림들을 엮은 책이다. 일곱 분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2005년부터 미술치료를 시작했다. 책에는 그들이 마음을 터놓고 그림에 감정을 투영시켜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시 태어나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고 싶다던 고 김화선 할머니의 그림은 기억해야 할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