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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스토리] '송곳'처럼 뚫고 나온 직장의 리얼리티

책소식/책 소개

by 최규화21 2015. 10. 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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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DB

[이슈앤스토리] ‘송곳’처럼 뚫고 나온 직장의 리얼리티

 


“저도 시어머니도 마트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마트의 횡포라든지 고객들의 불만, 일하는 직원의 설움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불경기라 저희 마트도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며 간신히 견디고 있어요. 마치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더욱 기대되고 많은 비정규직의 서러움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드라마 ‘송곳’ 홈페이지에 한 시청자가 남긴 기대평이다. 10월 24일 종합편성채널 JTBC는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송곳’의 방영을 시작했다. ‘송곳’은 현실에 굴복하지 못하는 주인공 이수인(지현우 분)과 냉철한 조직가 구고신(안내상 분)이 대형마트 ‘푸르미’를 배경으로 등장해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웹툰 연재 때부터 이미 날카로운 현실인식과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로 유명한 작품이다.

‘송곳’이 보여주는 것은 직장인의 로맨스라든가 샐러리맨의 야망과 성공 따위가 아니다. 진짜 우리 회사에서, 공장에서 확인되는 무겁고도 선명한 리얼리티. 일, 직업, 근로, 직장생활, 알바 등 여러 단어로 표현되는 ‘노동’의 참모습이다. 담론이 아니라 현실로, 논쟁이 아니라 현장으로 한국사회 ‘노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책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노동의 현실을 대표하는 네 가지 키워드와 함께 열 권의 책을 소개
한다.


[# 悲정규직]

<송곳>의 출발점은 푸르미마트의 비정규직 정리해고 결정이다. 명대사가 많은 것으로 잘 알려진 <송곳>. 비정규직에 대한 구고신의 한마디는 가슴을 찌른다. “비정규직, 고생은 제일 많이 하는데 책임도 제일 많이 지라는 소리야. 개척할 미래도 없고 계발할 여유도 없어. 이건 형벌이요. 만기 없는 형벌.


"정리해고라는 현실에 맞닥뜨린 비정규직들의 모습은 <땅 딛고 싸우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케이블방송 설치수리 노동자에 대한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케이블방송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정리해고로 촉발된 노숙농성 177일, 고공농성 50일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사태를 만들어낸 케이블방송 업계의 고질적인 반(反)노동적 실태를 파고들어 정리했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활동가 박점규가 쓴 <노동여지도>에서도 비정규직의 현실을 볼 수 있다. 스물여덟 곳의 노동현장을 취재하고 쓴 이 책에는 ‘세계 1위 비정규직 공항’, ‘직영 아빠와 하청 아들, 서글픈 부자도시’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해고는 살인]


2009년 5월 쌍용자동차 노조가 정리해고에 맞선 싸움을 시작하면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음은 이후 만 6년 동안 해고자와 퇴직자 가족 28명의 죽음으로 입증됐다. <섬과 섬을 잇다>에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길게는 10년 가까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곱 명의 작가와 일곱 명의 만화가가 ‘섬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힘을 모았다. 그들은 섬처럼 떨어져 있는 전국 일곱 곳의 현장을 글과 만화로 기록해 하나로 이어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은 직접 ‘섬섬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들의 정리해고 이야기를 <섬과 섬을 잇다>에 실었다. 그는 2014년 12월부터 101일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기도 했다. 그가 굴뚝 위에 올라가 있을 때, 그가 해고 이후부터 쓴 글을 모은 <이창근의 해고일기>가 출간되기도 했다.


[# 열정노동]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의 노동에는 열정이라는 좋은(?) 말이 붙었다.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처우에도 미치지 못하는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열정’을 강요받는 이들.<십 대 밑바닥 노동>에는 그런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호텔 서빙, 택배 상하차, 이벤트 피에로, 배달 대행 등 여러 현장에서 일하는 청소년 노동자들. 그들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조차 각종 명목으로 떼이고, 손님들의 하대와 모욕에 시달리는 ‘부려먹기 쉬운 존재’가 돼 있다. 청소년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온 폭넓은 실태조사를 통해 청소년 노동의 현실을 기록했다.


<이런 시급 6030원>은 10-20대 알바 노동자들에게 ‘최고임금’이 돼버린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현장을 기록한 책이다. 대학생들에게 일과 여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회로 널리 알려진 워킹홀리데이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역시 열정노동의 참모습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 노동자도 사람이다]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다. 사람답게 살 권리. 특히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따로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무색한 기본적인 인권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한 해에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다.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 <노동자, 쓰러지다>는 르포작가 희정이 조선소와 건설 현장, 택배와 퀵서비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산업 전반의 현장을 파고들어 산업재해 문제를 취재하고 쓴 책이다. 송경동 시인은 “‘안전’의 자리에 ‘이윤’이 들어선 우리 사회의 민낯을 샅샅이 밝히고 있다”고 이 책을 평가했다.


<노동을 변호하다>는 법으로 정해진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30년 노동변호사’ 김선수가 쓴 책이다. 그가 맡은 수많은 노동법 사건의 사례들이 책에 담겨 있다. 공무원노조 합법화, 직장폐쇄, 징벌적 손해배상, 파견근로자 해고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돼온 노동문제의 이슈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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