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줄임) 그때는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어디시냐고 어디냐고 여쭤보면 아버지는 항상 양화대교, 양화대교 이제 나는 서 있네 그 다리 위에(자이언티 노래 ‘양화대교’ 가운데)
자이언티의 MBC ‘무한도전’ 출연을 계기로 ‘양화대교’가 음원차트를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이 노래는 음원사이트 소리바다 7월 4주차(20~26일) 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지니, 엠넷,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등 음원사이트에서도 실시간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양화대교’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택시기사다. 혼자 집을 지키는 아들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늘 “양화대교”라고 대답하는. 새벽이 돼서야 집에 돌아오는 아버지의 주머니 속 별사탕과 라면땅을 기다리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돼서 양화대교를 건넌다. 그리고 그 시절 아버지의 기분을 이제야 느끼며 아버지를 이해한다.
사람들은 아버지라는 세 글자 속에 저마다 그리움, 미안함, 고마움, 원망, 아픔 등 숱한 감정들을 담아 두고 산다. 그런 아버지들의 모습을 노래가 아닌 책에서는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아버지라는 이름의 큰나무>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이탈리아 출신 미국 이민자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고 부(富)를 남기거나 명예로운 일을 해내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자긍심이 높았다. 저자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가난을 벗어나고자 힘들게 일하면서도 무한한 사랑으로 자식들을 품어준 사람으로 아버지를 기억했다. 그의 아버지는 자연을 사랑했고, 와인을 즐겼으며, 교육을 중시했고, 자상하면서도 때로는 엄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거인보다도 큰 발자국을 남기고자 했던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사랑하는 모든 아들딸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그는 평범하다 못해 연약하기까지 했던 아버지가 자신에게 ‘커다란 나무’로 남은 이유를 이야기하며, 아버지의 삶에서 배운 지혜와 사랑을 통해 아버지의 역할과 존재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한 그루 고목나무처럼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만 살았던 아버지. 가족을 위해 어느 때는 비바람을 막아주고, 어느 때는 쉼터가 되어주면서도 감사의 인사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던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의 큰 나무는 그렇게 내 인생을 아름답게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아버지라는 이름의 큰나무> 가운데)
나의 아버지, 아버지로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네 권의 책
자식들에게 남긴 한마디 말들로 아버지를 그려낼 수도 있다. <아버지는 말하셨지>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자식에 대한 애정을 응축해서 무심한 듯 짧게 툭 던지던 ‘말’ 속에 존재한다. “내 인생을 바꾼 아버지의 한마디”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인생의 고비마다 때로는 따끔한 회초리가, 때로는 나침반이, 그리고 때로는 따뜻한 손전등이 돼준 아버지의 조언들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 송정연?송정림 작가 자매는 비 오는 날이면 아버지가 유난히 그리워진다고 했다. “비가 오면 집 안에 꽃을 꽂아라”라는 아버지의 말 때문이다. 아버지의 그 말은 비 내리는 날을 우중충한 날, 우울한 날이 아닌, 따뜻한 위로의 날이자 근사한 사랑의 날로 만들어줬다. “그 누구도 널 도와줄 수 없을 때가 온다”, “멀미 날 땐 멀리 봐라”, “그릇 크기를 보고 물을 부어라”, “가시가 없으면 생선 맛이 덜하다” 등 저자에게 인생의 약도가 된 아버지의 짧은 말들 속에 아버지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마다 아버지는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이뤄지기도 하고, 자식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이뤄지기도 한다. <아버지의 딸>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딸의 ‘무의식’ 속에 있다. 20대 초반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저자 이우경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딸로 살아온 20년과 아버지 없는 딸로 살아온 나머지 30년의 세월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되짚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6. 23. <북DB> 인터뷰). 저자는 관계심리학을 통해 딸들의 무의식 속에 여러 형태로 자리 잡은 아버지를 보여준다.
머독에 따르면 부재형 아버지의 딸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자책하며 다른 사람의 사랑을 얻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애지중지형 아버지의 딸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게 되어 아버지 대체물을 끊임없이 찾게 된다. 유혹형 아버지의 딸들은 딸과 건강한 심리적 경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정도를 벗어난 아버지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관계에서도 정신적 고통을 받기도 한다. 수동형 아버지의 딸들은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고 느끼고 일생 동안 아버지에게 부족했던 책임감과 권위를 지나치게 보상하려 애쓴다. 지배형 아버지의 딸들은 순종하거나 반항하느라 인생을 허비하고 중독형 아버지를 둔 딸들은 주변의 사람과 상황을 끊임없이 구조화하고 통제하려고 애를 쓴다.(<아버지의 딸> 가운데)
“우리 모두는 아버지의 딸이다”라는 말로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저자는 모든 아버지의 딸들이 자신의 내면을 비춰보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아버지에게서 상처를 입은 딸이라면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자의 여정을 떠나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누가 나에게 ‘아버지로서 너는 어떤 모습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책 한 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그림책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이 책에는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했다가 아이가 잠든 뒤에 퇴근하는 ‘요즘 아빠’의 모습이 나온다. 주인공 그린이는 오늘은 꼭 일찍 오기로 아빠와 약속도 하고, 하루 종일 누가 서로를 더 많이 생각하는지 세어보기로도 한다. 그리고 책장의 양쪽에 나란히 그려지는 그린이와 아빠의 하루. 아빠는 약속을 지켰을까? 아이와 아버지가 함께 나누는 소박한 행복이 더 소중해지는 책이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담은 커다란 나무로(<아버지라는 이름의 큰나무>), 인생의 지침이 되는 한마디 말로(<아버지는 말하셨지>), 무의식 속에 있는 깊은 그림자로(<아버지의 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단한 하루를 버티는 가장으로(<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간직돼 있다. 오늘 자신의 마음속 아버지는 어떤 모습인지 찬찬히 한번 들여다보면 좋겠다. 또 자식들에게 자신은 어떤 아버지로 간직돼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