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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가] ‘10년째 명절선물은 책으로’ 국회의원 정두언의 독서인생 ![](http://bimage.interpark.com/milti/bookPark/meet/webz/img/celeb_24081.jpg) |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명사의 서가’ 인터뷰에서 만나볼 만한 국회의원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대번에 그의 이름이 나왔다. 정두언 국회의원(58, 서울 서대문구을). 3선의 중진 의원, 새누리당 ‘원조 쇄신파’, 이명박 정부 ‘개국공신’ 등 사람마다 그를 다르게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듣고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4집 가수’라는 말이었다. 베스트 앨범을 포함해 지금까지 네 장의 앨범을 낸 특이한 이력, 거기다 명절 때마다 주변에 책 선물을 할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준비한 첫 질문을 던지기 전에 정두언 의원이 먼저 명절 책 선물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설과 추석 때마다 국회 출입기자들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책 선물을 돌린다.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 그의 표현대로 책은 ‘다목적’ 선물이다. 그가 꼽은 책 선물의 장점은 세 가지. 첫 번째, 싸다는 점. 과일 같은 선물에 비해 책은 훨씬 싸다. 두 번째,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 음식은 먹으면 없어지지만 책은 책꽂이에 꽂혀 있으니까 볼 때마다 선물 준 사람이 생각난다. 세 번째는 자기부터 책을 읽게 된다는 점.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선물할 수는 없고, 좋은 책을 골라서 선물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여러 권 읽게 된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유쾌하게 흘렀다. 책 선물의 장점으로 ‘지적으로 보인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웃기도 하고, 그의 책 선물이 언론에 기사화된 덕분에 서점에서 그 책이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은 쳤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명절 전에 출판사에서 나를 찾아올 법도 한데 아직 그런 게 없다”면서 너스레를 떠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맨 처음 선물한 책이 <백범일지>예요. 굉장히 재미있는 책인데 사람들은 굉장히 재미없을 걸로 생각해요. <백범일지>는 웬만한 소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책이죠. 감동도 주고 역사적인 의미도 있고요.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문장도 좋아요. 가장 최근에, 지난 설에 선물한 책은 찰스 W. 콜슨 목사가 쓴 <러빙 갓>. 콜슨 목사는 닉슨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감옥에 가서 목사가 된 사람이에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죠. 이분은 신앙을 얘기하기 위해서 성경을 인용하지 않아요. 그냥 세상사로 얘기해요. <러빙갓>은 기독교 서적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어서, 종교를 떠나서 사람들에게 한번 권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책이 워낙 흔해졌고, 더군다나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책 선물을 받는다고 다 읽어보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두언 의원도 그 점을 ‘쿨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제일 고마운 때는 “‘저는 책을 안 읽는데요, 정 선배(정두언 의원) 때문에 1년에 두 권은 책을 읽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라고 했다. 그는 “책 선물 얘기만 한 시간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인터뷰 시간이 그만큼 넉넉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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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의 운명을 바꿔놓은 아버지의 드라마틱한 ‘사고’
정두언 의원의 어린 시절은 참 어려웠다. 단칸방에서 5형제가 함께 살다가, 정 의원은 외삼촌 집에 가서 지내기도 했다.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 다시 서울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오게 됐고, 초등학교 2, 3학년 때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 집에서 놀고 있는데 웬 낯선 아저씨가 문을 두드렸다. 아버지가 계시느냐 묻던 아저씨는 집에 혼자 있던 어린 정 의원에게 사인을 하고 ‘물건’을 받으라고 했다. 그날 밤 집에 들어온 어머니는 ‘먹을 것도 없는데 이런 걸 할부로 샀냐’고 아버지와 대판 싸웠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만나게 된 것이 바로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50권이었다.
“그게 저와 책의 첫 만남이에요. 책에 푹 빠져버렸어요. 잠도 안 자고 읽고, 학교 가면서 걸어가면서도 읽고, 그러다가 어디 빠지고 부딪히기도 하고. 읽고 읽고 또 읽고 몇 십 번씩 읽었을 거예요. 지금 돌이켜보면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이 저를 키운 거예요. 그게 제 몸 속에 피가 되고 살이 된 거예요. 나중에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 중에 계몽사 사장 아들이 있었어요. 제가 ‘야, 니 아버지가 나 키운 거 아냐?’ 그랬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웃음) ‘그때 아버지가 그런 사고(?)를 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그게 기적 같은 운명이라는 거예요.”
그때 읽은 세계문학전집이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 정두언 의원은 사람이 유능한지 무능한지 결정하는 것은 상상력에 달려 있는데, 상상력은 바로 경험에서 나온다고 봤다. 그리고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으니 간접적으로 경험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간접경험이 바로 독서라는 것이다. 덧붙여 자기 아이를 유능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은 아이를 학원에 보낼 것이 아니라 책을 읽히는 게 낫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두언 의원에게는 지난해 말에도 “드라마틱한” 순간이 있었다. 2014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에 나선 그는 한 권의 책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책의 제목은 <권력의 조건>. 그는 10개월간의 “의왕 국립 기도원(서울구치소)” 수감생활 동안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라고 그 책을 소개했다. 그가 법정구속된 것은 2013년 1월 24일. 2012년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비리사건 재판이었다. 그는 10개월 뒤 출소했고, 그 뒤로도 재판이 이어진 끝에 2014년 11월 21일 파기환송심에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링컨의 평전인 <권력의 조건>을 통해 그는 ‘관용과 인내’를 배웠다고 했다. 학력도 가문도 재력도 별 볼일 없는 연방 하원의원 초선 경력의 정치인 링컨은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됐다. 라이벌들은 대통령을 무시했지만 링컨은 그들을 모두 내각으로 끌어들인다. 그런데도 국무회의는 난장판이 되기 일쑤였다. 그럴 때 링컨 대통령은 예고도 없이 장관들 집을 찾아가 저녁을 먹고, 그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동의를 얻거나 장관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런 링컨 리더십의 핵심이 바로 관용과 인내라는 것이다.
“감옥에서 저 나름대로 절망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내적 투쟁을 하잖아요. <권력의 조건>을 보면서 제 감옥생활의 의미를 규정짓게 된 거예요. 관용과 인내. 자기를 향한 비판을 다 받아들이고 참아내고 결국에는 자기 뜻을 관철시킨 게 링컨의 리더십이에요. 그걸 보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자면, 만날 누굴 욕하고 그랬으니 무슨 일이 되겠어요? 감옥에서 관용과 인내를 훈련해야겠다고 깨닫게 된 거죠. 그러니까 제가 감옥에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거 아니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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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과 인내 배운 수감생활… “감옥에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지금 우리 정치에 대한 그의 고민이 궁금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한계에 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정치의 한계는 정치인의 한계가 아니라 국민의 한계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치인의 한계라면 정치인을 바꾸면 정치가 나아져야 하는데,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절반 이상을 바꾸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에게 잘못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한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제도적인 문제를 바꾸려면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말이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직전, 문득 그의 가방 속이 궁금해졌다. 가방 속에 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당연히 있죠”라며 가방을 열어 책 한 권을 꺼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이 쓴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그는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서, 자야 되는데 자꾸 읽고 있다”며, 김종대 편집장을 두고 “우리나라에 이 정도 군사전문가가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칭찬했다. 자연스럽게 정두언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이 생각났다. 그가 김종대 편집장의 책들을 세 권째 연이어 읽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전의 가치를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전 속에 들어 있는 인생에 대한 깨달음들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흔히 말하는 ‘삶과 죽음은 하나다’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죽음이 없으면 그야말로 죽음이다”라는 말로 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죽음이 있기에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고전 문학작품들을 통해서 감동과 함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가 지금도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는 이유였다.
“책에도 실용적인 책이 있고 예술적인 책이 있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아무래도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실용적인 책을 좋아하지만, 예술적인 책을 읽는 것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고전을 읽으라는 거죠. 저는 요즘도 <안나 카레니나> <레 미제라블> 갖다 놓고 읽는데, 어떤 논문보다 훌륭한 논문이죠. 인생에 대해 깨달음을 주고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깨달음도 논문으로 읽으면 이해가 안 가지만 예술적인 문학작품으로 읽으면 이해가 가게 될 겁니다.”
추석 명절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이번에는 또 어떤 책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지 그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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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규화(<북DB> 기자)/ 사진 : 신동석
| 프로필 1957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무장관실, 체육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등에서 일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으며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전략기획총괄팀장으로 활약했다.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3선 의원으로(서울 서대문구을) 현재 국회기후변화포럼 상임고문,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명사의 추천도서 독자가 읽으면 좋은 책을 명사가 직접 추천합니다. ![](http://bimage.interpark.com/bookpark/good/3/6/3931536s.jpg) | 백범일지 (보급판) | 김구 | 돌베개 ![](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btn_myung_vote.gif)
“맨 처음 명절에 선물한 책이 <백범일지>예요. 굉장히 재미있는 책인데 사람들은 굉장히 재미없을 걸로 생각해요. <백범일지>는 웬만한 소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책이죠. 감동도 주고 역사적인 의미도 있고요.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문장도 좋아요.”![](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dot_la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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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mage.interpark.com/bookpark/good/0/4/1474504s.jpg) | 러빙갓 | 김지홍, 찰스W. 콜슨 | (주)홍성사 ![](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btn_myung_vote.gif)
“지난 설에 선물한 책은 찰스 W. 콜슨 목사가 쓴 <러빙 갓>이에요. 콜슨 목사는 닉슨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감옥에 가서 목사가 된 사람이에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죠. 이분은 신앙을 얘기하기 위해서 성경을 인용하지 않아요. 그냥 세상사로 얘기해요. <러빙갓>은 기독교 서적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어서 한번 권하고 싶었어요.”![](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dot_la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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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mage.interpark.com/goods_image/2/9/7/9/212042979h.jpg) | 권력의 조건 | 도리스 컨스 굿윈(Doris Kearns Goodwin), 이수연 | 21세기북스(북이십일) ![](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btn_myung_vote.gif)
“감옥에서 <권력의 조건>을 보면서 제 감옥생활의 의미를 규정짓게 된 거예요. 관용과 인내. 자기를 향한 비판을 다 받아들이고 참아내고 결국에는 자기 뜻을 관철시킨 게 링컨의 리더십이에요. 그걸 보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면, 만날 누굴 욕하고 그랬으니 무슨 일이 되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감옥에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거 아니에요.(웃음)”![](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dot_la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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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mage.interpark.com/goods_image/6/3/3/6/213016336h.jpg) |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 김종대 | 메디치미디어 ![](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btn_myung_vote.gif)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서, 자야 되는데 자꾸 읽고 있어요. 김종대 편집장은 콘텐츠도 있고 글도 참 잘 쓰는 분이에요. 우리나라에 이 정도 군사전문가가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예요.”![](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dot_la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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