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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괴물이 된 대학’을 버린 청년, ‘중앙대 자퇴생’ 김창인

긴 글/인터뷰와 현장기사

by 최규화21 2015. 9. 1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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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DB

[저자 인터뷰] ‘괴물이 된 대학’을 버린 청년, ‘중앙대 자퇴생’ 김창인


날씬한(?) 몸매에 얼굴이 하얗고 잘생긴 청년이 걸어왔다. ‘대학 구조조정 반대투쟁’, ‘한강대교 고공농성’, ‘중앙대 자퇴생’ 이런 말들이 주는 선입관 때문이었을까? 웃을 때면 꽤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얼굴이 좀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다. <괴물이 된 대학>을 쓴 스물여섯 살 청년 김창인 말이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고, 2009년 김창인은 이른바 ‘두산대 1세대’로 중앙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발표된 대학 구조조정안. 전교생이 4400명인 중앙대가 경영대 신입생 수를 322명에서 1200명까지 늘리고, 19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0개 학과로 통폐합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반발했다. 김창인 역시 이 같은 구조조정 반대투쟁에 함께했고, 2010년 무기정학 징계를 시작으로 학교로부터 세 차례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2014년, 그는 ‘자퇴’를 선택했다.

<괴물이 된 대학>은 저자가 중앙대 자퇴 이후 청주대, 한림대, 대진대, 건국대, 덕성여대, 경기대 등 다른 대학의 구조조정 사례를 취재해서 쓴 ‘한국 대학 구조조정 백서’다. 김창인은 각 대학 학생들을 직접 인터뷰했고, 각각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옮겨 실었다.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보루여야 할 대학이 왜 ‘괴물’이 돼버렸는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대학 구조조정의 폐단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고민을 던지는 책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이미 ‘미래를 꿈꾸지 않는 미래세대’가 돼버렸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저 ‘남 얘기’일 수도 있는 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체념시키고 있는지, 저자는 인터뷰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학문과 교육의 공동체”라는 대학의 기본 모습을, 우리는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




6년의 대학생활 세 번의 징계... 자퇴 선택한 ‘두산대 1세대’

Q 대학을 다니던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책에 보니 2009년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기업이 대학을 인수했다는 사실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적혀 있네요.

대학은 당연히(?) 점수 높은 데로 맞춰서 가는 거라고 생각했고, 기업이 대학을 가지고 있는 것의 문제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1학년 때 여러 문제들을 알게 됐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10년 2학년이 돼서 징계를 받았을 때 ‘대학 구조조정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실감이 났어요.

Q 그때는 어떤 이유로 징계를 받았나요?

대학 구조조정을 처음 시도한 때였고, 학생들이 천막농성도 하면서 반대했지만 천막도 철거당하고 ‘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어요. 대학에서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농성천막을 철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학생들이 막 우는데, 그 광경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우리 이야기를 누군가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고공농성을 기획한 거예요. 이사회에서 구조조정안이 통과되는 날에 한강대교에 올라가서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고, 그 사건으로 무기정학 징계를 받았어요.

징계를 받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고요, 유치장 정도는 다녀올 거라고 예상했죠.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올라가기 전에는 무섭다는 생각도 못했고, 올라가 보니까 다리가 흔들려서 좀 무섭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내려온 건 아닌데, 119 구조대도 오고 경찰이 강제로 끌고 내려가려고 하니까 그게 더 위험해 보였어요. 그래서 ‘어차피 끌려 내려가는 거면 제 발로 내려가자’라고 생각해서 내려왔죠.

Q 그 다음에도 또 징계를 받았죠? 그때는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요?

사실은 같은 건이에요. 2010년에 무기정학 징계를 받고, 학생들 3000명에게 징계철회 서명도 받고 징계처분 무효소송도 냈어요. 소송에 이겨서 2011년 3월에 복학했는데, 수업을 2주일도 채 못 들었는데 다시 상벌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하는 거예요. ‘무기정학이 무효지, 징계 자체는 무효가 아니다. 무기정학이 아닌 다른 징계를 주겠다.’라고 하면서 저한테 유기정학 18개월을 줬어요. 그때부터는 구조조정 반대 투쟁과 제 징계를 철회시키기 위한 투쟁이 별개가 아닌 하나가 된 거죠. 

Q 그해 가을에는 구조조정 후속대책에 대한 원탁회의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근신 징계도 받았다 들었습니다. 그런 투쟁의 끝에 2014년 5월 결국 자퇴라는 선택을 했는데요, 그 선택은 어떤 고민 속에서 나온 건가요?

돌이켜보면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13년 11월 제가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학교에서 막았어요. ‘징계 이력이 있다’, ‘학점 미달이다’ 등의 이유로. 후보 자격이 없다고 선거에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저는 더 이상 징계가 두렵지 않았기 때문에 출마했죠. 그런데 학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맡은 다른 학생들, 제 선거운동을 도와준 친구들을 압박한 거죠. 징계를 받으면 학군단에 지원을 못하거나 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지 못하거나 하는 불이익을 당해야 하니까요.

인생에 마이너스가 되고 취업에도 불리한 건데, 제가 학생회장이 되는 대가로 그들이 그걸 내놓기는 정말 어려운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자진사퇴를 하고 선거가 무산됐죠. 다음해 3월에 학생회 선거를 다시 한번 해보자고 나서준 친구들이 있어서 다시 하게 됐는데, 또 버티지 못한 거죠. 선거관리위원회를 맡은 학생들이 다 자기네 과 교수님들한테 불려가고. 또 무산된 거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했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계속 똑같이 반복되겠구나. 이 고리를 끊어야겠다. 다른 방식으로 싸워봐야겠다.’ 하고 생각했죠.

자퇴를 한다는 것, 대학을 그만둔다는 것 자체가 기존에 싸워왔던 방법이 아니었죠. 사실 중앙대 학생들은 안 해본 투쟁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피케팅, 집회, 서명운동, 천막농성, 총장실 점거, 학생총회, 삼보일배, 단식, 삭발, 고공농성까지,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투쟁들을 다 했거든요. 2009년부터 제가 아는 사람만 해도 20명 가까이 징계를 받았는데, 투쟁을 하다 징계를 당해도 일반 학생들은 ‘어 또 징계 받았어? 또 그 사람이야?’ 그러고 마는 거죠. 그래서 완전히 다른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퇴를 선택한 겁니다.

내가 대학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보다 대학을 그만둠으로써 또 다른 형식의 저항을 하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나와 대학의 긴 싸움을 나의 패배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아직 난 이기고 싶었고, 패배를 인정하기 싫었으며 그러기 위해 싸움을 좀 더 이어가야 했다. 이미 그들은 나의 소중한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이제 남은 건 대학생이라는 신분과 학적뿐이었고, 난 내가 가진 걸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 <괴물이 된 대학> 45쪽




구조조정 등 떠미는 교육부... “다 같이 모여서 교육부로 가야 한다”

Q 자퇴를 한 뒤에, 중앙대처럼 대학 구조조정을 겪은 학교의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보니 계기가 있었던 것 같던데요.

자퇴하고 나서 언론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꼭 “앞으로 뭐하고 살 거냐?” “정치할 거냐?” “무슨 당이냐?” 이런 걸 묻더라고요.(웃음) 그럴 때마다 괜히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내가 앞으로 뭘 할지가 아니라 대학이 앞으로 뭘 할지가 중요하다’ 그랬거든요. 그러던 차에 이 책에 나오는 한림대 학생들이 연락이 왔어요. 자기네 학과가 없어지게 됐다고, 제 얘기를 듣고 싶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만났는데, 해줄 얘기가 없는 거예요. 저 나름대로 대학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저는 사실 자퇴하고 좀 쉬고 있었거든요. 언론 인터뷰 들어오면 막 멋있는 척 얘기하고……. 부끄러웠어요.

중앙대에서 활동할 때는 중앙대밖에 몰랐는데, 학교 밖에도 그렇게 같은 문제 때문에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친구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학교에서는 자기네 과를 없애겠다고 하는데 참고할 자료조차 제대로 없는 거예요. 논문이건 뭐건 직접 다 찾아봐야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한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다른 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싸웠고, 졌으면 왜 졌고 이겼으면 왜 이겼나 알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아서 알리면 더 좋지 않을까 해서 책을 내보자고 결론이 난 거죠.

Q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나서는 인터뷰이 선정과 섭외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했나요?

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면, 들리는 대로 제가 먼저 연락해서 만났죠. 언론에 많이 알려진 학교들 위주로 먼저 찾아갔어요. 언론에 나온 게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학교에서 학생들이 한 활동이 많다는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야 이야기할 게 많고, 저는 그걸 듣고 싶었거든요.

Q 이 책의 구성이, 각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 뒤에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있는 형식입니다. 진중권 교수, 박노자 교수, 안민석 국회의원, 익명의 중앙대 교직원까지. 그런 분들도 혼자서 섭외했나요?

책을 쓰려고 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더라고요. 저는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 똑똑하지도 않기 때문에. ‘모르면 배워야겠다. 배운 이야기를 쓰면 되겠다.’라고 생각해서 전문가들을 찾게 됐죠. 그분들의 책을 펴낸 출판사에 연락해서 이메일을 주소를 받은 다음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어요. 거의 다 한 번에 승락해주셨어요. 특히 박노자 선생님은 엄청 감사해요. 한국에 안 계셔서 서면 인터뷰를 생각했는데, 인터넷 화상전화로 인터뷰 하자고 먼저 제안해주셨어요. 꼭 도와주고 싶다고요. 지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래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인터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까인’ 거죠. 이메일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 팩스도 보냈는데 못 만났죠. 장관은 못 만나더라도 담당 공무원이라도 만나보고 싶어서 세종시에 찾아가려고 전화했는데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교육부 홈페이지에 교육부 입장이 다 있다고 그거 보고 참고하라고 했어요.

Q 청주대, 한림대, 대진대, 건국대, 덕성여대, 경기대, 여러 학교들의 사례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승리의 열쇠’ 같은 걸 느끼게 해준 사례는 어디였나요?

일단은 학교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학생들한테 지지받지 못하면 이길 수가 없어요. 덕성여대 사례를 보면, 총학생회가 거의 한 학과당 두 번씩 돌면서 구조조정에 관한 간담회를 했더라고요. 일단은 학과 통폐합이 뭐고, 뭐가 문제인지는 학생들이 다 아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서명운동을 하더라도 빠르게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거죠. 청주대 같은 경우는 교수나 교직원이나 학생사회가 같이 연대하면서 움직임이 같이 터져나왔고요.

하지만 저는 학교 안에서 싸우는 게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덕성여대나 청주대는 특수한 상황이 어느 정도 있었고요, 중앙대에서는 2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비를 맞으면서 학생총회를 했는데도 학교는 단 하나의 요구안도 들어주지 않았단 말이에요. 학교에서 마음먹고 무시하면 무시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다 같이 모여서 교육부로 가야 한다는 거죠. 황우여 장관과 싸워야지, 각 대학 학생들이 각개전투 해서는 이기기가 어려워요. 학교들도 구조조정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육부 정책 때문에 등 떠밀려서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안 그러면 대학이 퇴출당하거나 교육부 지원을 받을 수 없거든요.

Q 책에서 ‘대학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실패를 신자유주의적으로 또 다시 돌파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과 정부가 내세우는 표면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인데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실패’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상반된 해석 사이에 정부가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학령인구 감소가 사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결과죠. 김영삼 정부 시절에 대학경쟁력을 말하면서 대학 수를 늘리려고, 누구나 대학을 세우고 싶으면 다 세울 수 있게 했잖아요. 여기저기 대학이 마구잡이로 생기면서 대학 정원이 늘어났고, 지금 학령인구를 넘어서는 사태가 온 거예요.

출산율이 낮아지고 학령인구가 감소할 거라는 건 당시에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거였어요. 그에 따라 대책을 세우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교육부의 일인데, 예측과 반대되는 정책을 펴서 이런 상황이 온 거잖아요. 20년 전에 잘못해서 지금 이렇게 된 건데, 그 20년을 평가하고 책임지는 게 먼저죠. 그런데 그런 건 하나도 안 하고, 어느 날 갑자기 학령인구 감소가 일어난 것처럼 또 다시 신자유주의적으로 구조조정 하고 없애버리면 된다는 식이에요.




“미래를 꿈꾸지 않는 미래세대... 행복에 대한 기대 대신 체념만”


Q 책 말미에 ‘인터뷰를 통해 오만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겸손해졌다’고 썼습니다. 어떤 점을 반성했나요?


제가 한 대학 구조조정 반대투쟁에 대한 자부심이나 긍지가 과했다고 생각했어요. 저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의 진정성을 보면서 반성하게 됐죠. 건국대 영화학과 통폐합 반대투쟁을 한 김승주씨를 만났을 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정성이 뚝뚝 떨어진다는 걸 느꼈어요. ‘나는 우리 학과를 정말 사랑한다’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이 싸움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장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Q 안민석 국회의원 인터뷰 후기에서 “최소한의 기본만을 가지고 새로운 대학을 만들어간다면 충분하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기본’이란 뭔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은 학문공동체이자 교육공동체라고 생각하는데, 그거 두 가지만 기본으로 지켜지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 두 가지가 자치와 자율로서 유지되는 거죠. 그러면 대학은 알아서 고민하고 모색하고 변화하고 발전할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민주적인 기반까지 파괴해가면서 ‘시키는 대로 해!’라고 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8월 19일 부산대의 한 교수님이 ‘총장직선제 폐지 반대’ 유서를 남기고 돌아가셨는데,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고 정부에서 강요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8월 19일 황우여 장관은 부산대 교수님이 돌아가신 것에 유감을 표명했어요. 그런데 ‘총장직선제는 여전히 폐단이 많다’고 하면서, 총장직선제 폐지 방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했거든요. 사람이 죽은 것보다 더 큰 폐단이 어디 있어요? 황우여 장관이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Q 책에 멋있는 문장들이 많은데 “대한민국은 청년을 버렸고, 대학은 청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라는 문장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가 떠올랐습니다. 임금피크제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담화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굉장히 기만적인 거죠. ‘2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 2만 명을 해고하면 된다!’ 이런 식이잖아요.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다가 청년이라는 이름만 갖다 붙인 것 같아요. 그러면 뭐 좋은 것처럼 보이니까. 우선 지금 일자리의 질이 좋아져야 하는 건데, 어차피 만들어봤자 비정규직, 인턴밖에 없는데 그럴 거면 뭐하러 만드냐는 거죠. 말도 안 돼요.

Q 만약 이 책을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이 읽어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 것 같나요?

책이 나오자마자 우편으로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책을 보내면서도 그분이 실제로 책을 읽어볼 거라는 생각은 안 했네요.(웃음)

Q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의 매력을 좀 설명한다면 어떤 점을 이야기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대학 구조조정이 대학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은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곳이거든요. 그러면 대학이 무너지는 것은 미래세대가 무너진다는 얘기예요. 실제로 청년세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는 상태예요. 최후의 보루인 대학마저 무너지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냐, ‘미래를 꿈꾸지 않는 미래세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묻고 싶어요. 청년세대들에게는 앞으로 행복해질 거라는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평생 이렇게만 살겠구나’ 하는 체념이죠. 대학 구조조정 문제는 그런 문제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에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청년세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책이나,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될 만한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서보명 시카고 신학대학원 교수님이 쓰신 <대학의 몰락>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박거용 상명대 교수님이 쓰신 <350만의 배움터 한국 대학의 현실>도 읽었고요. 2010년 고려대를 자퇴한 김예슬씨가 쓴 <김예슬 선언>도 읽어봤어요. 책을 쓸 때는 도서관에 가서 ‘대학’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책 중에 막 골라서 찾아 읽었어요. 지금 제목이 기억나는 책들은 이 정도네요.

자본과 기업을 무기로 대학은 괴물이 되었다. 학생들을 돈으로 보고 이들의 잠재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줄임)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마주해야 괴물을 이길 수 있다. 대학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본연의 목적인 교육과 시대 비판에 충실해야 한다. 나는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학을 무너뜨리려 하는 자들의 욕망보다 대학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 <괴물이 된 대학> 258쪽




사진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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