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도서 북DB
[저자 인터뷰] ‘법의 속살을 까드립니다’ 법조계의 이단아 김용국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0907383.jpg)
“그래서 저는 동료들과 밥을 안 먹습니다. 친해지면 못 까잖아요. 이걸 하려면 외톨이 신세를 감수해야죠.”
‘인맥’이 생길까봐 동료들과 밥도 안 먹는다는 직장인. 본업보다 법원을 ‘까는(비판하는)’ 일 때문에 외톨이 신세를 자처하는 법원공무원. 본격적인 ‘판결비평서’인 <판결 vs 판결>을 펴낸 김용국 작가의 말이다.
김용국 작가는 17년째 법원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법률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신문에 싣고, 책으로 펴내며 ‘법조전문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생활법률 상식사전> 등 쉽고 친근하게 법을 설명하는 책을 펴내온 그가 이번에는 제대로 ‘작정’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 논란을 던진 문제적 판결 40건을 해부하며, 본격적인 판결비평에 나선 것이다. ‘산낙지 질식 사망사건’, ‘벤츠 여검사 사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등 많이 들어는 봤지만 자세하게는 모르는 사건들의 ‘속살’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현직 판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하며 날카로운 비평을 펼친 김용국 작가. 아무리 법조계의 ‘이단아’로 이미 알려진 그이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법조계의 권위적인 분위기까지 생각하니 그의 신변이 좀 걱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글 때문에 징계를 받는 세상이라면, 기본적인 민주주의조차 없어진 절망적인 사회일 거예요. 어쩌면 제 글이 바로미터 같은 게 되겠죠”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민주주의의 바로미터’라고 표현한 그의 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인터뷰는 두 시간 내내 조심스럽고도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1308718.jpg)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132030.jpg)
Q 이번 책은 좀 ‘셉니다’. 판결과 판결을 대비시키고 아주 구체적으로 뜯어보는 책인데요, 어떻게 해서 쓰게 됐나요?
보통 사람들이 법원 욕을 많이 하잖아요. 썩었다, 어떻다. 구체적인 판결 내용을 가지고 비판하는 게 아니고 대부분이 언론에 보도된 결론만 가지고 욕을 하죠.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사람들은 관심을 잘 안 갖더라고요. 그래서 색안경 끼지 말고 판결 속으로 깊게 한번 들어가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Q 계기가 된 판결이 있나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500억 원 배임을 했는데 집행유예로 나왔잖아요(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2014년 2월 판결). 신문을 보다 보니까 15만 원 훔친 사람이 징역 3년형을 받은 판결이 있더라고요. 좀 문제가 있구나 싶었죠. 그럼 그냥 욕하고 말 게 아니라 법이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지 따져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판결만 단편적으로 살피면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대비되는 판결을 대결(?) 구도로 짝을 지어놓은 거죠.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때부터 그런 구성을 떠올렸습니다.
Q 20개의 주제, 40개의 판례들이 책이 등장합니다. 이 많은 판례들은 어떻게 다 수집하시는 건가요?
평소에 판결과 관련된 언론 보도는 다 스크랩 합니다.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사건들을 따로 모아놓는데, 그러다 보면 서로 대비되거나 연관되는 사건이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에 쓴 원고에는 판례가 50개 가까이 들어 있었어요. 원고 쓰기 전에 주제로 잡은 건 더 많죠. 사실 이게 중노동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판결이 두 개밖에 없지만, 보통 대법원까지 가면 판결문만 각 세 건씩 여섯 건이죠. 유사 판례나 관련 논문들도 읽어봐야 하니까 아주 중노동이죠. 이전에 쓴 책들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들었습니다.
1991년 유서를 대필하고 죽음을 부추겼다고 유죄를 선고한 재판이 2014년 재심에서는 뒤집어졌다. 1991년 법원과 2014년 법원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기에,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왔을까. 만일 과거 수사기관과 법원의 실수였다면 바로잡고 사과를 해야 한다. 고의라면 더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강기훈은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오자 “사법부가 과거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이고 “검찰이 자기 잘못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물론 관련자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131~132쪽)
Q 말만 들어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판결문 하나에 A4용지 수십 쪽씩 되는 경우도 많은데.
힘들었죠. 이게 ‘판결비평’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기존에 그런 일을 한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일단 변호사들은 (이런 일이) 돈이 안 되잖아요. 사건 하나 맡으면 천만 원, 2천만 원 받는데, 이런 일은 그만큼 돈이 되질 않으니까 (하지 않죠). 대한민국에 변호사가 2만 명이나 되는데 나처럼 변호사 아닌 사람이 이런 일을 한다는 현실이 답답하죠. 저는 이단아예요. 법조계에서는 분명히 ‘법원공무원이면 업무나 열심히 하지 왜 이걸(판결비평)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죠. ‘니가 뭔데 주제 넘게…….’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을 통과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게 커요. 아니면 대학교수라도 돼야 발언권이 생기는 거죠. 저는 그런 금기를 깨고 싶은 거예요. 판사, 변호사가 아니라도 법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그게 더 넓어지면 보통 사람들도 안줏거리로 판결을 비평할 수 있고, 텔레비전에도 판결비평이 나올 거고요. 누구나 판결에 대해 자유롭게 비평할 수 있는 문화가 생기를 바라면서 책을 썼습니다.
Q 법조인이나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판결비평은 없는 건가요?
‘판례평석’이라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어렵고, 전문가들끼리만 돌려 보는 글이기 때문에 확산이 안 되는 겁니다. 판결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예요. 사법부에 대한 일종의 ‘시민감시’가 되려면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비평이 들어가야죠. 그냥 법원은 썩었다고만 하면 비판받는 사람은 하나도 안 아파요. 집단 속에 숨어 있으니까 무섭지도 않고. 판사들도 ‘누군가가 내 판결을 비평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 자기 주관대로만 하지는 못한다는 거죠.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1453762.jpg)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1504859.jpg)
Q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의 원칙에 대한 언급이 몇 번 나오더라고요. 법의 원칙들 가운데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원칙은 뭔가요?
형사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면 거의 99%는 단정이에요. 그런데 그중에 무죄 나오는 사건도 많거든요. 혐의 내용은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주장이에요. 그런데 언론이 그대로 쓰는 거죠. 특히 성범죄나 살인사건은 재미있으니까. 그건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거죠. 언제까지 무죄냐? 대법원 판사가 ‘유죄입니다’ 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거예요. 헌법에도 나와 있는 그 원칙이 너무 안 지켜지고 있다는 거죠. 재판 가기도 전에 수사기관에서 이미 죄인이 돼버리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일 중요한 원칙 같아요.
Q 앞서 재벌 회장님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이 이 책을 쓰게 된 하나의 계기라고 하셨습니다. 책에 보면 그밖에도 재벌 회장의 일당 5억 원 ‘황제노역’과 장애인운동가의 일당 5만 원 ‘평민노역’ 판결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시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높았던 것도 기억나는데요, 대안적인 제도 같은 게 있을까요?
2009년에 ‘벌금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는데 조건이 까다로워서 실효성이 낮아요. 다른 대안으로, 지금은 징역형에만 집행유예를 두는데 벌금형에도 집행유예를 두는 방법이 있어요. 외국에는 그런 제도가 있어요. 그리고 ‘일수벌금제’가 있어요. 같은 죄를 짓더라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벌금액이 다른 거예요. 월급 100만 원 받는 사람한테 벌금 50만 원은 중형이지만, 월급 1000만 원 받는 사람한테 벌금 50만 원은 징벌로서 효과가 없잖아요. 독일, 프랑스,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이미 시행하고 있어요.
Q 재벌들에 대한 판결을 보면 사회적 기여나 경영상의 불가피성 같은 것을 감형의 이유로 대기도 합니다. ‘재벌 3.5법칙(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말도 그런 점에서 생긴 거고요. 일면 이해가 가면서도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도 따라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법원이 ‘이 사람을 구속했다가는 기업 경영상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법전 어디를 봐도 경영상의 문제를 고려하라는 내용은 없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한 집의 가장도 구속되면 그 집안이 무너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재벌의 경영문제를 사법부가 왜 신경을 써줘야 되는지 이해가 안 되죠. 그 속에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재벌이 국가를 먹여살린다’, ‘작은 부도덕은 눈감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거죠. 그건 재벌이 알아서 걱정해야 하고, 그게 걱정되면 나쁜 짓을 안 해야죠.
Q KTX 여승무원의 직접고용 문제나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문제 등 노동문제에 대한 엇갈린 판결 이야기도 책에 있습니다. 역시 노동자에게 법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노동법 자체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건가요, 아니면 법을 적용하는 차원의 문제인가요?
두 번째가 더 큽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은 주체, 목적, 절차, 방법이 모두 정당해야 돼요. 너무 이상적인 거예요.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도 불법으로 해석합니다. 법에 불법이라고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석하는 거예요. 또 불공평한 게, 법적인 싸움으로 갔을 때 노동자는 지면 패가망신이에요. 반대로 회사는 복직만 시켜주면 끝이에요. 회사가 노조에 손해배상 소송 하면 100억, 200억 나오는 건 기본이에요. 그러면 판결이 5:5, 6:4, 8:2도 나오고 그러거든요. 100억 원의 20%만 해도 얼마예요? 노동자한테는 살인적인 액수죠. 그런데 법원이 그것까지 고려하지 못하고 교통사고 판결하듯이 기계적으로 한다는 거죠.
Q 그런 문제 때문에 노동문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노동법원이 생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당연히 있어야죠. 행정법원도 지금 생긴 지가 20년이 안 됐어요(1998년 시행). 그래서 나름대로 전문성이 생겼어요. 지금은 민사재판을 하는 판사한테 노동 재판이 들어오면 간간이 한다든지 그러거든요. 전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법원이 생기면 전문가들도 생기잖아요. 당연히 노동법원이 생겨야죠.
정부와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달라야 한다. 법원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결을 내리면 불행한 결과가 나온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법원이 과거에 ‘피고인 김대중’에게 어떤 판결을 내렸으며, 정권이 바뀐 뒤 그것을 어떻게 뒤집었는지 생각해보라.(229쪽)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1623971.jpg)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1635352.jpg)
Q 강용석 전 의원의 ‘아나운서’ 명예훼손 판결문 중 “피고인에게 필요한 것은 저질스럽고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하지 않는 ‘말’의 다이어트가, ‘신체와 외모’의 성형이 아니라 ‘마음과 말’의 성형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책에 인용하셨더라고요. 이렇게 판결문스럽지 않은(?) 판결문 문장 중 기억나는 게 또 있나요?
스스로 생각해도 약간 부당하지만 법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판결을 내릴 때 그런 문장을 쓰죠. 남편이 죽고 80대 할머니와 자식들 간에 재산분쟁이 일어났는데, 법적으로 어쩔 수 없이 자식들 손을 들어주면서 판사가 이렇게 판결문을 썼어요. “나 죽어 내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내를 데려올 것이다. 부디 할머니는 남은 여생, 할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젊었을 때의 꽃다운 아름다운 추억만 생각하길, 그리고 지금의 자녀들이 아니라 옛날의 착하고 어린 아기들만 생각하길…….”
Q 법원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법에 대한 글을 써오신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책도 많이 쓰셨는데, 직장생활 속에서 책 한 권 쓰는 걸 목표로 삼고 있는 ‘예비작가’들에게 노하우를 좀 주신다면요.
이번이 여섯 번째 책이에요. 노하우라고 할 것까진 없고, 웬만한 열정이 없으면 책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블로그에 글 올리면서 살라고 하고 싶어요. 자기 직업에 투자하는 만큼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책은 쓸 수 없다고 봐요. 이 책 한 권, 독자가 만 얼마 돈을 주고 사 본다는 건 대단한 일이에요. 그 이상 가치를 주는 책을 쓰려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죠. 멋으로 하려면 시작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자기만의 독창성을 찾아야 돼요. ‘똑같은 수백 권 중의 한 권’을 쓸 것 같으면 하지 말라는 거죠. 저도 잘은 못하지만, 과감하게 독창성을 찾아야 돼요. 제가 <이도남의 돈 고생 마음고생 없이 이혼하는 방법> 쓸 때, 사람들이 저보고 이혼 조장하는 거냐고 미친놈이라 그랬어요. 처음부터 책 내려고 생각하지 말고, 처음에는 유치하더라도 계속 새로운 구상을 하고 글을 써보세요. 자기만의 글을.
Q 1부에 나오는 살인사건 이야기를 읽을 때는 탐정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혹시 평소에 그런 책들도 많이 읽으시나요?
이 책을 쓰려고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스토리텔링이라 그러잖아요. 판결문에 나와 있는 팩트들, 신문 기사에 나온 팩트들, 공통분모를 찾아서 스토리를 재구성한 거죠. 잠자기 전에 소설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잤어요. 한 석 달 동안 매일 밤 그걸 들으면서 잤어요. 소설의 문체를 몸에 배게 하려고.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수십 번 들었어요. 그런데 써놓고 보니 좀 유치하지 않았나 걱정도 되네요.(웃음)
Q 마지막으로 책 한 권 권해주시죠. 법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풀고 관심을 갖게 해주는 책. 작가님 본인의 책은 제외하고요.(웃음)
김두식 교수의 <헌법의 풍경>요. 예전에 제가 법원에 들어오기 위해서 헌법을 공부했잖아요. 좋은 말은 다 쓰여 있는데 도무지 와닿지 않는 거예요. 근데 <헌법의 풍경>을 보고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이렇게 써야 되는구나’ 느꼈어요. 어렵지 않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글이 쉬워요.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쉬운 글이 나올 수밖에 없고요. 저는 <헌법의 풍경>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2355686.jpg)
![](http://bimage.interpark.com/milti/renewPark/evtboard/20150707102407940.jpg)
![](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btn_s_listmore.gif)
![](http://bimage.interpark.com/renewPark/bookn/txt_interpark.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