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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흥선대원군을 깨워 물었다 “그때 왜 그랬어요?”

긴 글/인터뷰와 현장기사

by 최규화21 2015. 9. 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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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DB

[저자 인터뷰] 흥선대원군을 깨워 물었다 “그때 왜 그랬어요?”




저자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책을 읽다보면 가끔 본분(?)을 잊게 만드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질문할 거리를 찾으며 책을 요모조모 뜯어 봐야 하는데, 그냥 책 속에 푹 빠져서 읽게 되는 경우 말이다.

<청춘의 완터뷰>를 읽을 때도 그랬다. 사실 책 표지 안쪽에 적혀 있는 “사교육을 이긴 공교육 스타 교사”라는 저자 소개 문구를 봤을 땐, 솔직히 그냥 ‘교과목’로서 역사를 이야기하는 교재라고 생각했다. 책장을 몇 장 넘겨 목차를 봤을 때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고, 몇 장 더 넘겨 읽으면서 그만 푹 빠져들고 말았다.

10년차 고등학교 역사교사인 저자 류성완. 2011년부터 EBS 한국사 대표 강사로 강의를 해오고 있는 그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전설의 완쌤’으로 통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확인했듯이, <청춘의 완터뷰>는 역사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 읽는 교재 같은 책이 아니다. 흥선대원군, 김옥균, 유길준, 이회영, 여운형, 조봉암, 장준하, 김재익. 우리 근현대사 속 인물 여덟 명의 ‘청춘’ 이야기를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의외의 인물과, 의외의 형식으로,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청춘의 완터뷰>를 읽는 것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완쌤을 만나 인터뷰하는 두 시간 동안, 1:1 역사 과외수업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청춘은 단순히 ‘젊은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겠다는 ‘높은 열정’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춘의 완터뷰>에서 완쌤이 만난 여덟 명의 역사 속 인물들은 과연 가슴속에 어떤 열정을 품었던 걸까?






Q 왜 책 제목이 ‘인터뷰’가 아니라 ‘완터뷰’인가요?

제가 제 이름 중에 ‘완’이라는 글자를 참 좋아하거든요. 학생들이 “류성완 선생님” 하고 부르면 제가 “아니 그냥 완쌤이라고 불러” 그래요. 그냥 ‘인터뷰’라고 하면 밋밋할 것 같아서 ‘완쌤이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는 너무나 단순한 뜻으로 만든 이름이에요. 책 제목을 정할 때 ‘설마 이런 게 될까?’ 하고 출판사에 얘기해봤는데, 좋다고 이대로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Q 그렇다면 ‘완터뷰’ 앞에 ‘청춘’이 들어가게 된 건 왜인가요?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 속 인물들이 젊은 시절에 꿈꾼 것들 중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도 있고, 아직 실현되지 못한 것도 있어요. 그분들과 비슷한 꿈을 제 동료들, 후배들, 제자들이 함께 꿔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아니면 최소한, 그분들이 그런 꿈을 꿨다는 사실은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Q 학교 수업에 EBS 강의에 여기저기서 하는 특강에, 굉장히 바쁘게 사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어떻게 책까지 쓰실 생각을 하셨나요?

한국사, 그중에서 특히 근현대사를 가르치다 보면, 예를 들어 흥선대원군은 ‘통상수교거부정책’ 한마디로 딱 정리해버리고 말잖아요. 그런 아쉬움 때문에 ‘그분들이 꾼 꿈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어떨까? 그게 역사선생으로서 사명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 교과서에 나오지만 교과서 이야기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 그런 분들을 실제로 만나서 “그때 왜 그랬어요?” 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는 것처럼 인터뷰 형식으로 하면 생동감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만나고 싶던 인물, 저도 잘 모르던 인물, 사회적으로 오해가 있는 인물 등을 기준으로 정리를 했죠.

Q 책을 쓰는 데는 얼마나 걸리신 거예요? 과거 자료들을 다 찾아서 읽고, 인터뷰 형식으로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이 호락호락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3~4년 정도는 걸렸어요. 한창 열심히 쓰다가 EBS 일이 막 폭풍처럼 몰아친 때가 있어서 멈출 수밖에 없었죠. 최근에 ‘아 어떻게든 이 책을 세상 빛을 보게 해줘야겠다’ 싶어서 다시 정리하고 시대적으로 뒤처진 것 새로 써서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예전에 문제집이나 참고서는 여러 권 썼는데 인문서는 처음이거든요. 책이 나오고 집에 배달됐는데, 상자를 딱 열어보는 순간 확실히 이 책은 자식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기분이 좀 묘했어요.

Q 그 많은 역사 속 인물 가운데 여덟 명만 고른다는 게 참 고민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마음속에서 ‘아홉 번째’에 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마지막까지 책에 넣을지 말지 고민한 인물.

최익현 선생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김구 선생도 쓸까 말까 고민했는데 내용이 너무 많아져서 못 썼어요. ‘만약에 후속작을 쓰게 된다면 쓰자’ 하고 내려놨죠.




Q 해방 이후 좌우합작 운동에 앞장선 여운형, 진보당 당수로 사법살인 당한 조봉암, 박정희 정권 시절 의문사 당한 장준하 등 아직도 논란이 분분한 현대의 인물들을 인터뷰이로 삼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요?

이념 논리나 색깔론 때문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었어요. 제 생각에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할 인물들인데, 그냥 이름 자체가 주는 압박감(?) 같은 것 때문에 주변에서도 좀 걱정을 했어요. 그런 게, 한국사회가 아직 이념적인 면에서는 많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소위 ‘좌빨’이라고 매도해버릴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렇게만 볼 게 아니라 이분들도 분명히 지금 21세기의 우리 사회에 엄청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말해줄 필요성이 있어서 이 인물들을 선택했어요.

Q 책을 읽어보면 다른 분들은 다 청춘 시절의 이야기도 많고 청춘스러운(?) 꿈에 대해서도 잘 이야기돼 있는데, 흥선대원군은 약간 이미지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보통 근현대사의 시작을 흥선대원군의 개혁정책으로 보거든요. 당시 흥선대원군의 나이가 이 책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보다 조금 많았을 뿐이지, 어마어마한 개혁을 한 것은 확실하거든요. 책에도 제가 썼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 그만한 개혁가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청춘’으로 봤어요. 우리는 흥선대원군을 ‘쇄국정책’으로만 기억하지만, 그에게도 역시 엄청난 청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한번쯤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Q 최근에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표본으로 많이 알려진 이회영 선생의 삶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올해가 해방 70주년인데요, 이회영 선생의 삶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원고를 몇 년 전에 써둔 거라,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이회영 선생의 삶을) 별로 몰랐거든요. ‘이건 꼭 내가 써서 알려야지’ 그랬는데 그 사이에 정말 유명해지신 거예요.(웃음) 그런데 사람들이 딱 거기까지만 알고 있어요. 그 엄청난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바쳤다는 거. 하지만 그가 아나키스트였다는 사실, 마지막 순간까지 무장투쟁을 위해서 목숨 바쳤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요.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것. 무엇인가 자유를 위협할 때 끊임없이 투쟁할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그는 평생 청년이었다고 생각해요.

“정치란 모름지기 ‘좋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고, 나쁜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이어야 합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정치를 하면 아주 순탄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옳은 정치가 아니며 발전도 없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욕먹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욕을 먹으면 기득권이 없는 백성은 열광합니다. (……) 정치인이 개인의 욕심을 버릴 때 백성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백성을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정치인의 때가 아닌 백성의 때를 알 수 있습니다.“(70~71쪽, 김옥균 편)



Q 여덟 명의 인물들 면면을 보면 약간 기가 죽기도 합니다. 왕족 아니면 귀족, 엄청난 부자이거나 그 옛날 미국과 일본으로 유학까지 떠난 엘리트들인데요. 평범한 청년들이 보기에는 좀 멀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보통 “있는 사람들은 보수다” 그러잖아요. 돈이든 권력이든 자기가 쥔 것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인물들은) 그러한 어마어마한 집안에, 어마어마한 능력에, 어마어마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어마어마한 변화를 추구한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러니 우리도 우리한테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Q 각각의 인터뷰 마지막에 “시간을 되돌린다면……”이란 질문을 공통적으로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완쌤이 한번 대답해보시죠. 여덟 명의 인물들이 살던 시대 중 한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으세요?

저는 “비운의 경제대통령” 김재익 선생의 삶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가장 현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983년 아웅산 폭파사건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 시스템이 조금 더 좋아지고, 현 세대가 그걸 조금 더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물론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얼마나 더 바꿔놓을 수 있었을까 하는 비판도 있겠지만, 그래도 김재익 선생 정도면 조금 더 좋은 제도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1980년대 그때부터 우리가 복지에 대한 준비를 했다면……. 아웅산 폭파사건 나던 날로 돌아가서 “선생님 거기 가지 마세요!” 하고 싶어요.




Q 완쌤이 살아오신 이야기도 좀 듣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마라토너를 꿈꾸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교사가 되셨다고요. 어떤 곡절(?)이 있었는지 이야기 좀 해주시죠.

운동은 초등학교 때부터 했고요, 그때는 야구선수였어요. 그런데 집이 너무 가난했어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하라고 해주셨지만,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게 보였어요. 중학교 야구부는 돈이 더 많이 든다고 해서 그만뒀는데, 제가 오래 달리기를 잘 했어요. 그래서 체육중학교 시험을 봐서 덜커덕 붙었습니다. 체육중학교는 학비가 다 무료거든요. 중학교 때는 운동을 곧잘 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는 걸로 통하는 건 중학교 때까지더라고요. 고등학교 가서 상황을 둘러보니까 만만치 않더라고요. 허리 부상도 찾아왔고.

‘체육 선생님이 돼볼까’ 하면서 공부를 시작했죠. 재수, 삼수 끝에 대학교를 갔는데, 삼수를 하면서는 전공을 역사로 바꿨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역사책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 길로 대학원까지 역사를 공부하고, 지금 역사 선생님이 된 지 10년째 됐습니다. 학교에서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들을 상담할 때, 그런 얘기를 하죠. “류성완의 열여덟 살에 비하면 넌 지금 엄청나게 공부를 잘하고 있어.” 목표를 갖고 준비해나간다면 노력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고, 제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를 해주죠. 고마운 일이죠.

Q 어렸을 때부터 역사책을 좋아했다고 하셨는데요, 완쌤에게 역사의 매력을 알려준 책은 무엇인가요?

조금 의외로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전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을 읽고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많이 생겼습니다. 그 책을 군대에서 읽었어요. 그 책을 읽고 한반도에 태어난 우리의 태생적인 한계, 역사를 모르고서는 살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산 책도 아니고 제 후임병의 여자친구가 사서 보내준 책이었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그 여자친구분한테) 정말 감사하죠. 그때 보내주신 <태백산맥>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웃음) 군대에서 책을 한 100권 정도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정리하는 노트를 만들었어요. 지금도 그 노트를 갖고 있거든요. 그 노트만 보면 책 내용이 대부분 생각나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쨌든 이 책은 제목부터 ‘청춘’을 위한 책입니다. 그렇다면 자기가 청춘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요?

청춘이라는 단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청춘이라는 기준은 생물학적인 연대가 아니라 마음가짐에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청춘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청춘을 가져봄이 어떨지, 또 청춘을 살고 있지만 지금이 청춘인지 모르는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청춘이라는 것을 깨달아보면 어떨지, 또 아직 청춘이 아니라고 느끼시는 분들은 ‘나의 청춘에는 이렇게 한번 해보겠노라’ 다짐해보면 어떨지,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지금 청춘이거나, 청춘이었거나, 다시 청춘이어야 하니까, <청춘의 완터뷰>는 꼭 보셔야 합니다.(웃음)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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