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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건물의 4층이었다. 무슨 생각에선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헉헉거리며 4층에 도착해서 ‘아오 이놈의 살 때문에!’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용민 전 ‘국민TV’ 라디오국장. 이렇게 소개하는 것보다 아직도 팟캐스트 ‘나꼼수(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PD라고 소개하는 게 더 친숙하다. 그의 거대한(?) 몸매가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나는 조금 전 내 살을 탓한 불경한(?) 생각을 얼른 지워버렸다.
‘나꼼수’의 ‘시사돼지’에서 2012년 총선 때의 ‘막말 후보’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그의 행적은 그동안 수많은 팬과 그만큼 많은 적(?)을 만들었다. 정치와 시사부터 민감한 종교까지 열심히 ‘까기’ 바쁘던 김용민 PD가 이번에는 언론에 표적을 맞췄다. 파트너는 팟캐스트 ‘미디어토크’를 함께한 민동기 ‘고발뉴스’ 보도국장. 4대 미디어 전문지 가운데 ‘기자협회보’를 제외한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PD저널’의 편집국장을 모두 역임한 진기록의 소유자다.
2013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꼬박 2년 동안 ‘미디어토크’에서 입을 맞추며 한국 언론을 ‘털던’ 그들이, 올 6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를 함께 펴냈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두 사람은 2014년 연말부터 다섯 차례의 대담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글로 풀어놓은 이 책은, 마치 100회 넘게 방송된 ‘미디어토크’의 핵심 총정리편을 듣는 것 같은 기분도 들게 한다. 내로라하는 언론계 대표 ‘이빨’ 두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서 한 인터뷰. 처음의 긴장은 사라지고 금세 그들의 유쾌한 수다에 나도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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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의 부제가 ‘내 손으로 그리는 언론 지도’입니다. 본문에 지도는커녕 사진 한 장 안 나오던데, 이 부제는 무슨 의미인가요?
민동기 보도 이면의 내부 속사정을 보려면 언론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알아야 되거든요. 뉴스의 이면에 가려진 언론계의 풍경, 그걸 지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종편이 문제다, 지상파가 문제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보다는, ‘그래서 왜 문제냐’ 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요런 지도가 있다는 걸 그려보고자 한 거죠.
김용민 구조가 기사를 만들고 구조가 기자를 만든다, 이 말이죠. 그런 점에서 이 구조를 알아야 우리가 언론을 알 수 있고, 언론을 알아야 언론의 욕망을 알 수 있고, 언론의 욕망을 알아야 우리가 진실을 알 수 있는 법이죠.
Q 책에서, 소유주의 뜻에 따라 언론의 편집이 좌지우지 되는 현실을 비판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도 소유주가 있지만 편집권과 경영권을 규약으로 분리시켰다고 소개했는데요, 우리도 형식적으로는 그렇지 않나요? 미국에서는 편집-경영의 분리가 이뤄지는데, 왜 우리는 잘 안 될까요?
민동기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해방 후에 친일파 청산을 못했기 때문이에요. 저도 깜짝 놀랐는데, 1945년 해방 이후 ‘해방공간’이라고 부르는 그 시기에, 한국 언론의 스펙트럼을 보면 극좌부터 극우까지 다 있었어요. 그때는 완전히 열려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좌파 언론은 싹 진압이 돼버린 거죠. 그게 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더 죽어버렸어요. 권력이나 자본의 줄을 잡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언론윤리라든가 철학 같은 것이 싹틀 공간이 없던 거예요.
김용민 미국은 분단 현실이 없잖아요. 지근거리에서 위협이 되는 군사적 대치상황이 없다 보니까, 우리처럼 ‘안보 트라우마’ 같은 게 없잖아요.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자유, 인권 그런 가치가 있어요. 유럽은 68혁명을 통해서 사회가 아주 급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우리는 그때 유신헌법을 비판만 해도 사형에 처해지는 아주 끔찍한 시절을 보냈단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 같은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사치였죠. 지금도 언론의 현실은 영양상태만 좋아졌을 뿐이지 기초체력은 그대로예요.
Q 노무현 정권 시절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는 폐단 때문에 가판신문 구독을 폐지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2000년대 이후로 언론개혁을 위해 한 조치 가운데 의미 있다 생각되는 것, 뭐가 있을까요?
김용민 정연주 KBS 사장 시절에 한 ‘학력 블라인드제’와 ‘지역할당제’가 있죠(2003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최종면접에 갈 때까지 이 사람이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모르게 하는 거예요. 지역할당제는 지역 대학 출신을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거예요.
민동기 저는 가판 폐지 같은 것보다 그런(지역할당제) 게 더 의미가 있다고 봐요. 계속 유지됐다면 언론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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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자들의 기득권 의식이나 엘리트주의를 보수-진보언론 할 것 없이 비판했습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제일 먼저 없어져야 할 언론문화는 뭘까요?
민동기 만약 ‘SKY’가 아닌 기자들이 흔히 말하는 제도권 언론에 들어가잖아요, 그럼 그 사람들이 또 거기 동화돼서 자기는 ‘메인’이라고 생각해요. 마이너 언론에 있는 기자들을 낮게 보고. 아주 복잡한 층위가 있더라고요. 기자들을 취재하면서 가장 세게 느낀 것이, 사회적으로 동호회, 동창회 같은 네트워크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출입기자단이나 기자들의 기수 네트워크만큼 강력한 게 없어요. 딱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거죠.
김용민 듣기 가장 안 좋은 말이 ‘선배’라는 말이에요.(기자들은 친분 있는 취재원 또는 다른 언론사의 기수 높은 기자들을 보통 ‘선배’라고 부른다. - 기자 주) 내가 언제 이 사람을 선배로 뵀는지는 기억도 안 날 뿐더러, 우리 집단에 울타리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사람들이 만나면 자꾸 선을 긋고 줄을 잡고 그러잖아요? 또 어떤 경우가 생기느냐면, 낮에는 이 사람은 이쪽 편이고 저 사람은 저쪽 편인데, 밤에는 또 “선배!” 하면서 룸살롱에서 또 만나요. 그렇게 룸살롱을 좋아해.
Q 그런 기자실을 꼭 들어가야 할까요? 청와대 기자실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도 있었고, 기자실을 출입하지 않는 언론을 만들겠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그런 노력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민동기 기자실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의 출입기자제는 완벽한 카르텔이에요. 국민의 알 권리하고도 크게 상관이 없어요. 오히려 국민들이 알아야 할 사항인데 출입처 기자실에서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하면 “그래” 하고 받아줘요. 그런 식으로 악용될 거면 없애는 게 낫죠. 특히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지금처럼 운영될 거면 아예 없애는 게 나아요. 그냥 사안 있으면 공개 브리핑 하면 돼요.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니까요. ‘대통령 해외순방 할 때 같이 따라가려고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저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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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자는 중산층 월급만 받으면 충분하다’고 책에 썼습니다. 당사자들의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민동기 연봉 1억 원 받는 사람하고 연봉 3000~4000만 원 받는 사람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게 본질적으로 달라요. 기자들은 비뚤어진 사회를 바로잡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잖아요. 지하철, 버스만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하고, 자가용 타고 다니는 사람, 운전기사 딸린 차 타고 다니는 사람이 세상을 보는 시각은 근본적으로 다르거든요. ‘연봉 1억’은 기득권이에요, 기득권. 세상을 볼 때 이렇게 위에서 아래로 봐요. 그런 사람이 만드는 뉴스나 프로그램은 본연의 역할에 비춰 봤을 때 문제가 있는 거죠.
Q 종편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황금채널과 의무전송의 특혜, 그리고 중장년층과 공감하는 ‘대폿집 논평’으로 종편이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특혜가 머지않아 회수될 것으로 예상하셨더라고요?
김용민 그냥 ‘연명’하는 것과 장사가 좀 돼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다르죠. 연명은 하고 있지만 점점 ‘마이너스’를 그리는 구조. 그렇다고 접을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입니다. 저는 종편의 미래를 아주 어둡게 봅니다.
민동기 지금 정상적인 시장논리가 작동됐다면 신문도 몇 개는 망했고, 방송도 종편을 포함해서 몇 개는 망했을 거예요. 그런데 시장논리가 작동이 안 되고 있어요.
김용민 당파적인 시각이 아니라 상식적인 문제예요. MBC하고 SBS도 의무전송 혜택을 안 받고 있어요. 근데 종편은 받고 있어요. 케이블방송 채널도 10번대 황금채널 받았잖아요. 이게(특혜 회수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권리를 회수하는 거라면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건 권리가 아니라 특혜예요. 이를테면 우리가 투표권을 다 하나씩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한테는 두 개를 준 거예요. 그래서 이제 한 개 있는 권리를 뺏는다는 게 아니라, 두 개 있는 특혜를 거두겠다는 거란 말이죠. 특혜를 유지할 아무 명분이 없어요.
Q 언론의 대안모델로서 ‘국민TV’나 ‘프레시안’, 지역의 풀뿌리 언론 협동조합 등 협동조합이라는 모델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김용민 벌써 실패했다 성공했다 얘기하기는 이르지 않나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것이 2012년이고,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이란 뭔가’ 배워가면서 동시에 시작했잖아요. 벌써 잘됐고 잘못됐고 평가하기는 이르고, 지켜볼 일이죠. 다만 앞으로 언론 협동조합의 살 길은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벽을 허무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몇의 명망가나 경험자들이 주도하는 형식으로는 좀 막혀 보입니다.
민동기 ‘한겨레’ 신문이 국민주로 출범했을 때요(1988년), 망한다는 얘기 엄청나게 들었습니다. 좀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만들고 얼마 안 지나면 좀 시끄럽기 마련이거든요. 진보언론들도 너무 ‘제로썸’ 게임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뭘 하다가 잘못할 수도 있고 그런데, 팔짱 끼고 있다가 “애걔 얘네들 봐라?”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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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출간 취지를 책 프롤로그에 솔직하게(?) 밝혀주셨습니다.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말이죠. 어떤 소송 말인가요?
민동기 팟캐스트 ’미디어토크’ 내용 때문에, MBC가 명예훼손으로 국민TV랑 김용민 PD랑 저한테 민사소송을 건 거예요, 저한테는 따로 형사소송을 또 걸었고요.
김용민 또 있어요. 최근에 저하고 민동기 국장한테 또 형사소송을 걸었어요. 그것도 주식회사 문화방송이 건 거죠. 아, 참 만나면 좋은 친구예요. 마지막 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이 안 됐어요.
민동기 저한테만 걸린 형사소송 1심은 벌금 300만 원으로 판결이 나왔어요. 6월 초에는 저희 모두한테 건 민사소송 2심 판결이 나왔거든요. 쟁점이 세 가지인데, ’미디어오늘’ 기자에 대한 업무방해 고소 건, MBC의 빌 게이츠 사망 오보 건, 검찰 출입 시용기자 교체 건이에요. 다 ’미디어토크’ 방송에서 한 얘기를 문제 삼은 거죠. 1심에서는 세 가지 다 MBC 편을 들어줬어요. 벌금 1000만 원 나왔거든요. 그런데 2심에서는 두 가지 쟁점은 우리 손을 들어줘서 벌금이 각 200만 원씩 나왔어요.
Q 아직 재판과정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만, 이 책을 팔아서 그 비용을 다 댈 수 있을까요?
민동기 김용민 PD가 지금 10쇄(인쇄)를 목표로 뛰고 있어요.(6월 말 2쇄 인쇄 예정이다. - 기자 주) 목표는 10쇄인데, 발음을 조심해야 돼요. 안 그러면 또 ‘막말 김용민’이라 그래요.(김용민 PD는 2012년 총선에 출마했다가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돼 사퇴한 바 있다. - 기자 주)
김용민 ’나꼼수’ 할 때 책이 한 세 권 나왔는데, 그때 제일 많이 팔았어요. 하나는 10쇄, 하나는 18쇄, 합쳐서 28쇄가 됐습니다. ‘28쇄 작가’죠. 전에 휴먼큐브에서 나온 책 <한국 종교가 창피하다>(2013년)를 4쇄 찍었으니까, 이번에 6쇄만 더 찍어서 ‘38쇄 작가’가 되면 좋겠네요.
민동기 ’미디어토크’에서 우리가 (MBC에 대해) 얘기한 것도, MBC가 계속 안팎의 비판적인 여론들을 막으려 하고 편파보도가 논란이 돼왔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소송까지 당하니까 기왕이면 MBC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은 대체 왜 이런지 정리를 한번 해보자고 해서 책이 나오게 된 거죠. MBC가 판을 키워준 겁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실 언론비평이라는 주제로 나온 책은 이미 많습니다. 그런데도 독자들이 꼭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민동기 처음에 저는 (이 책 내용이) 미디어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다 아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모른다는 거예요. ‘조중동’ 문제 많다는 건 들어서 알지만, 의외로 단편 단편 기사 볼 때, 그때뿐이라는 거죠. 우리 언론의 문제점은 많지만 구조의 문제가 뭐라는 걸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쪽을 잘 아는 기자들한테는 이 책을 다 읽으라고 안 해요. 이른바 ‘선수’들한테는 ‘엘리트주의’ 부분만 읽어보라고 해요. 한번 생각을 해보라고.
김용민 메르스가 아니라 ‘메뉴스’가 문제예요. 질병 같은 메뉴스 중독자가 너무 많아요. 소비자가 똑똑해지면 생산자가 속여먹을 수가 없어요. 소비자가 바뀌어야 소비자의 수준과 안목에 맞게 뉴스 생산자가 바뀌는 거죠. 이 책 한 권으로 세상이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 책 한 권이면 대한민국 언론이 웬만하면 다 파악이 됩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필독 교양서라고, 이 연사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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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