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이 왔습니다. 지난주 주말 당직까지 6일을 일했는데,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더니 등에 무리가 됐나 봅니다. 요즈음은 눈도 많이 불편합니다. 안약을 때때로 넣으며 일한 지는 꽤 됐는데 최근 부쩍 자주 안약을 넣게 됩니다. 손목 보호대를 차고 일한 것은 더 오래됐고요, 한쪽 손목만 자꾸 쓰면 더 빨리 고장(?) 날까봐 마우스는 한 달 주기로 왼손 오른손 바꿔가며 잡습니다.
일하면 아픕니다. 행복하게 살려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하면 일할수록 여기저기 몸이 아픕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도 가고 약도 먹느라 돈을 쓰죠. 병원비에 약값에 돈이 들어가면 그만큼 더 벌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더 일해야 하고 일하면 더 아픕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일하는 걸까요, 아니면 병을 사기 위해 일하는 걸까요?
자기 노동으로 삶을 꾸려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죠. 아프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것 말입니다. 저처럼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사무실 안에서 컴퓨터만 만지며 일하는 사람도 그런데, 실외나 공장에서 몸을 써서 일하는 육체 노동자들, 자기 노동을 스스로 착취하며 일해야 하는 자영업자들, 지금 들어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언제 일이 끊길지 몰라 불안한 프리랜서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아프지 않고 일하는 것, 다치지 않고 일하는 것은 모든 일하는 사람의 희망입니다. 동시에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라고도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 정도로 인간적인 속도와 인간적인 강도를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2위입니다. OECD 평균보다 1년에 8주 이상 더 일합니다. 간신히 죽지 않고 따라갈 만큼의 속도, 간신히 죽지 않고 쫓아갈 만큼의 강도로 일해야 합니다. 우리가 죽지 않고, 나가떨어지지 않고 일을 ‘버티면’, 세상은 그 속도와 강도를 야금야금 더 올려댑니다.
물론 자신의 욕심 때문에 스스로 더 오래, 더 많이 일하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나는 한 시간 더 오래 일하고 10만 원 더 벌 거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는 10만 원 덜 벌더라도 한 시간 적게 일하고 좀 쉴 거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그걸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죽을 만큼 일하고 이 만~큼 월급을 받아가든가, 아니면 일터에서 밀려나 굶어야 합니다. 아프지 않을 만큼, 다치지 않을 만큼,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 일한 만큼만 벌겠다는 선택지는 우리 앞에 없습니다.
사치스런 소망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건강과 행복을 해치지 않을 만큼만 일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몸 하나를 재산으로 노동하며 사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건강이나 행복한 일상을 포기하고 돈을 선택할 필요는 없어졌으면 합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그렇게 살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렇게 살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없으니까, 건강을 팔아 돈을 벌고 돈을 벌어 병을 사는 악순환에 갇혀 사는 것은 너무 끔찍하지 않습니까.
너무 비현실적인 꿈이라고요? 다음 한 발짝 디딜 곳만 바라보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눈으로는 멀리 꿈을 바라보고 발은 땅을 단단히 딛고 서서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면 됩니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요. 돈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일하는 꿈, 함께 꾸고 싶습니다.
* <리얼리스트100>(www.realist.kr) 2013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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