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먹고’ 사는 문제, 얼마나 알고 있나요?
[서평] 캐슬린 게이 <왜 식량이 문제일까>
먹고사는 게 문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 그런데 정말 ‘먹고’ 사는 문제에는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내 입에 들어가는 불량식품 하나에 호들갑 떠는 일 말고, 지구의 구석구석에서 못 먹어 못 사는 사람들의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느냐는 말이다. 그리고 소리 없이 식탁을 위협하는 ‘공룡기업’들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자문해본다.
<왜 식량이 문제일까>는 그런 의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해주는 책이다. ‘10대에게 들려주는 세계 식량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10대 때 이런 책을 읽어본 적 없는 어른들은 지금이라도 읽어보면 좋겠다. 책은 7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장마다 세계의 굶주림 문제, 공장식 농업 문제, 농업의 산업화와 건강 문제, 기후 위기 문제, 유전자 조작 농산물 문제, 식품안전 문제, 식량과 정치의 문제 등을 짚어준다.
마지막으로 ‘닫는글’에서는 앞서 보여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소개한다. 상대적으로 대안 이야기가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생각도 되는데, 10대를 위한 책이니 생활 속의 실천적 대안을 제시해주고 호기심을 던져주는 것으로 마무리한 게 더 나아보인다. 책의 머리에는 윤병선 교수가 쓴 도움글이 있다. 책의 내용을 잘 정리하고 설명도 더하고 있어, 책을 읽기 전뿐만 아니라 읽고 난 뒤에 읽어도 도움이 되겠다.
일단 책을 펼치면 시각적 자료들이 눈에 띈다. 단순히 사진 자료를 많이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장으로 전달하기 힘든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쉽게 전달하는 것이나, 사진 캡션에도 그래픽을 넣어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저자 소개에 “풍부한 자료 조사와 통찰력, 지적 흥미를 바탕으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전달하는 데 능하다”고 써놨는데, 책을 읽어보니 정말 그렇다. 근거는 부실한데 ‘강도 높은’ 주장만 넘치는 글은 지겹도록 봐왔다. 하지만 저자는 사실 근거를 풍부히 소개하며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전자 조작 농산물 문제 등 찬반 양쪽의 주장이 맞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의 이야기를 균형적으로 소개해 객관성을 더하고 있다. 10대를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이런 노력은 더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기계적 중립’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지구적 식량문제의 여러 양상을 두루 보여주면서 결론적으로 그 뿌리에는 자본의 문제, ‘공룡’이 된 다국적 농업기업과 정치의 문제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10대들에게 식량문제에 대한 ‘첫 관심’을 처음 선물하기에 딱 좋다. 이 책을 통해 깊어진 관심과 의문은 책 뒤쪽 ‘더 찾아볼 만한 자료들’에 소개된 책과 다큐멘터리, 누리집 등을 통해 풀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먹고사는 것에만 몰두하는 우리 어른들을 10대들도 따라 배운다. 이 기회에 진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같이 공부해보는 것 어떨까. <왜 식량이 문제일까>는 그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 <왜 식량이 문제일까> 캐슬린 게이 씀, 김영선 옮김, 반니 펴냄, 2013년 7월, 192쪽, 1만2000원
* <삶이보이는창> 2013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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