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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선생님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긴 글/리뷰

by 최규화21 2013. 5. 1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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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선생님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서평]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을 하며 살아온 지 5년 남짓 됐다. 아직 누가 ‘어떤 글이 좋은 글이냐’ 하고 물으면 뭐라 딱 부러지게 말해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있다. 좋은 글이란 쉽고 솔직한 글이라는 것. 어렵고 ‘있어 보이게’ 쓰는 것이 오히려 쉬울 때가 많다. 어려서부터 교과서에서 배우는 글, 백일장에서 상 받는 글이 모두 그런 글이니까. 감동을 지어내고 정서를 꾸며내야 칭찬받는다고 배워왔으니까.


하지만 그런 글쓰기 교육에 맞서, 정직하게 제 삶을 담아내는 살아 있는 글쓰기 교육을 해온 선생님들이 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는 바로 그곳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이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겪은 생활글들을 모은 책이다. 교실에서, 골목길에서, 또는 들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낸 이야기와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서 마음을 나눈 이야기 50여 편을 엮었다.


어쩜 이렇게 솔직할까. 보통 선생님들은 글을 쓸 때도 누구를 훈계하려 하거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숨기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읽을 것이라는 염려 때문에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이 책의 선생님들은 지나치게(?) 솔직하다. 잠시 아이들을 귀찮아하고는 그게 부끄럽다고 쓰고, 화를 못 참고 아이를 나무라고는 금세 미안하다고 쓴다. 마음만 달랑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런 마음이 들기까지 겪은 일들을 쉬운 문장과 생생한 입말로 풀어 써주니, 그 솔직한 마음들이 ‘200%’ 공감된다.


개학식 날 청소만 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 개학 사나흘 전부터 혼자 교실을 청소하는 선생님, 가정방문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모두 자기 집으로 초대해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의 문턱을 낮추는 선생님. 아이들의 마음을 한 결이라도 더 읽고 품어주려고 애쓰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글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진도 나가고 시험공부만 시키는 선생님들 사이에 이런 분들이 계셨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선생님들의 글도 재밌지만 그 글 사이사이 인용된 아이들의 글도 재밌고 감동적이다. 친구의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그렇다고 친구를 불쌍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사람마다 상처가 있으니까,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교실에서는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따로 없다. 아이가 선생님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서로를 가르친다. 이런 감동 때문에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글쓰기를 함께하는가 보다.


‘교육’에 초점을 맞춰 읽어도, ‘글쓰기’에 초점을 맞춰 읽어도 좋다. 아이들은 꾸미지 않는 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에게서 ‘가르친다는 것’의 무거운 의미를 배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거기 답이 있었”다는 선생님, 아이들과 함께 발가벗고 물놀이를 하는 선생님, 세상에 다시없을 선생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도 삶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씀, 양철북 펴냄, 2013년 3월, 279쪽, 1만2000원


* <삶이 보이는 창> 2013년 5-6월호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저자
주중식 지음
출판사
양철북 | 2013-03-0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는 학교가 무언가를 배우고, 가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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