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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좀 더 쉽게 구하면 안 되나요

긴 글/리뷰

by 최규화21 2013. 3. 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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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좀 더 쉽게 구하면 안 되나요?

[서평] <지구를 구하려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라>



나는 책을 고를 때 제목, 저자, 출판사를 순서대로 본다. 이 책은 제목에서 내 관심, 아니 걱정(?)을 이끌어냈다. <지구를 구하려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라>. 결론을 보여주는 제목이면서, 꽤 ‘세다’. 생태위기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설명한 책 같아서, 그 어렵고도 ‘도전적인’ 주제를 얼마나 잘 설명했나 궁금해졌다.


프랑스의 환경전문기자인 에르베 켐프가 쓴 이 책은 ‘자본주의 지구’의 종말 징후들을 보여주고 그 대안을 이야기한 책이다. 1장에서는 자본주의가 불행의 근원임을 입증하는 지구적 증거들을 보여주고, 2장에서는 ‘끝없는 성장’을 믿게 하는 심리조작을 꼬집는다. 3장에서는 자본주의 쇠락의 끝에 나온 ‘녹색성장’이라는 신기루의 실체를 보여주고, 4장에서는 그 대안으로 생태와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하지만 제목을 보고 생긴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는 그리 친절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베테랑 기자의 글답게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풍부하게 소개하며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번역 때문인지 원래 문장이 그런 건지, 난해한 진술은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는 데 걸림돌이 됐다.


저자는 생태위기 문제를 처음부터 내세우지 않는다. 1, 2장에 걸쳐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걸친 자본주의의 병리현상을 두루 나열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생태적 파괴와 지구적 자원의 고갈 문제를 언급한다. 3장 이후로 생태와 자원의 위기를 딛고 ‘영원히 성장하기 위한’ 녹색성장의 허울을 폭로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자본주의의 어떤 본질 때문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아 좀 애가 타기도 했다.


하지만 세세하게 볼 때, 원자력이 녹색 에너지가 될 수 없는 까닭이나, 재생 에너지와 식물성 연료의 함정에 대한 얘기는 주목할 만하다. 유럽에 비해 그런 시도조차 일천한 우리의 상황에서, 일부 생태주의자들조차 대안으로 인정하는 그것들에 대한 비판은 신선하게 들린다. 그리고 3장과 4장 사이에 있는 ‘막간극’은 생태주의를 ‘석기시대로 가자는 소리’라 비판하는 이들에게 해줄 만한 좋은 대답을 가르쳐주는 대목이다.   


저자의 생각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지금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환상인 ‘소비와 성장’ 때문이니 ‘생태와 연대’라는 가치로 그 환상을 밀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새로운 논리’를 기대하고 읽은 책. 사실근거는 많지만 그것으로 뒷받침되는 ‘하나의 생각’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주제에 집중이 안 되니 부차적 감상이 앞선다. 대중매체의 기자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라”고 대놓고 지를 수 있는 저 나라의 사상적 환경이 부럽다는 생각.


이 책이 지구적 위기에 대한 통찰력 있는 비판과 전문성 있는 대안을 담은 좋은 책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무식한’ 독자인 나한테까지 저자의 간절함이 닿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생태주의 활동가나 전문가들에게 먼저 양보해야 할까 보다.


* <지구를 구하려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라> 에르베 켐프 씀, 정혜용 옮김, 서해문집 펴냄, 2012년 12월, 224쪽, 9500원




지구를 구하려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라

저자
에르베 켐프 지음
출판사
서해문집 | 2012-12-3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새로운 세상은 이미 시작되었다!『지구를 구하려면 자본주의에서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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