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야호 금지 가처분신청’, ‘고수레 금지 가처분신청’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기업이 전국의 산 102곳에서 불매운동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3일 코오롱 해고자 3명이 전국 242개 매장과 산 102곳에서 1인시위와 피켓팅 등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신청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엽기소송’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가처분신청 장소로 자기네 매장 앞을 넣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네 회사 앞도 아니고 공장 앞도 아닌, 설악산, 북한산, 지리산 등 전국의 102개 유명 산을 신청한 것은 참 어이없는 일입니다. 코오롱 측은 해고자들의 불매운동이 “회사의 신용 및 명예를 훼손”해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신청서에 밝혔답니다.
코오롱이 가처분신청을 한 13일은 그들의 복직 투쟁이 시작된 지 정확히 3003일째 된 날입니다. 벌써 9년째, 하루하루 ‘최장기 복직 투쟁’ 기록이라는 서글픈 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는 이들이 바로 코오롱 해고노동자들입니다. 2004년부터 이들의 싸움은 시작됐습니다.
2004년 코오롱 노사는 구조조정이 없음에 합의했지만, 그해 말 사측은 합의를 어기고 구조조정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갈등을 빚던 노사는 2005년 초 임금삭감을 전제로 ‘퇴직 강요 없는 희망퇴직’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구미공장에서만 500명 가까운 노동자가 퇴직했는데,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재고용됐습니다. 그리고 이때 희망퇴직을 거부한 70여 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7월 노조 선거에서 이들이 당선된 것입니다. 노동부도 이들의 합법성을 인정했지만 회사는 인정하지 않았고, 공문 수신 거부, 상근자 배치 거부, 교섭거부 등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이에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하고 검찰에 책임자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해고자들은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투쟁을 해왔지만, 2009년 대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 뒤로 사측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이미 법적으로 끝난 얘기라는 거죠. 20명 남짓 남은 해고자들은 투쟁을 계속했지만, 교섭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리해고의 근거였던 ‘경영악화’도 극복되고 신규채용도 이뤄졌지만,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복직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고자들은 주장합니다. 2005년의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라 ‘노조 활동가들을 쫓아내기 위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말입니다.
5월 28일로 3018일째. 거의 강산이 한 번 바뀔 시간 동안 해고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바람을 위해 인생을 바쳤습니다. ‘법대로 하자’면서 해고자들이 업무를 방해한다 외치는 코오롱. 하지만 거꾸로 보면 그들은 해고자들의 ‘업무’ 정도가 아니라 ‘인생’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고맙습니다. 코오롱의 ‘엽기소송’ 덕분에 불매운동이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으니까요. 6월 4일, 법원의 판단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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