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의가 무엇인지, 사회 통념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줄임) 법원의 판결이 어떠하든 회사는, 그리고 저는 직원 여러분들이 선택한 길이 옳다고 믿고 있기에, 또한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하기에 (줄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무슨 노조의 투쟁 결의문이냐고요?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사람은 발레오만도(현 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 강기봉 대표이사입니다. 강 대표이사는 5월 30일 발레오만도 해고자 26명에 대한 해고와 징계가 부당하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에 “어떠한 경우에도 원칙을 지켜나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사내에 게시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발레오만도는 경북 경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입니다. 그곳에서는 2010년 경비직 외주화를 둘러싸고 회사와 노조(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대립했습니다. 그해 2월 4일 회사는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어기고 경비직 외주화를 강행했고, 노조는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잔업 거부와 부분파업을 벌였습니다. 이에 회사는 2월 16일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용역경비를 투입해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해고가 단행된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직장폐쇄 사태 이후 일부 조합원들의 주도로 ‘발레오만도지회’가 아닌 기업별 노조가 탄생했고, ‘지회’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대대적인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지회’ 조합원들은 새 노조의 설립이 위법이라고 호소했고,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여 새 노조의 설립은 무효라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지회’ 조합원들의 징계를 결정하는 데 ‘새 노조’ 간부들이 노조 측 대표로 개입한 것입니다.
해고자들은 이 모든 일들이 회사가 짜둔 시나리오대로라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7월 SJM이라는 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용역경비업체의 폭력만행을 기억하시나요? SJM의 노무관리를 컨설팅한 것으로 유명해진 ‘창조컨설팅’이 일찍이 발레오만도에도 같은 전략(?)을 쓴 것입니다. 바로 ‘회사의 파업(직장폐쇄) → 용역 폭력 → 노조 파괴(어용노조 건설과 표적징계)’로 이어지는 시나리오 말입니다.
3년째 해고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들의 노조 사무실 출입 또한 막고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이 해고자들의 노조 사무실 출입을 보장하라고 한 가처분 결과도 무시하고 말입니다. 그것 또한 발레오만도가 생각하는 ‘정의’가 아니었나 봅니다. 해고자 26명에 대한 ‘전원 부당해고’ 판결이 난 지금도, 정의와 원칙을 운운하며 새삼 비장하게 ‘대법원까지 가보자’고 결의를 다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말 발레오만도 강기봉 대표이사의 정의란 노조를 회사에서 몰아내는 것인가요? 강 대표이사의 원칙이란 법도 무시하고 재판을 질질 끌면서 먹고살 길 없는 해고자들의 숨통을 죄는 것인가요? 요즘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 등, ‘을’을 너무 못 살게 굴다가 혼나는 ‘갑’들이 많습니다. 혼자만의 잘난 정의와 원칙 때문에 법도 무시하는 대단한 ‘갑’ 발레오만도, 개념이 없다면 눈치라도 있기를 바랍니다.
* <리얼리스트100>(www.rea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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