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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짐에 대하여 - 정호승

시/시 읽기 세상 읽기

by 최규화21 2010. 8. 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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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짐에 대하여

   정호승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를 물로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거리에 유난히 작고 가는 나뭇가지가 부러져 나뒹구는 것은

  새들로 하여금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게 하기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작고 가늘게 부러지지 않고

  마냥 크고 굵게만 부러진다면

  어찌 어린 새들이 부리로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하늘 높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인간의 집을 짓는 데 쓸 수 있겠는가

 

 

  - <포옹> 정호승 시집, 창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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