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습
송경동
십수년, 주말농장 하나 없이
아이에게 모진 생태교육만 시켰다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
전경들이 파도처럼 쫓아오면
바다게들마냥 아무 구멍으로나
얼른 들어가야 한다는 학습
비정규노동자들이 올라간 고공농성장에서
가난한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새들처럼
하늘로 올라가 둥지도 틀 줄 알아야 한다는,
원숭이처럼 어디에라도 매달릴 줄 알아야 한다는 학습
대추리에서 용산에서
못난이들의 집은 언제나
개미집처럼 쉽게 헐릴 수 있다는 학습
쫓겨나지 않고 버티면 죽을 수도 있다는 학습
그래도 잡은 손만은 꼭 놓지 말고
가야 한다는 학습 그렇게 밟히고도
엉겅퀴처럼 다시 일어나 싸우는
질긴 목숨도 있다는
-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시집, 창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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