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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천국 - 안현미

시/시 읽기 세상 읽기

by 최규화21 2009. 10. 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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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타운천국

   안현미

 

 

  저녁을 훔친 자는 망루에서 펄럭거리는 깃발에 피를 퍼부었고, 권력과 자본의 화친은 미친 화마를 불러왔다

 

  북적이는 시장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지혜롭게 늙어가던 포도나무는 철거용역들이 함부로 휘갈긴 빨강 래커스프레이 해골들만 득시글득시글거리는 철거촌에서 포클레인에 찍혀 죽었다

 

  한 번 태어났지만 돈이 없으면 두 번도 세 번도 죽어야 하는 세상

  저녁을 훔친 자들만의 장밋빛 청사진

  뉴타운천국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내 집 주니 셋집 주네?

 

  풀 풀 풀 정처도 없이

  뿔 뿔 뿔 정체도 없이

 

  어떤 사람들은 어느날 느닷없이 왼손을 잘리고 남은 생을 오른손잡이로 살아가야 하는 왼손잡이처럼, 자신의 뿌리를 잘리고 남은 생을 자신의 뿌리 바깥에서만 살아가야 한다

 

 

  - 《이별의 재구성》 안현미 시집, 창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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