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벽보 앞에서 13
김장일
마음씨 착한 김씨는
늘 선한 눈빛의 김씨는
걸음걸이 반듯반듯한 눌언동 김씨는
선거 때만 되면
선거벽보 앞에만 서면
부동산 개발업자 송씨가 되고
사립학교이사장 나씨가 되고
이름깨나 있는 대학교수처럼 말하고
판사처럼 검사처럼 춤추고 노래하는가
땅 한뙈기 없는 김씨는
허구한날 살림살이 팍팍한 김씨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양골 김씨는
서울 강남부자라도 된 듯
면 서기라도 된양
농협조합장처럼 말하고 행동하는가
선거 때만 되면
선거벽보 앞에만 서면
평소 앉았던 자리 까맣게 잊고
서 있던 자리 내팽개질치고
수줍어 수줍어 우리동네 김씨는
- <내가 나에게 묻는다> 김장일 시집, 바우솔,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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