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광우병 사태의 본질

긴 글/칼럼

by 최규화21 2008. 5. 12. 01:34

본문

  

   광우병 사태의 본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연일 뜨거워지는 가운데, 이것을 잠재우려는 정부와 한나라당 인사들의 발언들이 하나같이 참 기가 막힙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특정 세력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인 괴담을 조장하여 판단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국민들을 선동한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과학적으로 안전한데 이것을 현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정치문제화 시키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고,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국민들이 그것에 속아서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왜 미국산 쇠고기를 억지로라도 수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꼭꼭 숨겨둔 채로,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광우병에 대한 지식을 모두 거짓말로 치부하면서 계속해서 광우병 발생확률이 아주 낮다는 점이나 미국 쇠고기 검역 시스템의 신뢰성만을 강조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든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안전성 논란’ 중심으로 몰고 가서, 전문적인 과학지식이 부족한 국민들을 이 논의로부터 이탈시키고 찬성도 반대도 아닌 방관적인 위치에 놓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아주 지능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사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단히 간단합니다. 그것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과학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에 있어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본질은 국민들은 죽어라고 하지 말라는 일을 정부는 도리어 죽어라고 하려고 한다는 사실, 바로 그것입니다. SRM이 어떻고, 30개월 소가 어떻고 하는 소리를 아무리 들어도 국민들은 미국도 우리 정부도 못 믿겠으니 다 그만 두라는 것이고, 정부는 무조건 안전하니까 협상한 대로 수입할 테니 그냥 믿고 먹으라는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들이 먹기에 안전하든 안전하지 않든, 설사 그것이 먹어서 약이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입을 모아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해야 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국민들에게 대충 홍보나 하고 구렁이 담 넘듯이 넘어가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그 정도로 변명도 하고 협박도 했음에도 이렇게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안 된다고 하는 일이라면, 국제신인도니 한미관계니 하는 핑계는 이제 그만두고 국민들의 말을 듣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인 것입니다.    

  대통령 앞세우고 미국으로 건너가더니 하루아침에 덜컥 협상했답시고 박수치고 와서는, 죽어도 못 믿겠다는 국민들을 무시하고서라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가 바로 현재 광우병 사태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광우병 사태는 식품안전의 문제도 아니고 경제문제도 아니고, 현 정부가 어떠한 시각으로 국민들을 바라보고 어떠한 원칙으로 국가를 운영해나가는가에 대한 정치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긴 글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림픽처럼  (0) 2008.09.03
비둘기 사냥  (0) 2008.08.28
미국산 쇠고기에 숨겨진 더 큰 재앙  (0) 2008.05.08
총선 유감  (0) 2008.04.10
역사와 사상, 그리고 언어  (0) 2008.04.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