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 조씨
김금용
너희 엄마는 재혼했니?
갑자기 네 성이 왜 권씨에서 조씨가 됐니?
일본인 담임 선생님이 묻는다
할아버지는 불법 입국자였다
위조 여권을 만들어 다른 사람 성을 빌려 살아 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빠가 결혼을 하고도
우리 집 성은 그래서 권씨였다
할머니가 여든 살이 넘어서야 마지막 유산처럼
돌려놓으신 조씨 성,
부모님이 쓰레기 재활용 수집으로
생계를 꾸리는 동안
한국어는 다 잊고, 잊은 척하고
60년을 일본인으로 살았다
여전히 참정권은 주어지지 않았지만,
외국인으로 등록된 차별을 받았지만,
그래도 세 끼 끼니에 선진 교육을 받았으니
자식들에게 할 일을 다 하셨다고 눈물을 삼키셨다
불법자 강제 추방 기한을 넘긴 덕분에
조상의 성을 찾았지만
돌아갈 고국이 없는 가계(家系),
조씨는 재일교포 3세, 일본인으로 살면서도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 같이 혐한(嫌韓) 시위에 몰리는
국적 없는 영원한 외국인, 자이니찌(在日)이다.
- <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 김금용 시집, 문학세계사,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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