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카다브라
- 염소 한 마리
이명수
세상에, 염소 한 마리가 2만 원이라구요, 수녀님.
내가 피우는 일주일분 담뱃값에도 못 미치는
어처구니입니다
염소 한 마리의 희망 사진전을 보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린 딸을 염소 한 마리 값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팔아 생계를 잇는 나라,
그런 세상에 염소 한 마리를 보내면
소녀가 몸을 팔지 않아도 되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이 참말입니까, 스님.
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허약한 나를 위해
해마다 염소 한 마리씩을 보내 주셨습니다
염소 덕분에 내가 명줄을 이었으니
연(緣)의 밧줄은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 게 사실이군요
내가 염소입니까,
염소가 나입니까,
5주 동안 담배를 참으면
내 몸 속에 사는 염소 다섯 마리의
희망이 있는 겁니까, 교무님.
나를 살려 준 염소가 연기(緣起)의 바퀴가 되어
먼 나라 이름 모를 누군가를 살려 낸다면
그것이 희망입니다
아브라카다브라
* 아브라카다브라 : 히브리어로 ‘말한 대로 될지어다’라는 뜻. 중세 사람들은 이 말을 열병을 다스리는 마술의 주문으로 썼다고 함
* 염소 한 마리의 희망 사진전 : 수녀, 비구니, 원불교 교무 등 여성 수도자 모임 ‘삼소회’가 에티오피아 여성과 소녀를 돕기 위해 개최한 자선 사진전
- <바람코지에 두고 간다> 이명수 시집, 문학세계사,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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