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말
이수호
오늘처럼 이렇게 쓸쓸히 바람 부는 날
상수리나무 껍질 속은
얼마나 따뜻할까
일곱점무당벌레와 높은산노랑나비 애벌레는
이마를 마주 대고 벌써 잠들어 있을까
바람 불자 후두둑 도토리 떨어지고
산비알 바위 사이로 떼구르르
다람쥐 구르는데
산박새 몇 마리 포르르
저쪽 떨기나무 덤불로 날아간다
서로서로도 누구와도 마음 주지 않으면서도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다
유독 사람은 다르다
존재를 확인받지 못하면
외로워서 어쩔 줄 모른다
서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눈물겹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말까지 만들어
조잘거리고 있다
사람은 때론 나무나 풀, 벌레나 짐승에게서
배워야 한다
저 숲속 가득한 침묵의 언어를
- <겨울나기> 이수호 시집, 삼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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