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
서정홍
아들아
너를 보면 내 가난이 쓰라리다
혼자였을 때는 모든 것이
혼자였는데…
너를 만나고 내 삶은
네 삶이 되었다
너와 함께 해가 뜨고
너와 함께 눈이 내리는
내 삶은 네 삶이 되었다
아들아
너를 보면 내 가난이 쓰라리다
돈으로 행복을 사고 파는 세상에
남들만큼 행복을 사주지 못한
아비의 빈손으로 너를 보면
고된 땀의 대가도 없이
몸살을 앓는다
아들아
생전에 남 등쳐먹고 사는 기술
배우지 못한
욕심없는 아비를 원망하겠느냐
거짓과 허욕으로 가득 찬
배부른 아비를 받아들이겠느냐
아들아
너를 보면
힘겨운 삶 속에서도
살아 나는 나를 본다
기쁨으로, 때론 슬픔으로 살아서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너에 대한 사랑으로
내 가난을 채운다
내 빈 가슴을 가득 채운다
- <58년 개띠> 서정홍 시집, 보리, 1995년
바람 속에서 - 김해화 (0) | 2014.05.20 |
---|---|
담쟁이 - 도종환 (0) | 2014.05.20 |
거짓 봄 - 문병란 (0) | 2014.05.14 |
철길에 앉아 - 정호승 (0) | 2014.04.15 |
굴비 한 마리로 남은 '머슴의 인생' (0) | 2012.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