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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1 - 서정홍

시/시 읽기 세상 읽기

by 최규화21 2014. 5. 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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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1 

서정홍 



아들아 

너를 보면 내 가난이 쓰라리다 

혼자였을 때는 모든 것이 

혼자였는데… 

너를 만나고 내 삶은 

네 삶이 되었다 

너와 함께 해가 뜨고 

너와 함께 눈이 내리는 

내 삶은 네 삶이 되었다 


아들아 

너를 보면 내 가난이 쓰라리다 

돈으로 행복을 사고 파는 세상에 

남들만큼 행복을 사주지 못한 

아비의 빈손으로 너를 보면 

고된 땀의 대가도 없이 

몸살을 앓는다 


아들아 

생전에 남 등쳐먹고 사는 기술 

배우지 못한 

욕심없는 아비를 원망하겠느냐 

거짓과 허욕으로 가득 찬 

배부른 아비를 받아들이겠느냐 


아들아 

너를 보면 

힘겨운 삶 속에서도 

살아 나는 나를 본다 

기쁨으로, 때론 슬픔으로 살아서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너에 대한 사랑으로 

내 가난을 채운다 

내 빈 가슴을 가득 채운다 


- <58년 개띠> 서정홍 시집, 보리,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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