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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봄 - 문병란

시/시 읽기 세상 읽기

by 최규화21 2014. 5. 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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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 봄

   문병란



  하룻날 햇볕이 봄인 양하여

  양지쪽에 재빨리 망울 튼 진달래

  잘못 불어온 거짓 봄바람에

  철없이 피어나

  한들한들 나부끼고 있다.


  거짓 봄이 우리를 들뜨게 하고

  거짓 봄바람이 살랑이며 간지럼 먹이고

  거짓 햇볕이 귓가에 속삭이고

  성급하게 고개 드는 온갖 꽃들

  온 세상 가득히

  거짓 봄바람이 불고 있다.


  춥던 겨울이 가고

  햇살 다수운 날이 오니

  밖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아

  이 바람은 참 봄바람이 아니다

  이 꽃들은 참 꽃이 아니다

  거짓 바람에 속아 날뛰며

  거짓 웃음에 홀려 혼을 뺏길 때

  잘못 피어난 꽃들은 서리에 시들고

  거짓 웃음은 다시 비수로 바뀐다. 


  마음 늦추고 핫옷 벗고

  희희낙락 웃으며 즐거워할 때

  잠깐 눈을 가린 거짓 꽃

  웃음 속에 햇살이 다사로워도

  사람들아 사람들아 들뜨지 말아라

  아직은 결코 봄이 아니다.


  - 문병란 시집 <화염병 파편 뒹구는 거리에서 나는 운다>(실천문학사,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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