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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곱는' 추위 속, 광장에 퍼지는 뜨거운 노래

긴 글/인터뷰와 현장기사

by 최규화21 2012. 12. 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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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곱는' 추위 속, 광장에 퍼지는 뜨거운 노래

[현장] 철탑에 방한용품 보내기 '노란봉투' 공연



2012년 12월 9일 오후 2시, 서울시청광장에서 '철탑에 방한용품 보내기 노란봉투 공연'이 열렸습니다.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백자'의 제안으로 시와, 정문식, 처절한기타맨, 백수와조씨, 김유진, 나는모호 등 인디음악가들이 의기투합했습니다.



현재 현대차 비정규직, 쌍용차, 유성기업, 전주버스 노동자 등이 송전철탑과 다리 위 등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연일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와 폭설. 공중에 매달린 그들이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추위는 어느 정도일까요. 가수 백자는 "만날 보일러 틀고 자는데 철탑을 생각하면 마음이 찔려서" 이 공연을 갑작스레 제안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털모자, 담요, 목도리, 장갑 등, 철탑 농성장으로 보낼 방한용품들을 기증받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 야외 무료공연을 연 것입니다. 이날도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공연이 시작된 오후 2시의 기온도 영하 5도. 저는 사진을 찍느라 잠깐 장갑을 벗었는데 몇 장 찍기도 전에 손이 시려워서 금세 장갑을 다시 끼고 말았습니다.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이 건너다 보이는 분수대 앞에 공연장은 마련됐습니다. 맨 처음으로 노래를 부른 백자는 부족한 음향시설에도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전력과 장비, 천막 등도 모두 뜻있는 분들의 기증으로 준비된 것이라, 부족하지만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위는 어쩔 수 없는 것. 맨손으로 기타를 치니 "손이 곱는다"고 말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양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발가락이 오므라드는 추위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는 못했습니다. 열 명이 될까 말까 한 사람들이 두세 명씩 드문드문 서서 노래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방한용품들은 꽤 모였습니다. 핫팩, 장판, 장갑, 담요, 양말 등 참 다양한 종류의 물품들이 보입니다.  



저도 몇 가지 물품을 준비해 갔습니다. 양말과 털모자, 목도리를 두 개씩 사고 핫팩 20개도 샀습니다. 원래 목도리는 준비하지 않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사람도 없고 물품도 없을까봐 걱정이 돼서 시청역 지하상가에서 목도리를 더 샀습니다. 다행히 물품이 꽤 많이 쌓여 있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누군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이날의 공연을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음향시설을 손보고, 바닥에 홍보 전단지를 붙이고, 물을 끓여 참가자들한테 따뜻한 차까지 대접하는 이들이 보였습니다. 철탑 위의 노동자들이 이들의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두 번째로 마이크를 이어받은 가수는 '시와'입니다. 그 사이 길 건너 쌍용차 농성장에서 발전기를 더 빌려와서 음향이 좀 보강됐습니다. 시와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불러세웠습니다. 그 자리에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 예정에 없던 모금함이 즉석에서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역시나 자원봉사자들의 수고 덕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시와의 공연까지만 보고, 3시 30분쯤 저는 공연장을 떠났습니다. 그 사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스무 명쯤으로 많아졌고 공연장도 차츰 더 모양을 갖춰갔습니다. 공연을 미리 알고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노랫소리에 잠시 멈춰 한 곡씩 노래를 듣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철탑에 방한용품 보내기 노란봉투 공연'은 이날 오후 8시까지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철탑 위의 사람들에 대한 작은 미안함 때문에 시작한 작은 공연.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그 마음들이 소중한 물품들에 담겨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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