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말 - 이수호
2014.06.25 by 최규화21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2014.05.20 by 최규화21
58년 개띠 - 서정홍
이불을 꿰매면서 - 박노해
바람 속에서 - 김해화
담쟁이 - 도종환
아들에게 1 - 서정홍
시인이라는 직업 - 이시영
2008.12.23 by 최규화21
숲의 말 이수호 오늘처럼 이렇게 쓸쓸히 바람 부는 날 상수리나무 껍질 속은 얼마나 따뜻할까 일곱점무당벌레와 높은산노랑나비 애벌레는 이마를 마주 대고 벌써 잠들어 있을까 바람 불자 후두둑 도토리 떨어지고 산비알 바위 사이로 떼구르르 다람쥐 구르는데 산박새 몇 마리 포르르 ..
시/시 읽기 세상 읽기 2014. 6. 25. 10:38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
시/시 읽기 세상 읽기 2014. 5. 20. 21:14
58년 개띠 서정홍 58년 개띠 해 오월 오일에 태어났다, 나는 양력으로는 어린이날 음력으로는 단옷날 마을 어르신들 너는 좋은 날 태어났으니 잘 살 거라고 출세할 거라고 했다. 말이 씨가 되어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 이 세상 황금을 다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는 노동자가 되..
시/시 읽기 세상 읽기 2014. 5. 20. 21:09
이불을 꿰매면서 박노해 이불홑청을 꿰매면서 속옷 빨래를 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의 가슴을 친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설겆이에 방청소에 고추장단지 뚜껑까지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저 밥 달라 물 달라 옷 달라 시켰었다 동료들과 노조일을 하고부터 거만하고 ..
시/시 읽기 세상 읽기 2014. 5. 20. 21:05
바람 속에서 김해화 바람 분다 이십오 미리 철근 열 여섯 가닥 촘촘히 선 기둥이 흔들린다 철근쟁이 나도 함께 흔들린다 거기 그늘 아래 살아남아 너도 흔들리는구나 부끄러워 하지 마라 가슴 속에서 깃발을 내리지 않은 우리들 - <김해화의 꽃편지>(김해화 시집, 삶이보이는창, 2005년..
시/시 읽기 세상 읽기 2014. 5. 20. 21:02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
시/시 읽기 세상 읽기 2014. 5. 20. 21:00
아들에게 1 서정홍 아들아 너를 보면 내 가난이 쓰라리다 혼자였을 때는 모든 것이 혼자였는데… 너를 만나고 내 삶은 네 삶이 되었다 너와 함께 해가 뜨고 너와 함께 눈이 내리는 내 삶은 네 삶이 되었다 아들아 너를 보면 내 가난이 쓰라리다 돈으로 행복을 사고 파는 세상에 남들만큼 ..
시/시 읽기 세상 읽기 2014. 5. 20. 20:57
시인이라는 직업 이시영 금강산에 시인대회 하러 가는 날, 고성 북측 입국심사대의 귀때기가 새파란 젊은 군관 동무가 서정춘 형을 세워놓고 물었다. "시인 말고 직업이 뭐요?" "놀고 있습니다." "여보시오. 놀고 있다니 말이 됩네까? 목수도 하고 노동도 하면서 시를 써야지……" 키 작은 서정춘 형이 ..
시/시 읽기 세상 읽기 2008. 12. 23.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