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의 기억 지킴이 임재근 [작은책이 만난 사람]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다 사람의 뼈라니. 수십 미터 길이의 구덩이 안에 이리저리 얽히고 겹겹이 쌓여 있던 뼈들. 마치 공룡처럼 거대한 동물의 화석 같기도 했다. 한 발짝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봤다. 허벅지뼈, 두개골, 고무신…. 끔직한 학살의 증거였다. 2021년 8월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에서 받은 충격은 내 마음에 깊이, 그리고 오래 남았다.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군경은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재소자 등 민간인들을 이곳에서 학살했다. 그 수는 최소 1800명에서 최대 7000명으로 조사됐다. 한국전쟁 전후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의 수는 전국적으로 최대 100만 명까지 추정된다.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들 중에서도, 골령골은 희생 규모가 압..
긴 글/인터뷰와 현장기사
2024. 5. 10.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