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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북스타] 광주 출판의 '우뚝한 나무' 심미안 송광룡 대표

긴 글/인터뷰와 현장기사

by 최규화21 2016. 3. 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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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DB

[이슈 북스타] 광주 출판의 '우뚝한 나무' 심미안 송광룡 대표

* ’이슈 북스타’는 출판계 이슈와 함께 출판계 인물을 소개하는 인터뷰입니다. - 기자 말





“자라지 않는 나무는 가지를 안으로 뻗는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오래 고독하다”.



조용미 시인의 시 ‘자라지 않는 나무’의 한 구절이다. 광주에 있는 ‘심미안’ 출판사의 송광룡 대표는 지역 출판사는 “자라지 않는 나무”라고 정의하며 조용미 시인의 시구를 인용했다.



심미안은 2월 23일 제36회 한국출판학회상 기획·편집부문 상을 수상했다. 상을 주관하는 한국출판학회가 밝힌 수상 이유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인문·문학·교양 분야의 출판을 꾸준히 해오며 국내 지역출판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출판 기획의 우수함과 실천 성과를 보여줬다’는 것. 송광룡 대표는 “그동안 제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새삼 숙고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출판인으로서 좀 더 공의롭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미안은 2003년 설립돼 <소수자들의 삶과 문학> <권율과 전라도사람들> <5월문학총서> <어느 침묵하는 영혼의 책> 등 지금까지 350여 종의 책을 펴냈다. 2005년 창간해 지역을 대표하는 종합문예지로 자리매김한 ‘문학들’ 역시 심미안 출판사의 소중한 열매다. 서울에 비해 여러 모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역 출판사로서 "우뚝한"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는 심미안. 3월 7일 이메일로 송광룡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Q 심미안 출판사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대학을 나온 뒤에 금호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 ’금호문화’에서 10여 년 동안 일했습니다. 주로 호남 지역의 문화를 다루는 잡지였는데, 2002년 12월호로 폐간됐죠. 이듬해에 독립하면서 심미안을 설립했고 점차 책 만드는 일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현재 저를 포함해서 6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Q 심미안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미안(審美眼),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이라는 뜻입니다. 아름다움이 어떤 감각적인 기쁨이나 즐거운 마음을 주는 가치를 가리킨다고 할 때, 저희가 만드는 책도 독자들에게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Q 지금까지 출간된 책은 모두 몇 종인가요? 주로 어떤 분야의 책들인지도 궁금합니다.



350여 종 되는 것 같습니다. 문학, 인문, 교양 분야의 책들이 많습니다. 지역에 있다 보니 광주전남 지역의 역사, 인물, 향토사 책들도 적지 않습니다.





Q 심미안을 대표하는 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중이 익히 알 만한 책이 있을는지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우리 시대 소수자들이 자신의 체험을 직접 쓴 <소수자들의 삶과 문학>, 역사 분야의 <권율과 전라도사람들> <매천 황현을 만나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있는 <5월문학총서 1∼4> <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 미얀마 시인들의 시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어느 침묵하는 영혼의 책> 그리고 산문집 <존재의 초상> 등이 먼저 떠오릅니다.



대부분 광주전남이라는 지역의 이야기이면서 완성도도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자회사인 ‘문학들’ 출판사에서 펴낸 ‘문학들 시선·소설선’도 빠뜨릴 수는 없겠죠. 잘 팔린 책을 꼽으라면 선뜻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지역에서는 굴지의 출판사들과는 그 기준이 다르니까요. 우스갯소리로 초판만 팔려도 지역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진답니다.



"베스트셀러 생각 안 해... 유수한 출판사가 눈 돌리지 않는 것 집중"



Q 지난해가 계간 문예지 ‘문학들’ 창간 10주년이었습니다. 문예지를 펴낸다는 게 항상 적자와 싸워야 하는 힘겨운 일이라 알고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 계속 이어오고 계신 건가요?



광주에는 오랫동안 이렇다 할 종합문예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문인들이 만나면 종합문예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오랫동안 있어왔습니다. ‘사당화’되어 돈벌이를 하는 문예지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신력 있는 종합문예지에 대한 열망이었어요. 그러다가 의기투합한 겁니다. 그때 논의된 것 중 가장 상징적인 건 ‘원고료를 주지 못하면 즉시 폐간하자’라는 말이었습니다. 태생부터 공적인 뜻이 강했어요. 모든 것이 중앙을 지향하는 현실이잖아요? ‘문학들’은 지역을 중심에 두되, 그것이 또 다른 권력의 중앙이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차이를 살피고 상생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거죠.



Q 2월 23일에 제36회 한국출판학회상 기획편집부문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부터 말씀해주시죠.



상에 값할 만한 책을 만들었는지 부끄러웠습니다. 그동안 제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새삼 숙고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요? 출판인으로서 좀 더 공의롭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기획들이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 같습니까?



저도 시상식장에서 알았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문학들’을 높이 평가한 듯합니다. 한국문단에서 ‘문학들’을 모르는 작가가 드물 만큼 그 위상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할 때, 10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면서 꾸준히 발간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역시 앞서 말씀드린 지역과 관련한 여러 책들도 눈여겨보신 듯합니다.



Q 주최 측이 밝힌 수상 이유에는 "지역출판의 어려운 환경"이라고만 표현돼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는 더 클 것 같습니다. 지역 출판사로서 맞닥뜨려야 하는 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광주에서 서울까지 두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시대에 지역과 중앙의 구분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나 구조의 문제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죠. 좋은 필자들은 지역보다는 중앙에서 책을 내려 하고,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도 일찍 서울로 갑니다. 팔릴 성싶은 것들은 서울의 출판사들이 발 빠르게 선점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잘 팔리는 책을 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렇다보니 기획, 필자, 마케팅, 유통 등 관련 분야를 개선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Q 그 벽들을 넘어서기 위한 심미안만의 전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는 베스트셀러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건이 안 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유수한 출판사들이 눈 돌리지 않는 것, 지역에서 더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예측할 수 있다면 팔릴 수 있는 것만큼만 찍는 거죠.



Q ’지역 출판사의 대표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한마디로 정의해주실 수 있을까요?



글쎄요. 질문을 ‘지역 출판사란 무엇인가’라고 바꿀 수 있다면, 지역 출판사는 ‘자라지 않는 나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광주에는 책을 서점에 유통하는 출판사가 아주 드문 실정입니다. 성장은 고사하고 아예 싹이 틀 수 없는 사막과도 같은 곳이죠. "자라지 않는 나무는 가지를 안으로 뻗는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오래 고독하다"라는 조용미 시인의 시(’자라지 않는 나무’)가 떠오릅니다. 너무 비극적인가요? 그렇다면 이 시의 다음 구절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얼마나 커다란 것이냐/ 우뚝한 것이냐".



사진 : 심미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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