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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 서정홍

시/시 읽기 세상 읽기

by 최규화21 2014. 5. 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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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서정홍 



58년 개띠 해 

오월 오일에 태어났다, 나는 


양력으로는 어린이날 

음력으로는 단옷날 


마을 어르신들 

너는 좋은 날 태어났으니 

잘 살 거라고 출세할 거라고 했다. 


말이 씨가 되어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 


이 세상 황금을 다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는 

노동자가 되어 

땀 흘리며 살고 있다. 


갑근세 주민세 

한 푼 깎거나 

날짜 하루 어긴 일 없고 

공짜 술 얻어먹거나 


돈 떼어먹은 일 한 번 없고 


어느 누구한테서도 

노동의 대가 훔친 일 없고 

바가지 씌워 배부르게 살지 않았으니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 


- <58년 개띠> 서정홍 시집, 보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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