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서정홍
58년 개띠 해
오월 오일에 태어났다, 나는
양력으로는 어린이날
음력으로는 단옷날
마을 어르신들
너는 좋은 날 태어났으니
잘 살 거라고 출세할 거라고 했다.
말이 씨가 되어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
이 세상 황금을 다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는
노동자가 되어
땀 흘리며 살고 있다.
갑근세 주민세
한 푼 깎거나
날짜 하루 어긴 일 없고
공짜 술 얻어먹거나
돈 떼어먹은 일 한 번 없고
어느 누구한테서도
노동의 대가 훔친 일 없고
바가지 씌워 배부르게 살지 않았으니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
- <58년 개띠> 서정홍 시집, 보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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