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기념하라>
내 일터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다. 국가폭력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국가’ 조사기구. 피해자들을 대하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이들에게 ‘국가’는 여전히 가해자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히고 명예회복을 돕겠다는 약속에도, 아직도 ‘국가’라는 이름 앞에서 두려움과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당연히 그들을 탓할 수 없다. 긴 세월 국가폭력의 역사를 제대로 ‘기념’하지 못한 우리 탓이다. (김성환, 보리, 2021년)라는 책의 제목은 내게 채찍 같았다. 나를 얼마나 부끄럽게 만들 이야기가 들어 있을지, 표지를 넘기기도 조심스러웠다. 저자 김성환은 독일 곳곳의 강제 수용소 기념관과 박물관을 답사하며 참혹한 국가폭력의 역사를 확인했다. 그리고 고통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독일이 ..
긴 글/리뷰
2022. 3. 5.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