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비석’이 기억하는 그해 여름
‘쪼개진 비석’이 기억하는 그해 여름 [사물의 과거사 13] 5·16 쿠데타 직후 피학살자유족회 탄압 사건 조각난 돌무더기가 들어 있는 유리함.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자’가 새겨진 돌덩이들도 보인다. 오른쪽에는 멀쩡한 모습의 위령비가 서 있고, 유리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5·16군사정권에 의해 파괴된 ‘百祖一孫之地(백조일손지지)’ 묘비의 파편.”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예비검속(혐의자를 미리 잡아 놓는 일)과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적에게 부역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미리 ‘정리’한다는 명분. 하지만 좌익 활동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도 ‘의심’만으로, 때로는 사적인 원한이나 복수심만으로 희생됐다. 구금에서 처형까지 이어지는 과정 역시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긴 글/칼럼
2023. 8. 11.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