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돋보기] 말빨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이다 -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조선의 왕들이 서점가를 ‘접수’했다. 인터파크도서 8월 베스트셀러 랭킹 1위는 역사강사 설민석이 27명 조선의 왕들을 한 권으로 불러모은 책,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세계사/ 2016년)이 차지했다. 한국문학의 거장 조정래 작가의 신작 <풀꽃도 꽃이다>(해냄/ 2016년)는 물론,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 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창비/ 2007년)마저 제쳤다. 7월 25일 출간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7월 랭킹에서도 8위에 올랐다. 당시 <풀꽃도 꽃이다>(1권)는 1위, <채식주의자>는 2위였다. 2016년 1월 1일부터 현재(9월 4일)까지의 판매량을 누적 집계한 연간 랭킹에서도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7위에 올라 있다. 참고로 2014년에 출간된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휴먼큐브)도 연간 랭킹 9위에 올라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너무 어렵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영상 강의와 책으로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분량은 가급적이면 한 권으로 만들려고 하고요.” 2015년 10월 북DB와 한 인터뷰에서 설민석 강사가 한 말이다.(관련기사 : 불통의 교육이 만든 비극... 설민석에게 '사도'를 듣는다) 약 9개월이 지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당시 그의 말대로 “너무 어렵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재미와 깊이의 균형을 이뤘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몇 가지 비결을 꼽자면, 첫 번째는 단연 재미와 깊이의 균형이다. 요즘 증강현실(AR) 게임이 유행이라고 했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 증강현실처럼 설민석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확실히 ‘글’이 아니라 ‘말’로써 먼저 전달되는 효과가 책을 더 술술 읽히게 한다. 이 책의 분량은 무려 504쪽. 나도 처음 책을 받아 들고 조금 ‘쫄았다’. 하지만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다 보니, 생각보다 술술 나가는 진도(?)에 자신감을 얻었다. 본문에 삽입된 삽화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127~128쪽에 있는 이야기 한 토막. 확실히 재미있다. 재미가 있으면 깊이가 얕을 거라고 흔히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한국사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나, 어떤 역사문제에 대한 고증이나 논쟁을 위한 책이 아닌 만큼 그만큼의 깊이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한국사를 ‘즐기며’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대중서’로서 충분한 깊이가 있다. 그리고 그런 스토리텔링이 실제 실록의 기록과 나란히 놓이면서, 독자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사실이 아닌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본문의 기본적인 구성은 이와 같다. 역사에 바탕을 둔 현대적인 감각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실제 실록의 기록. 장면의 재미는 살리되, 역사적 사실은 해치지 않는 서술이다. 설민석은 사료와 각색, 정사와 비사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와 깊이의 균형을 확보했다. 장면의 재미는 살리되 역사적 사실은 해치지 않는 균형감각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책을 읽으면서 ‘역시 설민석은 강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요약정리 능력, 그리고 마인드맵과 인포그래픽 등을 활용한 시각적인 도식화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Q&A는 본문 내에서, 조금 더 심화된 내용을 문답의 형태를 통해 맥락 속에서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실제 강연장에서 청중들이 손을 들고 질문하고, 또 강사가 그에 답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현장성 또한 더해준다. 하지만 간혹 ‘너무 자주 등장하는 것 아닌가’ 싶은 챕터도 있다. Q&A를 읽으려면 독자가 주의를 ‘옮겼다 돌아오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글의 호흡이 전반적으로 짧은데, 그럴 경우 호흡이 좀 끊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점은 장점도 분명하지만, 읽는 이에 따라 단점이라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 할까.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아 이런 왕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하고 조선 왕조 임금들의 이름(묘호)을 외우는 것이 한국사 공부의 기본(?)이던 시절이 있었다. 솔직히 그때도 유독 잘 안 외워지던 왕이 있지 않았나.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고, 텔레비전 사극 드라마에도 잘 안 나오는 그런 왕들. 이번에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에서 ‘그런’ 왕들에 대해 읽으면서 왠지 부끄럽고 죄송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본문 내 Q&A. 심화 내용을 맥락 속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지나칠 경우 읽는 흐름을 방해하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책에 실린 저자의 에필로그 마지막 부분이다(494쪽). 설민석은 책 속에서 부단히 ‘현재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지금으로 치면’, ‘지금 사람들이라면’이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와 지금의 현실을 이어나가고, 역사 속에서 현재에 대한 반성과 교훈을 구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그가 ‘역사의 대중화’를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 역시 그것이다.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의 위치와, 과거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2016. 7. 19. 북DB 기사 <'설민석 추천' 조선 역사를 쉽고 흥미롭게 알려주는 책> 인용)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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