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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말 - 이수호

최규화21 2014. 6. 25. 10:38

   

   숲의 말

   이수호



  오늘처럼 이렇게 쓸쓸히 바람 부는 날

  상수리나무 껍질 속은

  얼마나 따뜻할까

  일곱점무당벌레와 높은산노랑나비 애벌레는

  이마를 마주 대고 벌써 잠들어 있을까

  바람 불자 후두둑 도토리 떨어지고

  산비알 바위 사이로 떼구르르

  다람쥐 구르는데

  산박새 몇 마리 포르르

  저쪽 떨기나무 덤불로 날아간다

  서로서로도 누구와도 마음 주지 않으면서도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다


  유독 사람은 다르다

  존재를 확인받지 못하면

  외로워서 어쩔 줄 모른다

  서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눈물겹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말까지 만들어

  조잘거리고 있다

  사람은 때론 나무나 풀, 벌레나 짐승에게서

  배워야 한다

  저 숲속 가득한 침묵의 언어를



  - <겨울나기> 이수호 시집, 삼인, 2014